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부상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격전지 프랑스에 동행하지 못하게 됐지만, 윤영글(경주한수원)은 마지막까지 팀 동료들과 함께했다.

20일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출정식이 열렸다. 출정식 행사를 모두 마친 뒤 삼삼오오 모여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는 팬들 사이로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빨간 유니폼을 입고 그 자리에 함께 있었을 수문장 윤영글이었다.

윤덕여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윤영글을 일찌감치 주전 골키퍼로 낙점했다. 오랫동안 골문을 지켜온 김정미(인천현대제철)가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세대교체가 절실해졌고, 윤영글에게 향후 대표팀의 골문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15년 첫 태극마크를 단 윤영글은 작년부터 기회를 꾸준히 늘려가며 윤덕여호의 차기 수문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월드컵 출전이 무산되고 말았다. 윤덕여호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월드컵 첫 출전을 기대하고 있던 윤영글도 속상하긴 마찬가지였다. 윤영글은 4년 전 2015 FIFA 캐나다 월드컵에 함께했지만, 베테랑 수문장 김정미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경기에 나서진 못했다. 부상으로 인한 이번 월드컵 명단제외가 그래서 더 아쉽다. 그러나 윤영글은 이날만큼은 속상함을 뒤로 하고, 밝은 얼굴로 이금민, 정영아 등 선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출정식을 찾았다”던 윤영글은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명의 부상도 없이 좋은 결과를 얻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진심을 담은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윤영글을 대신해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의 골문을 지키게 된 강가애도 “(윤)영글 언니가 욕심을 갖고 월드컵에서 자신감 있게 하라고 말해줬다”며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윤영글이 함께하지 못하게 된 윤덕여호는 강가애, 정보람, 김민정으로 골키퍼 포지션을 꾸렸다. 세 선수의 A매치 경력을 모두 합쳐도 18경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은 윤영글과 김정미 등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된 언니들의 공백을 잘 메우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언니들의 부상으로 세대교체 아닌 세대교체가 돼버렸다”던 정보람은 “언니들 몫까지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월드컵 무대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던 선수들은 최종 명단이 발표될 당시에도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부상으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어도 마지막 자리까지 함께였던 윤영글과 함께하지 하지 못한 선수들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한 선수들, 모두가 한 팀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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