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루블린(폴란드)] 김정용 기자=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이 말한 ‘꾸역꾸역 팀’이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며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12일(한국시간) 폴란드의 루블린에 위치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에콰도르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4강전을 치른 한국이 에콰도르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은 16일 우치에서 우크라이나 상대로 치른다.

한국은 앞선 경기들과 달리 초반부터 웅크려들지 않고 팽팽한 경기를 했다. 에콰도르는 한국을 압도할 만한 강팀이 아니었고, 한국 수비의 약점인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스타일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에게 수비 부담을 크게 주지 않고 전방에 머무르게 했다.

한국과 에콰도르 모두 무리하지 않으면서 초반은 큰 기회도, 위기도 없이 진행됐다. 두 팀을 통틀어 가장 위협적인 공격루트는 이강인과 최준의 호흡이었다. 이강인이 공을 지키다 오버래핑하는 왼쪽 윙백 최준에게 스루 패스를 하는 패턴이 여러 번 통했다. 전반 13분에는 최준의 크로스를 이강인이 받았으나 트래핑하다 수비가 붙어 유효슈팅을 만들지 못했다. 에콰도르는 돌파와 중거리 슛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전반 38분 에콰도르의 결정적인 득점기회가 아슬아슬하게 무산됐다. 레오나르도 참파냐가 롱 패스를 뒤꿈치로 절묘하게 받아낸 뒤 날린 왼발슛이 한국의 크로스바를 때렸다. 경기를 장악하지 않으면서도 결정적인 골을 하나씩 넣고 여기까지 올라온 에콰도르의 저력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1분 뒤 선제골을 터뜨렸다.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 이강인이 공을 문전으로 올리지 않고 옆에서 중앙으로 빠져들어가는 최준에게 스루 패스를 했다. 허를 찔린 에콰도르 수비 사이에서 최준이 오른발 논스톱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에 에콰도르가 더 적극적인 크로스와 중거리 슛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한국은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잘 버텨나갔다. 오히려 후반 9분 공격 가담 능력이 좋은 조영욱을 김세윤 대신 미드필더로 투입해 역습의 위력을 높였다. 후반전 초반 에콰도르의 레오나르도 참파냐와 곤살로 플라타가 거친 플레이로 연속 경고를 받았다. 후반 26분 한국이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넘겼다. 크로스 후 흐른 공을 디에고 팔라시오스가 논스톱 중거리 슛으로 마무리했고, 이광연이 간신히 쳐냈다.

한국은 후반 28분 이강인을 이번 대회 가장 이른 시간에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박태준을 투입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조영욱을 활용한 빠른 역습과 에콰도르의 적극적인 공세가 교환되며 언제든 골이 날 수 있는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

에콰도르가 공격 숫자를 늘리며 더 적극적인 공격에 나서자, 한국은 부상 당한 미드필더 고재현 대신 윙어 엄원상을 교체 투입했다. 이를 통해 측면 수비를 강화한 3-4-3 포메이션으로 전환하고, 엄원상의 빠른 발을 활용해 역습도 노렸다. 후반 41분 엄원상이 오세훈과 패스를 주고 받고 침투해 골망을 가랐으나 오프사이드로 무산됐다.

에콰도르는 후반 막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연거푸 잡았으나 한국이 가까스로 넘겼다. 후반 45분 세트피스 후 땅볼 크로스를 참파냐가 노마크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추가시간에는 에콰도르의 집요한 공격에 이어 슛이 한국 골망을 흔들었으나 앞서 롱 패스 과정에서 오프사이드가 있어 무효 선언됐다. 참파냐가 추가시간 날린 결정적 헤딩을 이광연이 극적으로 쳐냈다.

한국은 한 골 차로 앞서고 있을 때 이강인을 빼며 승부를 걸었고, 결국 승리를 지켰다. 남은 건 우승 도전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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