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인천 팬분들이 멀리까지 와주셔서 보답해드리고 싶었는데, 운 좋게도 골이 터졌다. 이게 꿈인가 싶더라” (인천유나이티드 이제호)

후반 47분, 생각지도 못했던 타이밍에 터진 이제호의 귀중한 결승골로 인천유나이티드가 8경기 만에 기분 좋은 승전보를 울렸다. 지난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2라운드 경기에서 인천이 포항스틸러스를 2-1로 꺾고 값진 승점 3점을 획득했다.

두 팀의 표정은 이제호의 발끝에서 갈렸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에 곽해성이 찬 코너킥을 이제호가 깔끔한 헤딩 슈팅으로 마무리해, 인천의 극적인 승리를 이끈 것이다. 이제호의 골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인천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 쓰러져 너나할 것 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골이었다. 22일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한 이제호는 “경기 전날 세트피스 연습을 많이 했었다. 유상철 감독님이 앞으로 자르라고 강조하셨는데, 전반전에는 그런 상황이 잘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코너킥이 주어졌을 때, 감독님이 다시 한 번 ‘너 확실하게 앞으로 자르라’고 하시더라.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도한 슈팅”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순간에 터진 K리그 데뷔골이었다. 인천 U-18팀 대건고 출신인 이제호는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 신인이다. “어머니도 친구들과 티비로 경기를 보고 계시다가 우셨다고 하더라”며 뿌듯해하던 이제호는 “코너킥이 올라올 때 인천 팬분들이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이 보이더라. 그 모습을 보고 ‘아, 정말 골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운 좋게도 골이 들어갔다”며 그때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포항전 승리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팀 내 분위기다. 이제호는 “사실 그동안 훈련장이 조용했었는데,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면서 “감독님이 회복 훈련하면서 ‘내가 너한테 커피를 사야 되냐, 아니면 네가 나한테 커피 사야 되냐’고 물으시더라. ‘당연히 제가 사드려야죠’라고 말했다. 감독님이 저를 믿고 뛰게 해주셨는데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웃어보였다.

오랜만에 거둔 승리 덕분에 소소한 행복도 누릴 수 있었다. “최근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원정을 다녀오는 길에 다들 말이 없었다”고 귀띔한 이제호는 “그동안 ‘경기에 졌는데도 사 먹냐’고 하실까봐 사실 눈치가 살짝 보였었는데, 포항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휴게소에서 맛있는 것도 사먹었다”며 소소한 행복에 기뻐했다.

이제호는 5경기 출전을 올 시즌 목표로 정했다. 신인 선수가 많은 기회를 부여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까닭에 현실적인 목표를 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호는 올 시즌 세 차례 그라운드를 밟았다. 목표 달성을 눈앞에 뒀다. 인천은 다음 라운드에서 경남FC를 만난다. 경남은 인천에 승점 1점차로 앞서있다. 함께 생존 경쟁을 펼치는 두 팀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셈이다. 이제호도 경남전을 앞두고 이를 악물고 있다.

“경남과 승점 차이가 별로 안 난다. 이번에는 무승부도 허락할 수 없다.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로 경남전 승리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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