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한국이 이란을 상대로 8년 만의 승리에 도전한다. 이란도 한국에 맞불을 놓겠다고 선언하면서 앞서 치른 호주전과는 공기가 사뭇 달라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을 상대로 평가전을 갖는다. 지난 7일 호주를 1-0으로 제압한 한국은 기세를 몰아 ‘천적’ 이란까지 잡겠단 각오다.

벤투 감독은 호주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지만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6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3장만을 사용했고, 그로인해 교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주전 기용을 고집하는 까닭에 로테이션에 인색하다는 비난을 비롯해 평가전의 목적을 잊고 결과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군을 대동한 호주를 상대로 한 총력전이었기 때문에 비난은 더 거셌다. 전술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벤투 감독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힘을 빼고 나선 호주를 상대로 한 총력전이 과연 의미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그러나 이란전은 다르다. 양 팀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나란히 총력전을 예고했다. 벤투 감독은 “좋은 경기력에 결과까지 챙기는 것이 이란전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고, 이란의 마르크 빌모츠 감독도 “평가전이지만 중요한 경기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경기에서 패하는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실제로 이란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했던 멤버를 주축으로 최정예 명단을 꾸려 한국 원정에 나섰다. 지난 7일 빌모츠 감독 체제에서 치른 첫 경기에서 시리아에 5-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베테랑 수비수 에산 하지사피도 “한국을 괴롭히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한국은 그동안 이란과 질긴 악연에 시달렸다. 최근 5번의 맞대결에서 1무 4패를 기록했고, 이란을 상대로 가장 최근 승리한 경기는 지난 2011년 1월 아시안컵 8강전(1-0 승)으로 8년 전의 일이 됐다. 이란과의 악연이 8년 동안 이어져온 셈이다.

이란을 상대로 좋지 않았던 기억은 선수들에게도 강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이용도 “이란을 이긴지가 오래됐다”며 이번만큼은 승리를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란전을 기다리고 있는 축구 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벤투 감독은 호주전에서 3백을 가동하며 플랜B를 실험했다. 그러나 플랜B 실험은 중원에서부터 상대에게 압도당하면서 큰 소득 없이 끝났다. 벤투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실험을 하더라도 큰 틀은 변함 없다”며 실험 가능성도 넌지시 내비쳤지만, 결과의 중요성이 더 커진 이란전에서 실험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을 할 가능성이 크다.

플랜A로 돌아가거나, 좌우 윙백과 중원 조합을 달리해 다시 한 번 3백 시험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승리에 가까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조금은 느슨하던 호주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고,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해온 라이벌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질긴 악연을 끊고자 하는 한국과 빌모츠 감독 체제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이란, 두 팀 모두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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