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쉼없이 달려온 대구FC 선수들에게 서서히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선수층이 얇은 대구는 시즌 첫 위기를 맞기 직전이다.

24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조 4차전에서 대구가 산프레체히로시마에 0-1로 패배했다. 전반 34분 모리시마 츠카사의 으시스트를 받은 아라키 하야토가 선제결승골을 넣었다. 대구는 2승 2패로 조 3위까지 떨어졌고, 3승 1패인 히로시마가 조 선두로 올라섰다.

대구가 새 경기장에서 당한 첫 패배 겸 첫 무득점 경기다. 앞선 전적은 3승 2무였다. 특히 개장 이래 두 번째 경기였던 광저우헝다전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함된 광저우를 3-1로 꺾으며 ACL에 대한 좋은 기억만 있는 구장이었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무득점 패배에 그쳤다.

대구는 이날도 기용 가능한 주전 멤버를 총동원했다. 최전방에 에드가, 2선에 세징야와 김대원, 미드필더 류재문과 츠바사, 윙백 황순민과 장성원, 수비수 김우석, 홍정운, 한희훈, 골키퍼 조현우 등 모두 주전 멤버였다.

선제골을 내준 뒤 공격을 강화해야 할 때 넣을 만한 선수가 애매했다는 것이 대구의 문제였다. 미드필더 류재문을 정승원으로 교체했고, 윙백을 황순민에서 강윤구로 바꾸며 같은 포지션에서 선수를 바꿨다.

결정적인 타격은 후반 33분 공격의 핵심 세징야가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대구는 195cm 장신 수비수 정태욱을 최전방으로 투입해 롱 패스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맡기려 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공격이 잘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동점골은 없었다.

대구 라인업에서 전술적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는 에드가, 김대원, 세징야, 츠바사, 김우석, 홍정운, 황순민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기량을 볼 때 꼭 필요한 선수는 조현우다. 이런 비중은 출장 시간에도 드러난다. 대구가 이번 시즌 치른 경기는 총 13경기다. 2진을 투입한 FA컵을 제외하면 K리그1 8경기, ACL 4경기를 치렀다. 그 중 전경기 풀타임을 뛴 선수가 조현우, 김우석, 홍정운이고 세징야 역시 부상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전경기 풀타임 직전이었다. 여기에 황순민, 츠바사, 김대원은 단 한 경기만 빼고 11경기에 선발로 투입됐다.

전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각 선수의 특징에 잘 맞는 축구를 하다보니, 이들이 빠졌을 때 공백이 크다. 속공 때 측면으로 빠지며 연계 플레이를 한 뒤 다시 중앙으로 쇄도해 골을 노리는 에드가의 역할, 탁월한 볼 키핑과 킥이 있어야 하는 세징야의 역할, 의사결정이 빠르고 적절해야 하는 김대원의 역할 모두 다른 선수가 대체하기 쉽지 않다. 지능적인 미드필더 츠바사의 비중도 크다. 심지어 스리백조차, 다른 팀에서는 적당한 선수들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구는 전진 능력이 있는 김우석과 한 박자 빠른 공 탈취가 가능한 홍정운이 전술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대체가 쉽지 않다.

에드가가 지난 3월 부상을 당하자 어정쩡한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 김진혁을 대체자로 기용한 것은 ‘신의 한 수’였지만, 그만큼 에드가의 역할이 특이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에드가의 대체자는 평범한 공격수가 아니라 연계 플레이와 슈팅 능력을 겸비한 선수여야 했다. 결국 그 가능성을 갖춘 선수를 찾다보니 수비수 김진혁에게 눈길이 갔다.

에드가는 시즌 개막 후 부상당하기 전까지 4경기에서 모두 득점했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뒤 치른 세 경기는 모두 무득점에 그쳤고, 팀 전체도 세 경기 무득점으로 1무 2패를 당했다. 오히려 에드가에게 휴식을 주고 입대 직전의 김진혁을 마지막으로 기용했던 K리그1 포항스틸러스전에서 3골을 몰아쳤다. 부상 복귀 이후 에드가의 컨디션이 저하됐다는 점이 대구 전체의 공격 콘셉트를 망가뜨리고 있다.

에드가의 공백은 김진혁으로 잘 메웠지만 김진혁은 대구를 떠나 입대했다. 세징야, 김대원, 츠바사 등 다른 핵심 선수들이 지치거나 이탈할 때에 대한 대비책도 확실하지 않다. 선수층이 비교적 얇은 대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구는 앞으로 약 한 달 동안 힘든 일정을 치러야 한다. 산프레체전 나흘 뒤인 27일 강원FC 원정 경기를 갖고, 5월 3일 상주상무와 경기하는 것이 유일한 일주일 간격 경기다. 그 뒤로 8일 멜버른빅토리(ACL), 11일 FC서울(K리그1), 15일 경남FC(FA컵), 19일 인천유나이티드(K리그1), 22일 광저우헝다(ACL), 26일 수원삼성(K리그1), 29일 울산현대(K리그1), 6월 2일 포항스틸러스(K리그1)전까지 8회 연속으로 3~4일 간격 경기를 치러야 한다. 두 번 연속으로 치르는 홈 경기가 하나도 없고 계속 홈과 원정이 교차되기 때문에 피로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저우 원정은 장거리 원정인데다 ACL 조별리그 최종전이기 때문에 압박도 클 경기다.

선수층을 늘리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유망주 발굴은 대구의 팀 컬러다. 버거운 일정 속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팬들 앞에 소개하고, 기존 선수들의 새로운 능력을 이끌어내야 5월을 버티고 ACL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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