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강원] 유지선 기자= 강원FC의 공격수 조재완(25)이 김병수 감독 체제에서 마음껏 날개를 펼치고 있다. 최근 7경기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만 해도 6골 1도움이다.

조재완은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스포트라이트 밖에 벗어나 있었다. FA컵 대회에 종종 나서긴 했지만, K리그에서는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리그 9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고, 6골 1도움을 기록하며 단숨에 팀 내 득점 2위(1위 김지현 8골)로 올라섰다. 이제는 강원 공격에 빼놓을 수 없는 한축이 됐다.

임팩트도 강했다. 지난달 포항스틸러스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면서 0-4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5-4로 승리한 대역전극에 앞장섰다. 포항전은 이제 ‘조재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경기가 됐다. 지난 19일 강원의 클럽하우스 오렌지하우스에서 만난 조재완은 “내가 생각해도 포항전을 기점으로 확 달라졌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재완까지 공격진에 가세하면서 강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울산현대 원정에서 쓰라린 역전패를 당하긴 했지만,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강원의 당찬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세 공격수’로 거듭난 조재완의 입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강원이 잘나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다음은 조재완과 한 인터뷰 전문.

- 최근 강원의 상승세가 굉장해요.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어떤 선수의 표정이 가장 밝은가요?

가장 밝게 웃고 다니는 선수는 저인 것 같아요. 시즌 초반만 해도 팀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전술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출전 시간도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정신적으로 힘들고, 기분이 처지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웃을 날이 많네요. 팀 성적도 그렇고 개인적인 경기력도 그렇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어서 기쁩니다.

- 14라운드 전북현대와의 경기 전까지는 리그에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었잖아요. 초조하지는 않았나요?

초조하지는 않았어요. 단지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어요. 몸 상태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거든요. 감독님께서 제 능력을 믿고 뽑아주신 덕분에 강원에 오게 됐는데, 믿어주신 만큼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어요.

- 하지만 최근에는 꾸준히 선발로 출전하고 있어요.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께 믿음을 조금씩 심어드린 덕분인 것 같아요.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기회를 계속 주시는 것 아닌가 싶어요. 제가 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웃음) 감독님의 전술에 잘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 전술에 잘 녹아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는데 감독님이 주로 어떤 역할을 주문하시나요?

측면 공격수로 출전하다보니 공을 잡으면 공격적으로 하라는 주문을 많이 하세요. 백패스하지 말고 공격적으로 움직이라고... 수비할 때는 안으로 들어와서 중앙에서 숫자 싸움을 강화해달라고 하십니다. 제 역할은 (김)지현이와 조금 달라요. 지현이는 안쪽에서 플레이하고, 저는 넓게 벌려서 플레이하거든요. 반면, 공격 쪽에서 슈팅으로 마무리하고 내려오라는 점은 저나 지현이, (정)조국이 형 모두 동일합니다.

- 조재완 선수가 K리그1에 이름을 널리 알린 포항스틸러스와의 경기(5-4 승)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포항전 이후 자신감이 부쩍 붙은 느낌이더라고요.

네. 제 경기력이 완전히 달라진 이유인 것 같아요. 형들도 ‘너 포항전 이후로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소극적인 플레이를 했어요. 실수를 할까봐 그라운드에서 공을 받는 게 두렵더라고요. 그런데 포항전 이후로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지금은 그런 두려움이 아예 없어진 것 같아요. 공을 받게 되도 ‘뺏기면 뺏기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제가 생각해도 포항전 승리 덕분에 제가 많이 달라졌어요.

- 최근 경기를 보면 슈팅도 굉장히 위협적이던데요.

팀 훈련을 마치고 따로 슈팅 연습을 하고 있어요. 어제는 (김)지현이, (김)현욱이랑 남아서 같이 슈팅 연습을 했어요. 골이 하나둘 들어가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좋은 슈팅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해서 더 많은 골을 넣고 싶어요.

- 강원의 젊은 선수들이 활약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네요.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 팀 훈련을 마치고 나서 각자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고 들어가요. 그래서 지금 강원이 좋은 팀이 돼있지 않나 싶어요. 사실 대학교 때는 팀 훈련 외에 따로 남아서 훈련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훈련을 마치면 얼른 들어가서 씻고 밥 먹기 바빴죠.(웃음) 작년 이랜드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요. 그런데 강원에 와서 형들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보다 보니까 저도 따라하게 되더라고요.

- 강원에는 최고참 정조국 선수를 비롯해 김호준, 오범석, 신광훈 등 베테랑 선수들이 많잖아요. 실제로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들도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네. 형들은 팀 훈련 시작하기 전에도 따로 웨이트장에서 운동을 하고, 훈련 끝나고 들어가 보면 또 운동을 하고 있어요. 깜작 놀랄 때가 많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괜히 축구를 오래하는 게 아니구나, 괜히 대표팀에 다녀온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형들도 하는데 내가 뭐라고 안하고 있나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돼요. 형들을 보고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 10살 넘게 차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거리감이 느껴지진 않나요?

형들이 친근하게 먼저 다가와 주셔서 거리감이 느껴지진 않아요. 게임 이야기도 하시고, 먼저 장난도 걸죠. 어제는 (이)영재 형과 (최)치원이 형이 팀에 새로 합류했는데, 조국이 형 등 형들이 다같이 친해지자는 의미로 밥을 사주시면서 따로 자리도 마련했어요. 형들이 경기장 안에서만이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를 ‘지난 시즌보다 많은 골을 넣는 것’이라고 밝혔었는데, 6골로 벌써 동률을 이뤘어요. 목표 수정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지금은 개인적인 목표가 팀의 목표와 일치할 것 같아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이요. 도민구단이긴 하지만, 대구FC가 참가한 것처럼 저희도 ACL에 출전하고 싶어요. 저도 그런 큰 무대를 밟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곳이고, 얼마나 실력 있는 선수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면 모두 ACL 출전을 꿈꾸지 않을까 싶어요. 올 시즌 ACL 출전이 저의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 에덴 아자르의 광팬이라고 들었는데, 요즘 조재완 선수를 ‘감자르’라고 부르더라고요. 팬들이 붙여준 별명은 마음에 드나요?

네. 너무 좋아요. 전 정말 아자르의 엄청난 팬이에요. 유투브에 들어가면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첫 화면에 아자르 관련 영상이 떠있을 정도에요. 원래 많이 보는 영상은 검색하지 않아도 뜨잖아요. 아자르 영상을 정말 많이 봅니다. 요즘 기사를 보니까 저를 ‘감자르’라고 불러주시던데 너무 좋아요. 계속 그렇게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 최근 활약이 대단했어요. 탱고 어워드상에 이어 6월의 선수상도 수상했는데 인기를 실감하나요?

요즘 들어 많이 느끼고 있어요. 경기 종료 후 선수단 버스에 올라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원래는 (사인 요청하는 팬들이 없어서) 그냥 쑥 지나갔었거든요. 그럴 땐 서운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는데, ‘내가 더 빨리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이름을 알려야겠다’고 다짐했죠. 요즘은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친선경기가 있잖아요. 강원에서는 발렌티노스 선수가 유일하게 참가하는데, 내심 기대했을 것 같아요.

네. 주위에서도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무조건 가겠는데?’라고 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아쉽긴 해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와 뛰어보고 싶었는데... 집에서 열심히 시청해야죠.(웃음)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인터뷰 2편에서는 김병수 감독과 조재완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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