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손흥민이 풀타임 활약했다. 피로한 기색도 있었다. 하지만 의지는 컸다. 다행히 승리로 부산의 뜨거운 함성에 보답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호주와 맞붙었다. 지난 1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소화하고 뒤늦게 합류한 손흥민은 신체 리듬이 시차에 적응할 최소한의 시간도 없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틀간의 훈련을 통해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6월 A매치 2연전의 1차전인 호주전에 손흥민이 풀타임을 소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시계를 조금만 돌려보면 대표팀 소집 자체가 혹사라는 시선도 있었다.

손흥민은 꿋꿋이 버텼다. 무거웠다.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진들은 후반 중반까지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호주, 이란과 두 차례 평가전은 다가올 카타르 월드컵 예선을 준비함에 있어 사실상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준비 과정이다"며 "손흥민 처럼 유럽에서 한 시즌을 마치고 온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상황에서 경기를 하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로도는 체력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봐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월드컵 예선에 돌입하면 손흥민 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시즌 중 짧은 일정으로 장거리 여정을 소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벤투 감독은 체력적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극한의 손흥민의 모습이 동료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무언의 메시지도 고려했다.

물론 전술적인 부분도 고려했다. 호주전에서 손흥민은 그간 좀처럼 발을 맞추지 않았던 황희찬과 선발 투톱을 이뤘다. 더욱 큰 그림을 보면 스리백을 바탕으로 하는 3-5-2 전술을 활용했다.

벤투 감독은 "호주전에서 포메이션 변화를 줬지만, 결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기반으로 기본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는 경기를 추구했다"며 "공격과 수비 모두 나름의 준비를 했지만 공격 면에서 상대의 1차 저지선을 뚤어낸  이후의 공격 전개와 마무리에는 부족함도 발견했다"고 했다.

호주전에서 벤투 감독의 시야는 당장의 평가전, 몇몇 선수 개인의 평가 보다 월드컵 예선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팀의 구심점이 될 수 밖에 없는 손흥민을 활용하며 전술적인 다양성을 실험함과 동시에 승리라는 결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손흥민도 화답했다. 경기 후 "힘들어도 내가 더 잘 관리하고 컨트롤하면 된다"며 대표팀 선배 및 팬들의 우려가 나도는 점에 대해서는 "형들, 팬들 입장 이해한다. 이거는 약속드릴 수 있다. 능력이 되는 한 최대한 오래 대표팀 생활을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되는 이란과의 경기에서도 손흥민의 질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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