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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1st] 토트넘의 성공 비결, 다양하게 준비된 ‘카운터 전술’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5.16 12:15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토트넘홋스퍼는 선수 영입이 되지 않았고 시즌 내내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진출해 구단 역사상 최고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바탕에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다양한 전술과 오래 조련된 선수들이 있다. 손흥민도 물론 그 중 주축이다.

 

멀티 포지션 능력으로 선수 활용도 극대화

토트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단 한 명의 1군 선수를 영입하지도, 방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겨울에 무사 뎀벨레를 팔았다. 손흥민의 시즌 초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팀 차출,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의 부상을 비롯해 많은 주전 선수들이 이탈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유연한 운영을 통해 선수단의 잠재력을 극대화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가장 다양한 포메이션을 구사한 팀 중 하나다. 포체티노 감독은 전방 압박에 거의 집착하는 마르셀로 비엘사 리즈유나이티드 감독의 제자다. 스승을 따라 포체티노 감독 역시 전방 압박과 경기 장악을 중시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2016/2017시즌에는 4-2-3-1 포메이션과 강한 압박 위주로 시즌 내내 비슷한 전술을 썼다. 지금은 다양성이 더해졌다. 몇 년째 손발을 맞춘 선수들을 통해 다양한 포메이션을 병행할 수 있는 팀으로 발전했다.

토트넘이 이번 시즌 EPL과 UCL에서 구사한 선발 포메이션은 10가지(이하 ‘후스코어드’ 기준)나 된다. 늘 써 오든 4-2-3-1 포메이션을 18회로 가장 많이 구사했다. 이번 시즌 ‘필살기’로 활용한 4-3-1-2 포메이션을 13경기에서 썼다. 3-5-2, 3-4-1-2 등 스리백 계열 전술을 더하면 13경기다. 그밖에 4-3-2-1, 4-4-2, 4-3-3 등 현대축구에서 흔히 쓰는 포메이션은 거의 다 활용한 시즌이다.

이처럼 다양한 전술 운용을 위해서는 멀티 포지션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필요하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이 유행시켰고, 한국의 파울루 벤투에 이르기까지 현대 축구 감독들이 꼭 필요로 하는 덕목이다.

토트넘 1진 중 대표적인 멀티 포지션 능력의 소유자로는 무사 시소코가 있다. 시소코는 기본적으로 중앙 미드필더지만 4-4-2의 측면 미드필더, 4-2-3-1의 오른쪽 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다. 4-3-1-2 포메이션에서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한다. 한 경기 안에서 선수 교체 없이 전술을 바꿀 때 시소코의 위치 변화가 필요하다.

손흥민 역시 멀티 포지션 능력으로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변화를 가능케 하는 선수다. 손흥민은 4-3-1-2에서 투톱, 4-2-3-1에서 원톱과 2선 공격의 모든 위치를 소화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루카스 모우라와 비슷하다. 손흥민이 모우라와 차별성을 갖는 건 4-4-2 포메이션의 좌우 미드필더로서 수비적인 역할을 맡았을 때 매우 성실하게 풀백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모우라와 손흥민이 동시에 출장한 경기에서 수비를 강화하고 싶을 경우 손흥민을 측면 미드필더로 내리고 모우라를 최전방에 남겨두는 모습을 보였다.

본업인 레프트백에서 경기력이 떨어진 대니 로즈도 멀티 포지션 능력을 통해 팀에 기여한다. 4-2-3-1의 왼쪽 윙어를 맡을 수 있기 때문에 급히 전술 변화를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로즈를 윙어에 배치하면 측면 수비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급할 때는 중앙 미드필더에 가까운 역할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이번 시즌 토트넘 1군 선수 24명이 실제로 소화한 포지션만 반영해 선수층 두께를 확인할 경우, 일부 포지션은 5명까지도 선수층이 형성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윙어 자리를 한 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로 에릭 라멜라,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시소코, 모우라가 있다. ‘고작’ 더블 스쿼드에 불과한 유일한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다. 멀티 플레이어가 많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의 부상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 이처럼 풍부한 선수층은 2진급 선수 올리버 스킵을 벤치에 둬야 했던 시즌 막판 결정적인 경기에서 힘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줬다.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이기는 포체티노의 ‘카운터’ 포메이션들

같은 베스트 멤버로 다양한 포메이션을 오갈 수 있고, 10분마다 전술을 바꿔도 큰 혼란 없이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이번 시즌 토트넘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런 선수단을 바탕으로 상대 전술에 상성상 유리한 카운터 포메이션을 즐겨 썼다. 특히 UCL 토너먼트에서는 6경기 중 한 번도 같은 포메이션을 반복하지 않고 계속 전술을 바꿨다.

카운터 포메이션으로 대표적인 건, 상대가 4-3-3을 쓰면서 후방 플레에이커를 둘 경우 토트넘은 4-3-1-2로 대응하는 것이다. 첼시의 조르지뉴, 맨체스터시티의 페르난지뉴 또는 일카이 귄도간 등 빌드업 기점이 후방에 있을 경우 쓰는 전략이다. 상대의 한 명 뿐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그리 강인하지 못하다는 점을 파고들기 위해 토트넘은 중앙 공격에 초점을 맞춘다. 상대 풀백이 전진한 배후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토트넘 투톱이 측면으로 빠져나가며 공을 받는다. 이때 손흥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대가 속공 비중이 높고 공격 일변도인 팀일 경우, 토트넘은 3-5-2나 3-4-1-2 등 스리백 계열 포메이션으로 대항한다. 아약스와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효과를 본 방식이다. 파이브백에 가까운 수비진으로 상대의 속공 기회를 최소화한다. 토트넘은 원톱이 아닌 투톱을 쓰기 때문에 상대보다 더 위협적인 역습을 할 수 있다.

상대가 전술적으로 큰 특징이 없거나, 토트넘의 홈에서 역량을 극대화하고 싶을 경우에는 평소 전술인 4-2-3-1로 돌아갔다. 맨시티와 아약스를 상대로 원정에서는 맞춤 전술을 썼지만, 홈에서는 모두 4-2-3-1로 돌아가 승리를 따냈다.

한 경기 안에서도 전술 변화가 현란한 건 마찬가지다. 특히 UCL 8강 2차전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3골을 득점(3-4 패배, 1차전 1-0 승리를 바탕으로 4강 진출)했을 때는 90분 동안 최소한 7차례 전술을 바꿨다.

맨시티전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4-3-1-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해 난타전을 벌이며 이득을 봤다. 이후 경기장을 넓게 쓰는 맨시티를 막기 위해 선수 교체 없이 4-2-3-1, 이어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실점 이후 다시 공격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는 역시 교체 없이 4-2-3-1로 다시 전환할 수 있었다. 막판에는 수비적인 선수들을 연거푸 투입하면서 4-4-1-1, 5-4-1로 포메이션을 바꿨다.

멀티 플레이어의 가치는 전반 41분 잘 드러났다. 수비적인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가 부상으로 빠지자,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온 델리 알리를 그 자리로 이동시킨 뒤 스트라이커 요렌테를 투입했다. 일번적으로 볼 때 수비력 저하를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알리는 뛰어난 전술 소화 능력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손흥민의 전술 소화 능력도 성장

포체티노 감독 아래서 뛰는 동안 손흥민은 27세가 됐다. 선수로서 원숙해지는 시기다. 전술 소화 능력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발전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현역 시절 비엘사 아래서 뛰며 전술 소화 능력이 향상됐다고 밝힌 바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비엘사의 시스템을 따르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그 전까지 나는 스타였지만, 비엘사는 한 명의 평범한 병사가 되길 원했다”고 회고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에게 ‘병사’가 될 것을 주문한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시절인 2012/2013시즌 이미 빅 리그에서 시즌 10골을 넘길 수 있는 득점력을 갖췄다. 득점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달라진 건 팀 플레이 능력이다. 분데스리가 시절 0~4회 사이였던 어시스트 기록이 최근 3시즌 연속 6개로 늘어났다. 분데스리가 시절 최대 80.3%였던 패스 성공률은 최근 두 시즌 연속으로 85%를 넘겼다. 자신의 실책으로 소유권을 잃어버리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손흥민이 폭발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안정감과 전술 소화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는 증거들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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