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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1st] 봄 맞은 슈퍼매치, ‘관중+스토리+재미' 다 챙겼다
유지선 기자 | 승인 2019.05.06 11:53

[풋볼리스트=수원] 유지선 기자= 봄기운이 만연하던 어린이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원삼성과 FC서울의 87번째 슈퍼매치가 펼쳐졌다. 올 시즌 최다 관중을 비롯해 슈퍼매치만의 스토리, 여기에 극적인 골까지 더해지면서 슈퍼매치가 모처럼 진짜 봄을 맞았다.

5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0라운드 경기는 수원과 서울의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자’고 약속한 양 팀은 실제로 그라운드 위에서도 치받는 양상으로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수원과 서울이 90분 동안 총 30번의 슈팅을 기록했을 정도다.

최근의 슈퍼매치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경기가 펼쳐지면서 긴장감이 떨어졌고, 팬들의 관심 밖으로 서서히 밀려나는 듯했다. K리그 흥행보증 수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출발이 좋다. 올 시즌 K리그 최다관중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이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는 24,019명의 축구팬들이 관중석을 메웠다. 물론 슈퍼매치 최다 관중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13,122명의 관중수를 기록할 정도로 싸늘했던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매치를 앞두고, 양 팀 감독이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은 상당했다. 재미와 성적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승부는 양 팀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결과일지라도 약속한대로 재미만큼은 확실히 챙겼다.

‘팬들을 위해 즐거운 축구를 하자’고 약속한 최용수 감독과 이임생 감독은 경기 전 주심에게도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경기 직전 취재진과 만난 이임생 감독은 “경기 전 경기감독관과 양 팀 감독의 사전미팅 시간에 최 감독과 함께 주심에게 경기를 끊지 말고 최대한 흐름을 이어가달라고 부탁했다. 승패를 떠나 K리그 팬들을 만족시키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수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작년에는 0-0으로 끝난 슈퍼매치를 관중석에서 지켜봤었다. 그런데 다시 이 자리에 왔다. 슈퍼매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정말 피를 말린다”며 고개를 내젓더니 이내 “질 땐 지더라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1-1의 스코어가 말해주듯 수원과 서울은 경기 내내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보기 드문 상황도 여럿 발생했다. 전반 초반 홍철이 박동진의 급소를 움켜잡는 파울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았고, 후반전에는 신세계가 고요한과 경합하는 과정에서 축구화 스터드에 얼굴을 긁혀 붕대로 지혈을 한 채 남은 경기를 소화했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에는 박주영이 극적인 페널티킥 골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45분 첫 번째 페널티킥을 실축했던 박주영은 다시 한 번 차고 싶다며 키커를 자처했고, 같은 코스로 차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박주영의 슈팅이 수원의 골망을 흔드는 순간, 망연자실해있던 서울 서포터석은 크게 환호하며 들썩였다. 슈퍼매치를 위해 U20 월드컵 출국 일정도 미룬 조영욱은 경기 종료 후 “서울로선 마치 승리한 것 같은 무승부였다”고 기뻐했다.

슈퍼매치만의 스토리도 탄생했다. 푸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데얀이 친정팀 서울의 골망을 흔든 것이다. 그것도 ‘옛 스승’ 최용수 감독 앞에서 말이다. 전반전 막바지에 교체 투입된 데얀은 후반 11분 아크 정면에서 사리치의 패스를 깔끔한 슈팅으로 마무리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임생 감독은 환호했고, 최용수 감독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경기 전부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다”고 운을 뗀 최용수 감독은 “데얀의 골이 터졌을 땐 눈앞이 캄캄했다. (수원 유니폼을 입은 데얀의 골을 보는 것은) 기분이 썩 좋지 않더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경기를 마친 뒤 오랜만에 만난 데얀과 최용수 감독은 달라진 유니폼 색은 뒤로 하고 누구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슈퍼매치기에 가능한 스토리다.

박주영은 슈퍼매치를 두고 “K리그에 굉장히 중요한 경기다. 개인적으로도 슈퍼매치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경기다. 팬들에게도 특별한 경기일 것”이라면서 “슈퍼매치이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이런 경기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리그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 팀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슈퍼매치가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고, 팬들에게 눈을 뗄 틈이 없는 90분을 선물했다. 최용수 감독은 “승점 1점보다 더 값진 경기였다. 두 골밖에 터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회 없는 경기였다”며 재미만큼은 확실히 챙긴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유지선 기자  jisun22811@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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