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조부상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기로 한 이승우(엘라스베로나)가 간절한 마음으로 이란전 출전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11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이 펼쳐진다. 한국은 지난 8년간 이란의 벽을 넘지 못했고, 최근 5경기에서는 1무 4패로 열세를 보였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이란의 벽을 반드시 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하다. 이란전을 기다리는 이승우의 각오는 더 남다르다.

이란전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이승우가 조부상을 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갑작스런 비보를 접한 이승우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예정돼있던 오전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경기도 수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뒤 10일 저녁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복귀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평소 가족 일과 관련해선 선수들을 적극 배려하는 편이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여동생의 결혼식을 앞둔 이청용을 한국으로 잠시 돌려보냈고, 김태환도 이번 소집 기간에 훈련을 하루 빠지고 형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에게도 “가족이 최우선”이라며 퇴소 여부를 직접 결정하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이승우는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조기 퇴소가 아닌 외출을 선택했다. 강한 출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우는 그동안 대표팀에 꾸준히 부름을 받았지만, 경기에 나선 적은 많지 않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치른 15경기 중 단 한 번도 선발로 나서지 못했고, 교체로만 그라운드를 밟았다. 출전시간을 모두 합쳐도 총 42분 남짓이다. 경기 출전에 대한 갈증이 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프로 무대는 냉정하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모여 있는 대표팀은 더욱 그렇다. 벤투 감독도 선수 교체에 인색하단 지적에 “대표팀은 모든 선수들에게 고른 출전 시간을 주기 위한 곳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조부상으로 슬픔에 빠진 가족들을 뒤로 하고 다시 파주NFC로 발길을 돌린 이승우는 이란전 각오를 단단히 했을 것이다.

이승우는 최근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출전 기회를 부여받을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출전 여부는 감독님이 선택하실 문제다. 선수들은 기다릴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승우가 이란전에서는 그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이승우가 슬픔을 딛고 그라운드 위에 설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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