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루블린(폴란드)] 김정용 기자= 한국이 U20 월드컵 4강에 오른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체력이다. 오성환 피지컬 코치가 취재진의 요청에 따라 한국의 체력 준비가 얼마나 잘 돼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U20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루블린의 아레나 루블린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4강전을 갖는다. 경기에 앞서 11일 같은 장소에서 한국이 최종 훈련을 가졌고, 훈련 직전 오 코치가 취재진과 만났다.

정정용 감독은 대회 개막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체력 준비 상태가 최고다”라고 자신한 바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록을 봐도 한국의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된다. FIFA는 각 팀에 경기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한국은 매 경기 상대보다 많이 뛰었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더 많이 뛴 팀이 이기는 경향이 있다”며 체력이 대회 트렌드라고 말했다.

 

3단계 체력 프로그램 “컨디션이 원래 좋았는데, 거기서 더 끌어올렸다”

체력 준비는 3단계로 진행됐다. U20 대표팀은 지난 4월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뒤 1차 체력상승을 위한 고강도 훈련을 진행했다. 2단계는 5월에 진행된 폴란드 전지훈련이었고, 3차는 경기가 열리는 도시에서 진행한 실전용 훈련이었다. 프로그램은 같았지만 훈련의 강도와 양에 변화를 줬다.

축구에서 요구되는 스피드, 근력, 지구력 세 가지 신체능력을 모두 향상시키기 위해 첫 경기 4일 전까지 계속 힘을 쏟았다. 그리고 첫 경기가 열리는 비엘스코비아와로 왔을 때 구간 달리기 테스트를 통해 지구력이 향상됐는지 확인했는데, 만족스런 데이터가 나왔다. 이때 체력에 대한 자신이 생겼다.

“우리가 파주에서 소집했을 때, (K리그의)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상태는 이미 좋았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것보다 더 좋은 상태를 원하셨다. 좋은 체력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건 나도 원했던 바다. 그래서 주기화를 통한 운동 강도 조절을 소개해드렸고, 감독님도 스포츠 과학 지식에 기반해 허락을 해 주셨다. 그래서 감독님,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선수들이 피지컬 훈련을 100% 소화해 줬다.”

조별리그에 맞춰 준비하지 않았다, 체력은 충분하다

흔히 국제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조별리그에 체력 준비를 맞추고, 우승후보는 결승전에 맞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오 코치는 이런 통념이 허구라고 말했다. “사실 첫 경기에 맞췄다거나 4강에 맞췄다거나 그런 건 없다. 스포츠 과학적으로 그런 개념은 없다. 대회 시작할 때부터 120분 체력을 만들자고 준비했다.”

한국은 휴식시간이 다른 팀에 비해 짧았고, 8강 세네갈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기 때문에 체력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 코치는 현재 컨디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밝혔다. 뒤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며, 그 정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대회 개막 당시 체력이 100%였다면 현재는 70% 정도가 남아 있다.

“에콰도르의 전술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체력도 분석한다. 체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에콰도르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코칭 스태프와 지원 스태프의 회복을 위한 헌신이 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뒤쳐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경기 중 탄수화물 섭취, 다음날은 체리주스를 마시는 이유는

한국은 후반전에 폭발력을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반전에 움츠렸다가 후반전에 반격하는 정 감독의 전술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이 후반전에 더 좋은 지구력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반전이 끝나면 지원 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빠르게 접근해 얼음찜질 등으로 몸을 식힌다. 근육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또한 후반전에 쓸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탄수화물 음료를 마신다. 100% 탄수화물로 된 음료인데, 위에 들어가서 혈액까지 흡수(글리세믹 인덱스)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과거에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먹었던 바나나보다 더 빠르게 영양 보충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음료를 한국에서부터 대량으로 공수해 왔다.

선수들은 오 코치가 체리주스를 자꾸 권하는 걸 재미있어 한다. 체리주스는 경기 후 손상된 근육을 회복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식품이다. 그래서 경기 후와 다음날 아침, 저녁으로 섭취한다.

 

한국 선수의 고질적인 문제는 근력, 이젠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

오 코치는 대한축구협회 피지컬 전임지도자인 동시에 기술위원회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분과위원으로 일해 왔다. 한국의 연령별 선수들의 신체적 특징, 역대 연령별 국제대회에서 보인 장단점을 오랫동안 분석했다. 그 결과 얻은 교훈을 이번 팀에 적용했다. 근력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은 고질적으로 근력이 부족하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도 같은 현상을 겪고 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관련된 문제다. 그래서 이를 강조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파주부터 집중적으로 많이 해서 어느 정도 보완했다.”

 

피지컬에 큰 비중 둔 정정용 감독의 전폭적 지원

정 감독은 오 코치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신뢰하고 팀 스케줄에 반영했다. 오 코치는 “감독님이 전술도 뛰어나시지만 스포츠 과학에 조예가 깊으시다. 내가 봐도 많은 걸 알고 계신다. 감독님의 목표는 체력 상승이었다”라고 말했다. 오 코치는 이론적으로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현장 경험은 많지 않다. 오 코치의 주장을 신뢰함은 물론 체력 준비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정 감독 스스로 이해하고 있기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오 코치는 “혼자 하면 부담이 됐을 거다. 그런데 감독님도 스포츠 과학에 조예가 깊고, 지원 스태프들도 희생을 많이 해 줬다. 다른 선생님들도 도와주시면서 혼자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팀 전체가 함께 만들어 온 체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오성환 U20 대표팀 피지컬 코치(37세)
연세대 체육교육과
독일 보훔대 스포츠과학대학원 트레이닝과학 석사
독일 라이프찌히 스포츠과학대학원 트레이닝과학 박사과정
현 KFA 피지컬 전임지도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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