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포르투갈이 강팀이기 때문에 지키면서 해야 했는데 초반에 잘 되다보니까 라인을 올렸다. 흥분한 것이 문제였다.” (김현우)

의욕이 앞서다보면 일을 그르칠 때가 있다.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포르투갈을 만난 한국이 그랬다.

25일(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엘스코비아와에 위치한 스타디온 미예스키에서 열린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F조 1차전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에 0-1로 패했다. 의욕이 앞선 탓에 수비라인을 끌어올렸고, 상대에 역습을 허용하면서 전반 6분 만에 트린캉에게 실점하고 말았다. 이 장면은 결국 승패를 가른 뼈아픈 실점이 됐다.

선수들은 용감했다. 경기 시작부터 치고 올라가면서 포르투갈에 맞섰다. 뒤로 한발 물러나 상대의 공격을 버텨낸 뒤 한방을 노릴 것이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뜨거운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화를 자초했다. 수비라인을 하프라인 가까이 끌어올린 탓에 공격 전개가 차단된 뒤 이어진 상대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아차 싶었던 한국은 최준과 김현우 등 수비수들이 트린캉을 따라잡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지만, 빠른 발을 갖춘 데다 이미 몇 발 앞서있는 트린캉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국은 경기가 잘 풀리는 줄 알고 낙관하던 상황에서 허무하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회했지만 물을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정정용 감독은 “초반에 너무 덤볐다”며 경기 초반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것을 아쉬워했다. 아쉽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최준은 “처음 들어가자마자 붙어보니까 생각보다 할만 했다. 그래서 덤벼들었는데, 패스가 잘리고 역습에 당했다”며 당시 상황을 곱씹었고, 조영욱도 “기다렸어야 했는데 의욕이 앞서서 전진하다가 역습으로 골을 먹었다. 냉정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선수들은 격전지 폴란드로 떠나기 전 너나할 것 없이 우승을 이번 대회 목표로 꼽았다. 막연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첫 경기부터 강팀을 만났고, 현실의 벽을 마주해야 했다. 물론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상대로 한 골만 내줬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래서 경기 초반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오버페이스가 더 뼈아프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좋지만, 큰 무대에서 냉정함은 필수다.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어린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감정 조절에 실패한 나머지 손쉽게 선제골을 내준 포르투갈전은 결과적으로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차갑게, 포르투갈전이 선수들에게 남긴 중요한 교훈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