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6월이 되도록 공격 전술을 다양하게 개발하지 못한 전북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탈락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26일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2019 ACL’ 16강 2차전을 가진 전북이 상강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1차전 역시 1-1이었던 두 팀은 연장전 후 승부차기를 치렀고, 상강이 5PK3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이날 표면적인 기록에서 상강에 뒤쳐질 것 없는 경기를 했다. 슛 시도에서 전북이 28회 대 22회로 앞섰다. 유효 슛도 7회 대 5회로 더 많았다. 전북은 이날 두 팀 통틀어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였던 김신욱, 그 머리를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경기 내내 날릴 수 있는 라이트백 이용을 갖고 있었다. 이를 활용해 페널티 지역 안으로 곧장 공을 배달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롱 패스와 크로스에 의존하는 공격은 점점 한계를 드러냈다. 김신욱의 개인 능력과 컨디션은 상강 수비진인 쉬커, 허궈안, 웨이전을 압도했다. 세 수비수는 경기 초반 김신욱에게 속수무책으로 휘둘렸으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적응도를 높여 나갔다.

전북은 김신욱이 아니면 좌우 측면의 로페즈와 문선민에게 공을 주고 돌파를 요구하는 식으로 공격했다. 역시 알고도 막기 힘든 위협적인 공격 옵션이지만 매번 통할 수는 없었다. 전북의 윙어가 상강의 측면을 따라 돌파하는 장면은 호쾌해 보였지만, 수비 두세 명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는 비효율적 공격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

모라이스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서 즐겨 기용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 중앙 미드필더 손준호와 임선영의 조합은 이날도 여전했다. 임선영의 문전 침투와 손준호의 배급 능력이 어우러졌고 모든 미드필더가 수비력을 갖춘 조합이다. 이 조합이 ‘플랜 A’라는 점에 이견을 제시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플랜 B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점은 문제였다. 전북은 벤치에 최영준, 정혁, 한승규를 앉혀 뒀다. 이들 중 투입된 건 한 골 차로 앞서고 있을 때 들어갔던 수비형 선수 최영준 한 명이었다. 최영준을 투입했더라도 더 전방에 배치해 상대 실수를 유발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 가능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한승규, 중원에서 더 전투적으로 에너지를 불어넣는 정혁 역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였지만 전북은 이들을 활용하지 않았다.

결국 연장전 후반이 되어서야 공격수 이동국을 넣은 것이 고작이었고, 전북은 활용할 수 있는 교체 카드 중 단 2장만 썼다. 상강 쪽으로 흐름이 넘어간 뒤에도 별다른 전술 변화를 하지 않았다.

전북이 ACL에서 우승했던 2016년부터 이동국은 미드필더 성향이 강해졌고, 충분한 시간을 남겨두고 투입하면 알아서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경기 종료를 고작 5분 정도 남겨두고 투입된 이동국은 경기장 분위기에 채 적응하지도 못한 채 종료 휘슬을 들어야 했다. 경기 중 제대로 된 슛도 날리지 못한 상태에서 승부차기 1번 키커를 맡았다가 선방에 막히기만 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시즌 초 스리백을 시도하는 등 전술적으로 유연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러나 점차 한승규, 최영준 등 올해 영입생들이 비중을 낮추고 지난 시즌부터 전북에서 뛴 선수들에게 의존하면서 전술적으로 굳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전북의 풍부한 선수단은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체력 안배를 할 때만 쓰일 뿐, 매 경기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용도로는 활용되지 못했다. 그 결과 전북은 ACL 탈락을 맛봐야 했다. 3관왕을 목표로 출발한 전북은 이미 FA컵과 ACL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지금부터 남은 시즌을 아무리 잘 마무리한다 해도 ‘턱걸이’ 정도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운명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