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학교 다닐 때부터 승패를 떠나 서로 격려하고 위로했던 친구다. 그런데 지금은 세월이 지나 이렇게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필연 같다.”

‘절친’ 이임생 감독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 최용수 감독이 밝힌 소감이다. 동갑내기로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뛰며 대학 시절에도 경쟁구도를 형성했던 두 감독은 이제 수원삼성과 FC서울 감독이란 직함을 달고 서로를 적으로 마주한다. 그것도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매치 슈퍼매치에서 말이다.

수원과 서울은 오는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10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87번째 슈퍼매치다. 두 팀은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축구회관 2층에서 '슈퍼매치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를 앞둔 포부를 밝혔다.

오랜 기간 서울을 이끌며 슈퍼매치를 숱하게 치렀던 최용수 감독의 말로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슈퍼매치는 K리그의 역사를 써온 경기다. 지도자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며 슈퍼매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용수 감독은 “팬들이 원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슈퍼매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K리그 상위권을 독차지하던 서울과 수원이 동반 부진하면서 승점 1점도 소중한 상황에 놓였고, 지키기 위한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치고받는 승부를 기대했던 팬들로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에는 13,122명의 관중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승점 싸움이 상대적으로 여유롭지만, 기자회견 내내 재미와 결과를 두고 고심하는 두 감독의 고뇌가 느껴졌다. “최근의 슈퍼매치가 결과에 치우치다보니 이전에 비해 재미가 반감되지 않았나 싶다”고 인정한 최용수 감독은 “나도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이번 슈퍼매치는 이 감독이 ‘노빠꾸 축구’를 하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노빠꾸 축구는 이임생 감독이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뭐가 무서워서 뒤로 오느냐”고 외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무조건 올라가라고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라고 손사래를 치던 이임생 감독은 “감독들은 결과에 대한 부담감과 그로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러나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팬들이 돌아선다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했다.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경기가 돼야 한다”고 최용수 감독의 말에 동의했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 28일 전북 현대전에서도 좋은 본보기가 됐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한승규의 결승골로 패하긴 했지만,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며 명승부를 만든 것이다. 당시 서울은 전반전 알리바예프가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몰렸다. 하지만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고수했다.

두 팀을 경기를 지켜본 이임생 감독도 “1명이 부족했던 서울이 전북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경기했는데, 서울이 전북전에서 보여준 그런 마인드로 경기를 한다면, 슈퍼매치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고민도 있다. 감독 입장에서 결과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슈퍼매치 패배의 타격은 훨씬 크다. 전북전에 패한 최용수 감독도 “연패로 이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슈퍼매치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최용수 감독은 우스갯소리로 기자회견 직전 이임생 감독에게 사이좋게 “4-4 무승부를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결과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되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이상적인 타협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가 계획한대로 흘러갈리가 만무하다. 알리바예프의 퇴장을 두고 “그것도 축구의 재미”라고 말한 최용수 감독, 슈퍼매치에서 재미와 성적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양 팀 감독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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