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우치(폴란드)] 김정용 기자= 18세 기준으로 볼 때, 이강인이 보여준 재능은 한국 축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편이다. 에이스로서 U20 월드컵 결승행을 이끌었다는 점만 봐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16일(한국시간) 폴란드의 우치에 위치한 스타디온 비드제브에서 우크라이나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 한국이 1-3으로 패배했다. 한국의 첫 결승 진출이자, 카타르 및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최고 성적이다.

이강인은 골든볼(MVP)을 수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연령별 대회 중 가장 권위와 규모가 큰 대회에서 받은 상이다. 이제까지 남자 선수는 FIFA 주관 연령별 대회 3위권에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2003년 수상자 이스마일 마타르(UAE) 등을 예로 들며 골든볼이 재능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골든볼 10명을 보면 세이두 케이타, 하비에르 사비올라,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구에로, 폴 포그바까지 대략 5명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절반 정도는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해 온 상이다.

이강인이 두 살 어린 상태에서 상을 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강인은 “이 나이 정도 되면 아무 차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건 자신감의 표현일 뿐, 실제로 2년 어리다는 건 그만큼의 실력 차로 이어지기 쉽다. 20세 이하 중 각국 A대표팀에서 자리 잡은 선수들이 빠졌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강인의 활약은 큰 가치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선수는 각 연령대마다 꾸준히 등장했지만, 세계 대회 활약으로 잠재력을 증명한 선수는 없었다. 이강인은 첫 번째 경우다.

이강인의 활약은 2골 4도움이라는 수치 이상이다. 특히 조별리그 3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보인 경기력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3, 4명이 전투적으로 달려들 때도 이강인은 기술과 지능의 우위를 활용해 어떻게든 압박을 빠져나가 패스를 연결했다. 집중력이 최고에 달했을 때는 상대 선수의 1, 2초 뒤 플레이를 예상하고 역이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강인은 패스의 정확도와 공을 다루는 기술만 좋은 선수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더 강한 선수다. 경기장 위의 동료를 파악하는 속도가 빠르고, 가장 위협적인 플레이를 계산해 실행한다. 패배한 결승전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제대로 활약하기 힘들 정도로 자신과 팀의 컨디션이 떨어지자, 미련 없이 측면으로 이동해 날카로운 왼발 킥을 활용했다. 이강인의 킥은 이때 사실상 한국의 유일한 공격 루트였다.

이강인을 가장 특별하게 하는 건 독특한 성격이다. 이강인은 천재 대접을 받아 온 선수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어려서부터 천재 칭호가 붙은 선수는 쉽게 거만해지고, 그 거만함을 원동력 삼아 성장하기도 한다. 반면 이강인은 그라운드 위에서 형들보다 더 프로다운 모습을 보인 반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놀리기 쉬운 막내 동생이 됐다. 계산적인 행동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근함으로 친화력을 발휘했다.

경기 중 이강인은 형들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형들에게 "넌 우리를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으며 엉덩이를 꼬집힌다. 이강인의 이런 성격은 한국이 유독 강한 응집력으로, 힘든 일정 속에서도 밝게 웃으며 결승까지 진출한 배경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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