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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1st] 깔끔한 조합으로 코파 우승, 그러나 네이마르가 돌아온다면?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7.11 17:51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브라질이 ‘2019 브라질 코파아메리카’를 통해 12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 현장에 네이마르는 없었다.

브라질은 지난 8일(한국시간) 결승전에서 페루에 3-1 승리를 거뒀다. 페루에 내준 1실점을 제외하고는 대회 내내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만난 아르헨티나는 조직력이 무너져 있었다고는 하나 리오넬 메시를 무력화하며 2-0으로 꺾기도 했다.

이번 브라질의 가장 큰 숙제는 네이마르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었다. 치치 감독은 2016년 부임한 뒤 네이마르 중심의 조직력을 빠르게 회복시키면서 전술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나는 동안 무관에 그쳤다. 네이마르에게 맞춰 나머지 선수들을 조합해 둔 기존 팀과 달리 이번엔 새 판을 짜야 했다.

이번 코파에서 치치가 가장 돋보인 건 계속 라인업을 바꾸면서 최선의 전술을 찾으려 모색했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총 6경기에서 다섯 가지 라인업을 썼다. 준결승 라인업을 결승에 그대로 쓴 것을 제외하고는 매 경기 두세 명의 선수를 바꿨다. 포메이션은 계속 4-2-3-1로 유지됐지만 선수 변화에 따라 팀의 성격은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좌우 윙어였다. 브라질은 아약스 돌풍의 한 축이었던 다비드 네레스를 왼쪽에, 잉글랜드에서 활약 중인 히차를리손을 오른쪽에 배치하고 대회를 시작했다. 둘 다 전형적인 윙어다. 그러나 두 선수는 돌파와 패스의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고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했다. 2차전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0-0 무승부에 그치자, 치치 감독은 즉시 변화를 줬다. 특히 후반전에 투입한 에베르톤과 가브리엘 제주스가 더 좋은 활약을 하는 걸 보고 3차전부터 이 둘을 선발로 배치했다.

왼쪽 윙어 에베르톤의 기용은 파격적이었다. 에베르톤은 청소년 대표 경력도 없고, 유럽 진출도 못 했고, 대회 전까지 A매치 득점도 없던 선수였다. 그러나 1차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골을 넣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결국 3골로 대회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깜짝 스타가 됐다.

오른쪽 윙어 제주스는 최근 맨체스터시티에서 간결한 연계플레이가 특기인 센터포워드로 뛰고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포지션이 겹치는 호베르투 피르미누에게 밀려서 후보 신세였다. 그런데 치치 감독은 제주스를 오른쪽 윙어로 배치해본 뒤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견했다. 어린 시절 화려한 드리블 돌파를 구사하던 제주스의 모습을 다시 끄집어냈다. 제주스는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피르미누와의 공존에 성공했다.

이번 브라질의 특징은 공격 루트가 오른쪽에 매우 쏠려 있다는 점이다. 팀 내 경기당 패스 횟수에서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 아르투르, 라이트백 다니 아우베스, 오른쪽 센터백 마르퀴뇨스가 1, 2, 3위였다. 제주스는 패스를 많이 하진 않지만 절묘한 움직임으로 스루 패스를 이끌어내고, 센터포워드 출신답게 상대 수비를 등지고 공을 지킨 뒤 아르투르나 아우베스에게 내주는 역할을 하며 패스 순환을 도왔다.

오른쪽 공격루트 편중은 아우베스의 존재 때문에 당연히 생기는 현상이다. 아우베스는 36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는 팀마다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는 특이한 풀백이다. 풀백의 고정관념대로 보조자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빌드업이 대부분 아우베스에게서 시작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번 대회에서 골도 어시스트도 없었지만 패스의 중심에 있었다.

오른쪽 선수들이 공을 오래 잡고 상대 수비를 유인하면, 왼쪽에서는 에베르톤이 돌파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다. 에베르톤은 돌파를 통해 직접 골을 두 개 넣고, 페널티킥도 얻어냈다. 또한 오른쪽에서 넘어오는 크로스를 문전 침투를 통해 마무리하기도 했다. 농구에서 돌파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주는 전술 ‘아이솔레이션’처럼 에베르톤도 상대 풀백과 일대일로 대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이 보여준 ‘오른쪽에서 공격 전개, 왼쪽에서 마무리’ 공식은 추후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 요인은 아우베스의 나이다. 아우베스가 여전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는 나이다. 다음 메이저 대회가 고작 1년 뒤인 2020년 여름에 열리는 코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때까지는 아우베스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코파보다 월드컵에 더 목마른 브라질이 2020년 대회를 ‘2022 카타르월드컵’의 준비 무대로 삼는다면 아우베스 의존도를 일찌감치 줄여야 한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변칙적으로 기용된 제주스가 계속 오른쪽 윙어로 뛰게 될지도 의문이다.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서는 피르미누와 성공적으로 공존했지만, 원래 치치 감독이 선호하는 스트라이커는 제주스였다. 장기적으로 제주스가 원톱 자리로 가면 오른쪽 윙어를 새로 발굴해야 한다.

브라질이 맞이할 가장 큰 변화는 네이마르의 복귀다. 스타일상 오른발잡이 왼쪽 윙어이며 득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네이마르와 에베르톤은 비슷하다. 다른 점은 스타성과 팀 내 비중이다. 네이마르가 정상 컨디션으로 복귀하면, 왼쪽 측면에서 더 공을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회 브라질의 핵심이었던 오른쪽 중심 빌드업은 네이마르가 복귀하자마자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치치 감독은 다시 한 번 네이마르를 잘 보좌할 수 있는 ‘심부름꾼’들을 주위에 배치해줘야 하고, 팀 콘셉트를 과거로 회귀시켜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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