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지금 세리에A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력을 가진 팀은 토리노다.

29일(한국시간) 34라운드를 치른 토리노가 홈 구장 그란데 토리노에서 AC밀란을 2-0으로 잡아냈다. 팽팽하게 전반전이 흘러간 뒤, 토리노가 힘을 냈다. 후반 13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프랑크 케시에가 아르만도 이초를 밀어 넘어뜨리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안드레아 벨로티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밀란이 반격했으나 토리노의 수비는 탄탄했다. 프리킥을 받아 날린 티에무에 바카요코의 결정적인 헤딩슛이 크로스바에 맞고, 이어진 혼전 상황에서 살바토레 시리구 골키퍼가 재빨리 공을 끌어안으며 실점을 막아냈다.

반대로 밀란 수비의 구멍을 토리노가 잘 이용하며 승부가 갈렸다. 후반 24분 안드레아 콘티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잡아 토리노가 공격을 했고, 재차 넘어온 크로스를 마테오 무사치오가 끊었으나 서툰 걷어내기로 근처에 공을 떨궈 버렸다. 두 번 연속으로 밀란 수비가 공을 헌납하자 알렉스 베렌게르가 재빨리 골대 구석에 꽂히는 오른발 슛을 날려 응징했다.

토리노의 수비력이 무섭다. 토리노는 올해 치른 정규리그 15경기에서 8승 5무 2패를 기록했다. 밀란전은 이번 시즌 15번째 무실점 경기였다. 토리노가 한 시즌 15경기 이상 무실점을 기록한 건 지난 1991/1992시즌 이후 처음이다. 34라운드 현재 29실점으로 유벤투스(24), 인테르밀란(28)에 이어 최소실점 3위를 기록 중이다.

큰 전력 보강 없이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에 토리노의 상승세는 뜻밖이다. 지난 시즌 중간에 지휘봉을 잡은 왈테르 마차리 감독이 스타 영입 없이 선수단 콘셉트를 바꿨다. 단 두 시즌 전까지도 스리톱을 쓰는 대표적인 팀이었던 토리노를 투톱 또는 원톱 중심으로 개편했다. 윙어 아뎀 랴이치를 터키의 베식타스로, 음바예 니앙을 프랑스의 스타드렌으로 보냈다. 대신 발렌시아의 스트라이커 시모네 차차를 영입해 간판 공격수 안드레아 벨로티의 짝 또는 대체 멤버로 삼았다.

‘스리백 장인’ 마차리 감독이 수비를 탄탄하게 구축하면서 토리노는 ‘지지 않는 팀’의 컬러를 가질 수 있었다. 마차리 감독은 나폴리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 올렸던 2011/2012시즌을 비롯해 3-4-3 포메이션 중심으로 유럽 축구의 스리백 열풍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하나다. 스리백 중에서도 ‘선수비 후역습’ 스타일을 선호한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3-4-3 포메이션을 버리고 3-5-2 포메이션 위주의 더 안정적인 축구를 택했다. 토리노는 14승 14무 6패다. 두 번째로 패배가 적은 팀이고, 두 번째로 무승부가 많은 팀이다. 부족한 공격력을 수비력으로 보완하는 팀이 됐다.

이탈리아 대표급 기량을 지녀 네 시즌 동안 파리생제르맹의 주전이기도 했던 시리구 골키퍼가 여전히 선방 능력을 보여주는 가운데 이초, 니콜라스 은쿨루, 이멜리아노 모레티가 주로 스리백을 형성한다. 2013년부터 토리노 수비를 지켜 온 38세 노장 모레티가 여전히 왼쪽과 중앙을 오기며 좋은 활약 중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합류한 은쿨루, 이번 시즌 합류한 이초가 더해지면서 스리백이 완성됐다. 운동능력이 좋고 전진 능력이 있는 은쿨루가 중앙을 맡으면서 수비 후 빌드업도 수월해졌다. 이초는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주로 벨로티가 원톱을 맡고, 이아고 팔케가 섀도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며 투톱을 구성한다. 벨로티가 적극적으로 최전방에서 공을 따내는 동시에 13골 2도움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부활했다. 중원에서 거친 수비를 하는 토마스 링콘, 어느 정도 공격 가담 능력이 있는 다니엘레 바셀리,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토리노에서는 수비에 더 신경 쓰는 수알리오 메이테가 중원을 구성한다. 오른쪽 윙백은 로렌초 데실베스트리가 주로 맡았고, 왼쪽 윙백은 크리스티안 안살디와 올라 아이나가 번갈아 활약해 왔다.

최근 상승세를 통해 토리노의 순위는 7위로 올라왔다. 승점은 56점이다. 4위 AS로마와 승점차가 2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UCL 진출권 획득이 가능해졌고, 최소한 밀란(승점 56)과 아탈란타(승점 56)를 끌어내리고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진출권 정도는 노려볼 만한 상황이 됐다.

후반기에 인테르와 밀란을 모두 잡아낸 토리노는 5월 4일 더비 라이벌 유벤투스를 만난다. 유벤투스는 이미 세리에A 우승을 확정해 동기부여 요소가 없고, 최근 경기력도 하향세다. 토리노가 더비 승리를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우르바노 카이로 회장은 밀란을 꺾은 뒤 “우리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더라. 그 어떤 의심도 없었다. 유벤투스와의 경기가 엄청나게 중요해졌다. 언제나처럼 더비 경기다. 오늘처럼만 한다면 그 경기도 잘 풀릴 것”이라며 유벤투스전 승리를 기대했다. 토리노는 2015년 4월 승리 이후 최근 유벤투스전에서 1무 6패를 당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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