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인천유나이티드가 제주유나이티드와 맞트레이드 형식으로 캡틴 남준재를 떠나보내고, 베테랑 공격수 김호남을 영입했다.

인천 구단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광주FC, 제주 등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공격수 김호남이 남준재와의 1대 1 맞트레이드를 통해 인천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호남과의 계약 기간은 1년 6개월”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인천 구단은 불과 5일 전, 강원FC와의 경기를 앞두고 K리그 통산 200경기 출전을 달성한 남준재에게 기념패와 꽃다발을 증정하면서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그러나 최근 제주 구단이 남준재의 영입 가능성을 문의했고, 인천은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제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적이 워낙 갑작스럽게 진행된 탓에 트레이드 사실을 통보받은 선수들도 적잖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남준재는 현재 인천을 떠나 제주 선수단에 합류한 상태이며, 오늘 오후 제주에서 첫 훈련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 200경기 출전 기념행사를 치렀고, 주장을 맡고 있는 선수를 보내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결국 다른 것을 떠나서 현재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놓고 봤을 때, 남준재보다는 김호남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트레이드를 받아들인 배경을 설명했다.

올 시즌도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인천 구단으로선 다른 요소들을 배제하고, 팀 전력 향상을 우선으로 둘 수밖에 없었단 설명이다. 인천 관계자는 “유상철 감독 부임 후 남준재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은 것은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남준재는 유상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선발로 나선 경기가 두 차례 뿐이었다.

그러나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시즌 도중 주장 남준재의 이적 소식을 접하게 된 인천 팬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남준재는 인천 팬들에게 아주 각별했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에 몸담고 있는 선수 중 유일하게 개인 콜송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남준재는 지난 2010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인천에 입단하면서 처음 프로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이후 인천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다. 2011년 인천을 훌쩍 떠나 전남드래곤즈, 제주에 새로 둥지를 틀었고, 2012년 인천에 다시 돌아와 세 시즌을 소화했지만 2015년 성남 FC로 이적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끝에 지난해 여름 인천과 세 번째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남준재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 정도면 궁합을 떠나 거의 부부 사이처럼 느껴진다”며 팀에 대한 애틋함을 내비친 바 있다. 앳된 얼굴로 프로 데뷔전을 치르던 선수가 성장해서 주장 완장을 달고 그라운드 위를 누비게 된 상황, 그런 남준재는 인천 팬들에게 자랑이었다. 주장 그 이상의 의미가 있던 남준재를 떠나보낸 구단의 결정이 야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난 항상 인천에 남아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마음인데,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가 더 잘 준비하겠다”고 했던 남준재, 그러나 인천과 남준재의 만남은 또다시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이 되고 말았다. 지난 강원전에서 인천 팬들이 내건 '남준재, 인천에서만 빛나는 존재'라는 문구의 걸개도 머쓱해졌다.

남준재의 이적과 관련해 팬들과 극명한 온도차를 확인한 인천 구단은 4일 저녁 간담회를 열고 팬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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