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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1st] ‘감히 데로시를 쫓아내?’ 로마 팬들, 국제적 반대 행동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5.17 08:00

[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사랑하는 사람이 집안 반대로 갑자기 떠나 버렸다. AS로마 팬들은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속에서 요즘을 산다. 다니엘레 데로시가 구단의 존중을 받지 못하며 갑자기 내쳐졌다고 느끼는 중이다. 팬들은 국제적인 항의 운동까지 조직하고 있다.

데로시가 로마를 떠난다는 사실은 14일(한국시간)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데로시는 로마 태생이고, 유소년팀을 거쳐 2001년 1군에 데뷔했다. 36세가 된 지금까지 미드필드를 이끌어 온 ‘살아있는 전설’이다. 선배 프란체스코 토티가 은퇴한 2017년 여름부터 정신적 지주 역할도 해 왔다. 여전히 주전급 멤버지만 갑자기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로운 팀을 찾는다’는 발표가 났다. 로마 팬들은 혼란에 빠졌다.

선수가 아니라 구단이 이별을 원했다. 로마 측이 데로시에게 ‘재계약 제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통보한 건 발표를 겨우 하루 앞둔 날이었다. 평화로운 의견 조율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다. 귀도 플렝가 로마 CEO는 “선수로서 재계약은 안 하지만 데로시가 팀에 남았으면 했다. 직책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선수 은퇴 후) 구단 운영에 참여하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데로시는 로마의 결정과 그 방식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데로시는 기자회견에서 “난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다. 구단과 의견이 달랐다”고 말했다. 아무에게도 유감은 없다고 했지만 “만약 내가 단장이라면, 나 같은 선수에게 재계약을 제의할 것이다. 나는 경기력도 좋고 라커룸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해결해 왔다”며 재계약을 제의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로마 팬들은 집단 반발을 시작했다. 로마 시내 곳곳에 “로마는 그저 장사꾼 구단” “로마는 선수들의 장례식장”이라는 내용의 걸개가 걸렸다.

일부 팬들은 훈련장으로 찾아갔다. 훈련장 관중석에서 항의 움직임을 보이자 데로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 리키 마사라 스포츠 디렉터가 팬들에게 다가가 비를 맞으며 대회를 나눴다.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 등 현지 매체와 온라인에 퍼진 후기에 따르면, 데로시는 “보스턴(제임스 팔로타 회장이 있는 곳)에서 온 결정을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로마를 넘어 런던 시내에도 항의하는 걸개가 걸렸다. “처음엔 토티, 이번엔 DDR(데로시). 발디니는 벌레다”라는 내용의 이탈리아어다. 제팔로타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프랑코 발디니 전 로마 단장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 발디니 전 단장은 런던에 살고 있다.

라니에리 감독은 이후 인터뷰에서도 데로시 관련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로마는 19일 사수올로와 원정 경기를 갖는다. 라니에리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누가 데로시를 내보내는 거냐고, 팬들이 자꾸 묻는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런던과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회장과 그 측근이 사는 곳이다. 팔로타 회장의 미래 계획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데로시가 우리 주장이고 우리의 역사적인 인물인 이상, 그와의 결별은 다른 방식으로 다뤄졌어야 했다. 그래서 데로시가 더 나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야 했다. 데로시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구단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했다. 다만 “축구는 이런 것이다. 구단이 변화를 원한다면 새로운 선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말했다.

데로시는 애초 미국프로축구(MLS) 등 경쟁이 덜한 타 대륙 진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적인 명문 구단들이 데로시의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다. 맨체스터시티, 파리생제르맹(PSG), 보카주니어스 등이다.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이에른뮌헨 감독 시절에도 노장인 사비 알론소를 영입해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한 경험이 있다. 또한 맨시티는 로마 소속 노장 미드필더였던 다비드 피사로를 임대 영입한 팀이기도 하다. PSG는 이탈리아 대표 노장 미드필더 티아구 모타를 주전으로 기용해 큰 효과를 봤고, 모타가 지난해 은퇴한 뒤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가장 의외인 후보지는 보카다. 보카는 로마 수비수로서 데로시의 동료료 뛰었던 니콜라스 부르디소가 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부르디소 단장의 인맥으로 유럽 출신 슈퍼스타를 영입한다는 것이 보카의 계획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칼초메르카토 캡처, 레푸블리카 캡처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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