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우치(폴란드)] 김동환 기자= 졌지만 지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당당히 은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젊은 태극전사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준우승 드라마로 마무리됐다. 예상치 못한 선전에 경기장에는 붉은 물결이 넘실댔다.

16일(한국시간) 폴란드의 우치에 위치한 스타디온 비드제브에서 우크라이나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 한국이 1-3으로 패배했다. 한국의 첫 결승 진출이자, 카타르 및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최고 성적이다. 

경기장에는 수 시간 전부터 많은 팬들이 몰렸다. 결승 진출 확정 후 급하게 비행기표를 구입해 전세계에서 우치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국은 물론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유럽은 물론 미국에 거주하는 교민들까지 응원에 나섰다. 

경기장에는 어림잡아 수 백여 명의 한국 팬들이 입장했다. 1만 8천여 좌석 중 대부분은 인접한 우크라이나에서 온 팬들이었다. 뒤늦은 입장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팬들은 고가의 암표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회 조직위로부터 각국 축구협회를 통해 배분된 응원단 몫의 입장권이 없었던 탓에 팬들은 뿔뿔이 흩어져 앉았다. 아담한 경기장이었기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 한 곳에 모이지는 못했지만 관중석 모든 구역에서 ‘대~한민국!’과 ‘오~필승코리아!’가 터져 나왔다.

비디오판독(VAR)에 이은 페널티킥 판정과 이강인의 득점에 뜨겁게 환호했다. 이역만리 밖의 우치가 아닌 마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함성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세 골을 내어주고 패배했다. 선수들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팬들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괜찮아!”,“잘 싸웠어!”, “힘을 내라! 한국!”등의 구호가 우크라이나 팬들의 함성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시상식이 펼쳐지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세레머니에 박수를 보냈다. 한국 만큼이나 멋지게 잘 싸운 그들이었다. 모든 시상식이 끝나고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았다. 경기장 곳곳에서 응원을 보낸 팬들에게 최대한 가깝게 다가갔다. 

본부석에서 시작해 다시 본부석으로 돌아오기까지 무려 9분이 걸렸다. 가다 서다 반복을 열두 번, 감사의 마음을 담아 12번째 선수들인 팬들에게 선수,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모두가 도열해 박수를 보내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같은 마음으로 함께 뛴 서로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주고 받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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