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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st] 불꽃남자 쿠니모토와 '전설의 그 친구들'이 흘린 눈물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4.26 18:20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쿠니모토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이 다시 만나 함께 눈물을 흘렸다. 어엿한 K리그 프로 선수로 거듭난 쿠니모토는 마침내 일본 땅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24일 일본의 가시마앤틀러스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원정 경기를 가진 경남이 1-0 승리를 거뒀다. 경남의 ACL 사상 첫 승리다. 1승 2무 1패를 거둔 경남(승점 5)은 여전히 조 3위지만 조 1위 산둥루넝(승점 8), 조 2위 가시마(승점 7)와 격차를 한 경기 이내로 좁히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주인공은 쿠니모토였다. 후반 18분 조던 머치의 크로스를 받아 쿠니모토가 골망을 갈랐다. 끈질긴 문전 쇄도로 만든 득점이었다. 그밖에도 헌신적인 수비 가담과 집중력 높은 패스 등 높은 경기 기여도를 보여준 쿠니모토가 경기 공식 MVP로 선정됐다.

쿠니모토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 자능을 인정받았지만 한편 흡연, 훈련 이탈 등 다양한 문제를 겪어 온 ‘문제아’였다. 우라와레즈 유소년팀, 아비스카후쿠오카 1군을 거쳐 일본 축구계에서 퇴출되다시피 한 쿠니모토는 지난해 경남에 입단했다. 김종부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전술적 배려 속에서 기량을 되찾은 쿠니모토는 경남의 ACL 진출(2위)에 일조했고, 올해 J리그팀과의 경기에서 달라진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경남 관계자는 “쿠니가 이번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확실히 달랐다. 공식 MVP에게 주어지는 트로피를 구단에 기증하겠다고 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다시 달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이번 트로피는 소장해야겠다며. 대신 구단에는 또 트로피를 타서 기증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본 축구계에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쿠니모토의 의도는 완벽하게 달성됐다. 가시마전 활약상을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이 직접 관전했다. 경기 후 MVP 공식 인터뷰부터 국내 인터뷰, 일본 매체 인터뷰를 하고 일본 지인들과 인사까지 나누느라 쿠니모토는 약 1시간 반 정도 경기장에 더 머물러야 했다. 기다리다 못해 동료들은 먼저 숙소로 떠났다. 그 정도로 쿠니모토에 대한 관심이 컸다.

쿠니모토의 활약은 지난 9일 알려질 수도 있었다. 당시 경남은 가시마와 가진 홈 경기에서 두 골을 먼저 넣었으나 2-3 역전패를 당했다. 경남 관계자는 “공식 MVP와 중계사 인터뷰 모두 쿠니모토로 정해지는 분위기였다.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기만 했어도 쿠니모토였을텐데, 역전패를 당해서 무산됐다. 쿠니모토는 그 날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온전한 능력을 발휘했다. 지고 나서 엄청나게 분한 모습이었다”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화제를 모은 건 한국에서 가시마까지 따라간 경남 서포터20여 명, 그리고 그 옆에서 쿠니모토를 응원한 일본인 응원단이었다. 쿠니모토가 어렸을 때 문제가 됐던 흡연 사진에 등장하는 그 친구들이라는 추측이 퍼지면서 만화 ‘슬램덩크’의 등장인물에 빗대 ‘현실 정대만’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 현장을 찾았던 경남 서포터 박동민 씨와 시바타 씨는 이들이 쿠니모토의 어릴 적 친구들이 맞다고 전했다. 쿠니모토의 이름과 22번이 적힌 일본 대표팀 유니폼은 시바타 씨가 제작해 쿠니모토의 친구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친구는 쿠니모토를 도와 창원에서 생활한 시간이 길기 때문에 한국 팬들과도 익숙한 사이다. 나머지 친구들은 일본에서도 먼 거리를 이동해 친구를 보러 왔다. 쿠니모토의 한 친구는 응원용 게이트기를 준비해 왔으나 사전 등록되지 않은 원정 응원 도구로 분류되어 반입하지 못했다.

쿠니모토는 경기 후 원정 응원석에 있는 친구들에게 다가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국과 일본 매체를 모두 상대한 뒤에도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 박 씨는 “전설의 ‘쿠니 친구들’ 완전체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대만 친구 같은 분들이 쿠니모토의 별명인 ‘타카’를 크게 외쳐서 조금 놀랐다”라고 말했다. ‘불꽃남자 정대만’ 깃발에 해당하는 응원 도구가 없었을 뿐, 만화 속 정대만의 친구들과 여러모로 판박이였다.

시바타 씨는 후쿠오카 서포터로서 쿠니모토를 응원하다 2017년 방출 당시 충격을 받았고, 쿠니모토가 경남 입단 테스트를 받을 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 경남을 응원해 왔다. 그는 “경남이 강원 원정을 갔을 때 쿠니모토를 1년 만에 처음 봤다. 그때 쿠니모토는 경기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처럼 미소 짓는 모습을 보자 후쿠오카 소속일 때보다 더욱 좋아하게 됐다. 지금 진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쿠니모토를 보면 축구 신의 가호를 받은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바타 씨는 “일본에 K리그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쿠니모토의 경기력은 지난해 전혀 주목 받지 못했다. 쿠니모토가 열심히 뛴 건 ACL에 나가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짐작한다. ACL 일본 원정이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쿠니모토의 오랜 친구들도 경남 소속으로 뛰는 쿠니모토를 처음 볼 수 있었다. 나는 경기 전 쿠니모토에게 말을 걸 수 있었는데, 흥분했다기보다는 자신감에 찬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50대지만 쿠니모토를 보며 눈물을 쏟는 시바타 씨의 모습은 다른 경남 서포터들에게도 감동을 줬다. 쿠니모토는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렸고,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바타 씨는 기자에게 “쿠니모토를 지지하는 기사를 써 주길 바란다. 요즘에는 한국에서 나오는 쿠니모토 관련 기사들이 모두 일본어로 번역돼 공유되고 있다”고 당부했다.

또한 쿠니모토와 친구들이 어릴 때 겪었던 문제에 대해 “친구들 때문에 문제아가 됐다는 시선이 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 모두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 그 일은 실수다. 누구나 어릴 때 실수를 한다. 쿠니모토는 재능 있는 축구 선수라 그 대가를 더 혹독하게 치렀을 뿐이다. 사람들은 2, 3년 전의 사건만 생각하지만 지금의 쿠니모토는 축구를 성실하게 잘 하는 선수가 되어 있지 않나”라는 의견을 밝혔다. 시바타 씨는 쿠니모토가 일본 대표로 발탁된다면, 거꾸로 쿠니모토의 경남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러 가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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