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쿠니모토는 인간이 된 이후에나 선수 명단에 올려줄 생각이다.” (혼다 히로유키, 혼다 친형이자 쿠니모토 대리인)

 

쿠니모토 다카히로 대리인은 일본의 스타 혼다 게이스케 친형인 혼다 히로유키다.

 

지난해 일본 도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을 때 왜 해외에서 뛰는 선수 명단에 쿠니모토가 없느냐고 물었었다. 히로유키는 “쿠니모토는 인간이 된 이후에나 선수 명단에 올려줄 생각이다. 그 전에는 절대로 올려줄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쿠니모토가 재능은 좋지만 워낙 사고를 많이 만들었기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물론 히로유키는 이후 쿠니모토를 그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가 한 이야기 중에 더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쿠니모토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서 일본 팀과 맞붙는다면 일본 팬들이 놀랄 거라는 이야기였다. 쿠니모토는 2013년 만 16세 나이로 프로 데뷔골을 넣으며 천재 소리를 들었으나 이후 우라와와 아비스파후쿠오카에서 연달아 방출 당했었다.

 

“아마도 쿠니모토가 축구를 계속하고 있는 걸 모르는 일본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 경기에 나오면 ‘쟤 아직도 축구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쿠니모토는 24일 일본 가시마에서 가시마앤틀러스와 한 ‘2019 ACL’ E조 4차전에서 더 놀라운 일을 했다. 쿠니모토는 후반 18분에 결승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남은 ACL에서 사상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고, 16강 진출 가능성도 살렸다. 경남은 여전히 승점 5점으로 3위지만, 남은 2경기에서 승점을 더 획득하면 16강으로 갈 수도 있다. 1위 산동루넝과는 승점 3점, 2위 가시마와는 승점 2점 차이다.

 

일본에선 출전 자체도 화제였을 가능성이 큰 쿠니모토는 결승골까지 넣으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쿠니모토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그 8경기에서 2골과 2도움을 기록했다. ACL에서도 3경기에서 1골을 넣었다. 경기를 읽는 능력과 왼발 킥은 ACL무대에서도 상위권이다.

 

대리인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쿠니모토를 끌어올린 이는 김종부 감독이다. 김 감독은 쿠니모토가 입단 테스트를 받는 시기에 상의 없이 일본에 다녀왔음에도 “그 나이 때는 원래 그런 거야. 안 그러면 이상한 거야”라고 말했다. 대리인도 깜짝 놀랄만한 배려 속에서 쿠니모토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시 꽃피웠다. “경기를 보는 눈이 다른 선수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선수”라는 김 감독의 평가는 정확했다.

 

쿠니모토는 여전히 만 22세다. 지금 같은 발걸음을 유지한다면 일본 대표팀에 가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의 대리인인 히로유키는 “멘탈만 고치면 갈 수도 있다”며 “아마 대표팀에 가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쿠니모토는 계속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