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헐크, 엘케손, 오스카르 봉쇄법을 찾지 못한 전북현대는 상하이상강과 승부차기 혈투로 끌려갔고, 아시아 무대에서 탈락했다.

26일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2019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을 가진 전북이 상강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1차전 역시 1-1이었던 두 팀은 연장전 후 승부차기를 치렀고, 상강이 5PK3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이번 시즌 주력 포메이션 중 하나인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전력 누수 없이 주전 선수들이 대거 출장했다. 원톱 김신욱을 좌우 윙어 로페즈, 문선민이 보좌하는 K리그 최강 조합이었다.

상강은 3-5-2 포메이션을 썼다. 중국슈퍼리그 사상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엘케손, 브라질 대표 출신 공격수 헐크가 투톱을 이뤘다. 한때 첼시의 주전이었던 미드필더 오스카르가 중원에 배치됐다. 3-5-2 포메이션은 투톱에게 공격을 모두 맡기고 나머지 8명이 수비적으로 뛸 때 조직력을 만들기 쉬운 포진이다.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브라질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로 최근 승승장구해 왔다.

그러나 상강 전술이 잘 먹히는 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심한 중국 구단끼리 맞붙을 때의 이야기였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고른 기량을 지닌 전북 상대로는 전술적 문제가 드러났다. 상강의 3-5-2 포메이션은 측면을 책임지는 선수가 윙백 한 명씩이다. 반면 전북은 풀백과 윙어가 2인 1조로 측면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상강의 중국인 수비진은 측면 열세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계속 이용이 노마크 상태로 방치되자, 이용은 특기인 얼리 크로스로 경기 초반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용의 킥이 김신욱의 머리를 향하는 패턴은 상강이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최종병기’였다.

상강 수비진의 기량이 브라질인 공격진을 보좌하기 버겁다는 건 전반 27분 전북의 선제골 장면에서 잘 드러났다. 상강 문전에서 전북의 복잡하고 정교한 공격이 통했다. 문선민이 수비수들을 등진 상태에서 짧은 패스를 빼줬고, 손준호가 논스톱으로 살짝 찍어 차 준 패스를 김신욱이 넘어지며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상강 수비수들은 힘뿐 아니라 조직력에서도 김신욱을 당해내지 못했다. 스리백이 한국의 원톱을 상대하는 상황에서도 몸싸움, 패스 길 차단 등 어떤 수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전북 수비는 상강의 스타 공격진을 봉쇄하지 못했다. 특히 헐크는 조직적인 공격이 막혔을 때 드리블로 혼자 슈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후반전에 상강이 더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 전북은 자주 수세에 몰렸다. 헐크는 전반과 후반에 각각 드리블 돌파 후 먼 거리 슛을 시도해 골대를 맞혔다. 실책이 잦았던 김진수가 자책골에 가까운 상황도, 페널티킥을 내줄 수 있는 상황도 겪었지만 모두 위기를 넘겼다.

상강이 점점 더 공세를 강화할 때, 전북은 전술적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내줬다. 상강의 공격 기회만큼 전북도 로페즈, 문선민 위주 속공으로 반격했지만 슈팅까지 이어지는 장면이 드물었다. 전북이 후반 중반까지 무실점을 유지한 건 송범근의 선방 덕분이었다. 송범근은 헐크, 아흐메도프 등의 결정적인 슛 기회를 여러 번 선방했다.

점점 밀리던 전북은 결국 엘케손과 헐크 콤비에게 당했다. 후반 35분 엘케손이 헤딩 패스를 떨어뜨렸고, 우왕좌왕하던 전북 수비가 헐크에게 슛을 허용했다. 헐크의 슛이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 느릿느릿 전북 골대 안으로 날아갔다.

이날 로페즈와 문선민의 좌우 돌파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전북은 여전히 김신욱 또는 윙어를 향한 롱 패스 외에 공격 전술이 없었다. 상강이 밀어붙일 때 포메이션을 바꾸거나 공 소유시간을 늘리는 등 능동적인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이 화를 불렀다. 전북의 조치는 후반 32분 임선영을 최영준으로 바꾸며 조금 수비적인 미드필더 조합을 만든 것이 전부였는데, 경기 흐름에 영향을 주지 못한 교체였다.

상강의 거친 플레이에 전북 선수들이 자주 막혔고, 연장전 막판 문선민이 화를 내다 퇴장을 당하는 등 아쉬운 판정이 이어졌다. 전북은 연장전 막판 헐크에게 일대일 기회를 내줬으나 이번에도 행운이 따라 아슬아슬하게 실점을 면했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북의 1번 키커 이동국을 제외한 모든 키커가 킥을 성공시켰다. 상강의 5번 키커 오스카르까지 깔끔하게 공을 차 넣으면서 승부차기가 끝났다. 전북은 초반 우세한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헐크 등 상대의 스타 공격진을 제어하지 못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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