[풋볼리스트=강원] 유지선 기자= 한참을 돌고 돌아 강원FC에서 만났다. 올 시즌 강원의 공격에 큰 힘이 되고 있는 조재완(25)이 김병수 감독과의 남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지난해 서울이랜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조재완은 올 시즌 강원으로 둥지를 옮겼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 13라운드까지만 해도 리그 경기에서 단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지만, 조재완은 전북현대와의 14라운드를 시작으로 9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며 김병수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다.

조재완은 한 계단씩 차근차근 성장해온 선수다. 상지대에서 4년을 꽉 채운 뒤, K리그2와 K리그1 무대를 차례로 밟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남모를 사연도 있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두 사람, 조재완과 김병수 감독이다.

지난 19일 강원의 클럽하우스 오렌지하우스에서 만난 조재완은 “영광스럽게도 김병수 감독님이 강원에 부임하신 뒤 나를 불러주셨다. 당연히 간다고 대답했다”며 강원 이적 당시의 스토리를 풀어놨다. 조재완이 강원의 제안을 단 한 번의 고민도 없이 수락한 이유는 하나다. “김병수 감독님이 계신 곳인데”

# ‘돌고 돌아 강원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만남

- 김병수 감독님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지난 시즌 서울이랜드에 입단한 이유도 김병수 감독님 때문이었다고요?

네. 상지대 시절 서울이랜드와 연습 경기가 있었어요. 그때 감독님이 저를 좋게 봐주셨고, 바로 계약 제의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당시 저는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 무대에서 뛰고 싶은 욕심이 강했고, 실제로 K리그 클래식의 한 팀과 이야기가 많이 오간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고민 끝에 서울이랜드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죠.

- 어떤 말씀을 하면서 제의하시던가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뼈있는 말도 하시더라고요. ‘네가 당장 K리그1에서 뛸 수 있겠느냐. 못 뛴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반대로 뛸 수 있단 보장도 없다. K리그2에서 실력을 쌓고 나서 도전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고민하긴 했지만 워낙 배우고 싶었던 감독님이라 결단을 내렸습니다.

- 김병수 감독님은 영남대 시절 대학 선수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었나봐요.

감독님이 계실 때 영남대가 대학리그를 평정했어요. 정말 잘하더라고요. 대회 때 두세 번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는데, 대학팀이 아니라 프로팀과 경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도대체 훈련을 어떻게 하길래 저런 경기를 할까’ 궁금증이 많았죠. 개개인의 실력도, 전술적인 부분에서도 벽이 높아보였거든요. 처음 부딪혀보는 전술을 쓰니까 공조차 못 뺏겠더라고요. 공만 쫓아다니다 보니 영남대와의 경기가 끝나면 너무 힘들어서 구토를 할 정도였어요.

상지대에 같이 있던 선수도 그렇고, 다른 학교 친구들도 그렇고 감독님께 배워보고 싶단 선수들이 참 많았죠. 지금도 연락이 와요. 프로에서 같이 뛰고 있는 선수들 몇몇이 ‘어떤 면에서 다르냐, 전술 훈련이 정말 신기하냐, 진짜 좋냐’ 등을 묻더라고요. 다들 김병수 감독님께 배워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 그런데 그렇게 함께하길 원했던 김병수 감독님이 조재완 선수가 이랜드 입단하기도 전에 지휘봉을 내려놓으셨는데, 그때의 허탈함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 같아요.

네. 그야말로 멘탈이 나갔죠. 친정팀 이랜드를 생각했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싶지만, 감독님의 제의로 K리그1 팀과의 계약도 포기하고 이랜드행을 결심했던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하필이면 왕중왕전 8강전이 펼쳐지는 당일 오전에 기사로 감독님이 이랜드를 떠나신다는 소식을 알게 됐어요. 바로 에이전트와 부모님께 전화 드리고 ‘나 어떻게 하냐’고 그랬죠. 하지만 감독님도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고, 누굴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냥 축구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였어요.

-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직후에 진행된 경기, 잘 치렀나요?

아니요. 제가 감독님께 털어놓고 왕중왕전 8강전을 못 뛰겠다고 말했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경기에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 풀타임을 뛰었었는데, 경기 결과도 0-2 패배였어요.

- 우여곡절 끝에 김병수 감독님을 강원에서 다시 만나게 됐네요. 감독님이 다시 연락을 하신건가요?

네, 영광스럽게도 감독님이 불러주신 것 같더라고요. 김병수 감독님이 강원에 부임하신 뒤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에이전트 분이 ‘강원에 갈 마음이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전 당연히 간다고 했죠. 김병수 감독님이 계신 곳인데.

# 조재완이 말하는 김병수 감독

- 실제로 김병수 감독님의 지도를 받아보니까 어떤가요?

처음에는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요. 그동안 했던 축구와 정반대의 축구를 하니까 따라가기가 힘들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공격에 서면 넓은 반경으로 마구 돌아다녔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그건 좋은 행동이 아니다.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그 범위에서 움직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공을 받지도 못하고, 초반엔 너무 답답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적응되니까 체력적으로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더라고요.

- 요즘 병수볼이 화제인데, 조재완 선수가 생각하는 병수볼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병수볼의 핵심은 숫자 싸움인 것 같아요. 어느 곳에 공이 있더라도 무조건 상대 수비에 우리 공격 2명, 이렇게 2대1 상황을 만들어야 해요. 실제 훈련할 때도 이런 연습을 많이 해요. 상대보다 수적 우위를 가져가면서 마지막에 결정을 지어야 해요. 감독님의 축구를 하려면 체력이 필수인 것 같아요. 처음 들어왔을 때는 많이 힘들더라고요. 지금도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초반과 비교했을 땐 많이 나아졌어요.

- 전술적으로 뛰어나신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전술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김병수 감독님은 어떤 분이세요?

처음 동계훈련을 할 땐 너무 무서웠어요. 운동장에 선글라스를 딱 끼고 나오시는데 포스가 정말... 너무 무섭더라고요. 운동장 밖에서는 워낙 말씀이 없으신데,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말씀이 많아져요.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시고,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입니다.

- 다들 김병수 감독님의 열정에 감탄하더라고요. 어느 정도 길래?

정말 대박입니다. 감독님이 항상 끼고 다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축구 작전판이에요. 방에서도 항상 작전판을 보신대요. 감독님이 한번은 선수들과 미팅할 때 이런 말을 하셨어요. ‘내가 조금 나태해진 것 같다. 요즘 TV를 본다’고요. 그게 당연한 건데... 감독님은 진짜 TV도 안보고 작전판만 만지고 계시나 봐요. 저희 감독님의 축구 열정이 이 정도입니다.

- 평소 칭찬에 인색한 감독님이 5-4로 대역전극을 만들었던 포항스틸러스전을 마친 뒤에는 조재완 선수에게 칭찬을 해주셨다고요.

네, 포항전을 마친 뒤 제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옆으로 지나가면서 저에게 ‘브라보’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진짜 잘했다고 생각했을 때 해주시는 칭찬 인 것 같아요. FC서울과의 FA컵 경기 땐 선수들 다 모인 자리에서 (이)현식이에게 브라보를 해주셨거든요. 그것을 보면서 저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나한테도 한번 해주시지’했는데, 그때 저한테 해주시더라고요.

조재완이 김병수 감독의 ‘광팬’이란 사실을 전해 듣긴 했지만, 실제로 만나 들어보니 그 깊이가 상당했다. “나는 감독님을 200% 좋아한다”고 말한 조재완은 숫자 ‘100’으로 김병수 감독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강원에서 만나게 된 만큼 스승을 향한 제자의 마음은 더 깊어졌다. 김병수 감독과 조재완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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