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얼마나 서러웠던 것일까.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컸길래 한국나이 서른이 넘은 선수가 운동장에서 눈물을 훔치는 걸까.

터키 페네르바체의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바로니(30)가 26일 벤피카과의 ‘2012/2013 UEFA 유로파리그’ 4강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뜨거운 눈물을 보여 이를 보는 축구팬의 마음을 적셨다.

0-0 팽팽하던 전반 막바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공을 좌측 하단을 향해 강하게 찼다. 슛의 세기, 각도가 좋았기에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런데 공은 그만 골대를 강타하고 골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크리스티안은 하프타임 휴식을 위해 라커룸으로 향하면서 유니폼 상의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떨궜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실축에 대한 미안함이 컸던 모양이었다. 디르크 카위트를 비롯한 페네르바체 동료들이 모여들어 위로했으나 좀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크리스티안의 간절함이 전해진 걸까. 전반부터 맹공을 펼치던 페네르바체는 네 번 골대를 맞춘 끝에 후반 27분 에메겐 코르마츠의 헤딩골로 1-0 승리했다. 크리스티안은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

2011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란과의 3,4위전에서 당시 와일드카드였던 박주영은 하프타임에 눈물을 머금은 채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 한국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3위를 달성했다. 페네르바체도 계속된 골 침묵 속에 분위기가 처질 수 있는 상황에서 크리스티안의 눈물로 다시 똘똘 뭉쳐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페네르바체 아이쿠트 코카만 감독도 크게 감동한 눈치인데, 그는 “크리스티안이 원한다면 계속해서 그에게 페널티킥 키커를 맡길 생각”이라고 했다. 올 시즌 유로파리그 13경기에서 3골 3도움 맹활약한 그를 굳이 질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크리스티안은 브라질 명문 플라멩구, 코린치안스를 거쳐 2009년부터 페네르바체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의 인기는 급상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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