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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박동혁 아산 감독 “2년째 존폐위기, 함께 헤쳐나가는 선수들에 감사”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7.19 18:57

 

[풋볼리스트=아산] 김정용 기자= 박동혁 아산무궁화 감독은 누구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작년 프로 감독으로 데뷔하자마자 구단이 해체 위기에 놓였고, 박 감독이 직접 ‘시민구단 전환’ 운동에 동참해야 했다. 그 와중에 박 감독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해체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아산의 성적도 여전히 상위권이다.

18일 아산에서 만난 박 감독은 피로한 얼굴이었다. 상대 감독까지 ‘박 감독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법한 상황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일주일 째 떨어지지 않는 감기 때문일 뿐이라며 해체설에 따른 스트레스와는 선을 그었다. 그는 처음 부임한 팀에서 노련한 의경 선수들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며, 선수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존폐위기 속에서 호성적 유지하는 비결은

아산은 8승 4무 6패로 K리그2 4위다. 괜찮은 성적이지만 우승팀이었던 작년과 비교하면 조금 부족하다. 특히 최근 두 경기는 박 감독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17라운드 전남드래곤즈전에서 상대 선수의 이른 퇴장에도 불구하고 1-1 무승부에 그쳤다. 18라운드에서 FC안양을 상대로 일찌감치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으나 고무열이 이를 놓쳤고, 이명주의 퇴장이 이어져 1-4 대패를 당했다.

“우린 상대가 퇴장을 당해도 이기질 못한다. 리그를 하면서 상대 팀 퇴장 경기가 두 번 나왔는데 다 못 이겼다. 그런데 우리는 퇴장을 당하면 실점을 많이 한다. 우린 안되고 상대는 쉽게 공략하고.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이 점을 강하게 이야기했다.”

불안정한 팀 사정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 것 아닐까? 아산의 상황을 보면 쉽게 피어오르는 의문이다. 아산은 갑작스런 의경 축구단의 폐지로 지난해 해체 위기에 놓였다. 신병은 받지 않되 현역 선수들과 새로 수급한 선수들을 조합해 올해 선수단을 꾸렸지만, 완전한 시민구단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내년 역시 존페가 불투명하다. 당장 9월에 의경 선수들이 전역하고 나면 전력이 뚝 떨어진다.

“의경 선수들은 8월 초까지 경기 할 거예요. 올해 초 경찰 친구들 외에 22명을 영입해 뒀고요. 지금도 영입을 하고 있어요. 취약포지션 영입을 위해 다른 팀과 조율을 하고 있어요. 저도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는데 프로는 돈이고 우리 팀은 돈이 넉넉지 않으니까. 여름에는 임대 위주로 선수를 알아보려고 해요. 우리 팀을 선택해 줄 선수들은 존재해요. 대부분 경기출전을 하고 싶어서 오는 친구들일 거예요. 우리 팀에서 꾸준히 뛴 뒤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뒤 함께해도 좋고, 현실적으로 볼 때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나서 다른 팀으로 가는 걸 노리는 선수들도 있겠죠.” (아산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벨기에 구단 튀비즈에서 뛰었던 이재건, 지난해 성남FC 소속이었던 K리그 10년차 김도엽을 영입한 상태다.)

박 감독은 내년에 어떻게 될지 자신도 모르겠다고 했다. ‘윗분들이 결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지자체가 지금쯤 결정했어야 하지만, 애초에 너무 급박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조금씩 연기되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해외 마찬가지로 ‘축구인으로서 한 팀이라도 더 존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며 지인들에게도 아산의 상황을 알리려 한다. 오세훈 등 아산 선수들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민구단 전환을 위한 서명운동’ 동참을 당부하는 중이다.

“안양의 김형렬 감독님이 제 몸 상태를 걱정해 주셨는데, 사실 스트레스를 넘기는 방법은 승리예요. 팀이 힘든 상황에 있어도 매주 이기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풀려요. 올해는 작년만큼 이기질 못하니까 안 풀리는 거고요.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열심히 하는데도 결과가 잘 안 나오니까 힘들더라고요. 4월에 4연패 했는데 그땐 저도 선수들도 힘들었죠.”

 

"아직 초보 감독, 선수들에게 많이 배우죠"

의경 선수들이 휴가 중이라고 했는데, 이날 경기장에서는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였다. 이명주, 고무열, 김선민 등이었다. 구단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아산 선수들은 휴가를 나가지 않고 몸관리를 하는 게 흔한 일이라고 했다. 고무열은 이날 저녁까지 휴가였는데, 훈련 동참을 위해 일찍 복귀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조기 복귀는 드문 일이다. 단 1초라도 ‘사회’에서 보내고 싶은 군인들의 마음에 비쳐본다면 알아서 휴가를 반납하고 공을 차려는 선수들의 자세는 이례적이다.

“팀이 혼란에 처했을 때, 저도 걱정했어요. 선수들이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경기할 수 있겠냐 싶었죠. 그런데 희한하더라고요. 구단 존폐 이야기가 나온 뒤에 오히려 응집력이 생겼어요. 작년에도 그 힘으로 마지막에 트로피를 들었던 거예요.”

박 감독은 스스로 행운아라고 했다. 첫 프로팀에서 이명주를 비롯해 책임감을 가진 베테랑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초보 감독이었던 작년의 일이었다. 아산은 3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1무 2패에 그쳤다. ‘멘붕’에 빠진 박 감독은 훈련장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훈련 후 한 선수가 찾아와 “쌤, 그렇게 아무말 안 하고 계시면 선수들이 무서워해요. 평소처럼 웃으며 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박 감독은 다음 훈련 때 선수들에게 사과하고 태도를 바꿨다. 그리고 곧장 2연승을 거뒀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박 감독은 “요즘엔 선수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 팀엔 능력치가 높은 친구들이 많지만 올해까지 열심히 해줄지 사실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해 줘서 흡족해요. 지도자 생활의 시작을 이런 친구들과 했다는 게 행복하죠. 많은 걸 느껴요.”

박 감독은 안양에 대패한 뒤 화가 나서 선수들을 보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다. 이틀 휴식 후 다시 경기장에 돌아왔을 때, 선수들이 먼저 찾아와 대화를 요청했다. 작년뿐 아니라 올해도 선수들 덕을 보고 있다.

“저는 아직 지도자로서 배워나가는 중이에요. 이제 전술, 전략을 짜는 건 어느 정도 잘 돼요. 그런데 경기 중 돌발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건 솔직히 미흡해요. 요즘 두 경기에서 퇴장이 나왔을 때, 또는 갑자기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의 대처 말이죠. 우리 팀 경기력을 보면 2위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경기력에 비해 성적이 안 나오고 있어요. 그건 저 때문이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아쉬움이 있죠. 하지만 위기 뒤에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선수들과 노력할 거예요. 우리 팀의 운명도 마찬가지고요.

유벤투스 상대하는 친구 이동국에 대해

박 감독은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이동국과 친한 친구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박 감독이 지도자 2년차를 맞은 지금, 이동국은 ‘팀 K리그’의 일원으로 뽑혀 유벤투스와 친선경기를 갖게 된다.

“동국이는 다가오는 월요일에도 지인들 모임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동국이가 프로 선수로서 한 획을 그은 선수니까 좋은 타이틀을 갖고 은퇴했으면 해요. 유벤투스전은 TV로 봐야죠. 그 경기에서도 동국이만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그날도 동국이가 골을 넣었으면 좋겠네요. 여전히 (현역 시절 소속팀) 전북과 울산의 경기는 챙겨보는 편인데, 친구가 골 넣는 걸 보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스타가 되어 돌아온 오세훈에 대해

현재 아산 최고 스타는 국가대표급 의경 선수들이 아니라 20세 오세훈이다. 최근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에 기여하고 TV 예능에 출연하면서 오세훈은 인기몰이의 중심이 됐다. 월드컵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주세종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황인범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산 홈 경기 관중은 U20 월드컵 이전 2,000~3,000명 정도였는데, U20 월드컵 이후 2경기 연속 5,000명을 넘겼다.

“세훈이는 폴란드에 다녀와서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고, 그래서 볼 컨트롤과 몸싸움이 변했어요. 운동 선수는 자신감을 얻는 게 상당히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세훈이는 일찍 얻은거죠. 그런데 좋아진 경기력에 비해 득점은 안 나와요. 이 점이 스스로 불만족일 거예요. 골이 터지면 자신감이 더욱 올라오고 행복감도 느낄 거예요. 저도 세훈이도 아쉽죠. 아직 어린 선수니까 자기 장단점을 파악해 조금씩 성장한다면 더 긴 안목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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