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2018/2019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TOP 4’ 판도를 뒤덮고 있는 안개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토트넘과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4라운드에서 나란히 미끄러지면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맨유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EPL 3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에버튼을 상대로 0-4 완패를 당했다. 4위 합류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맨유는 갈 길 바쁜 상황에서 에버튼에 덜미를 잡히며 향후 행보에 차질을 빚게 됐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전반 13분 만에 히샬리송에게 실점하며 휘청한 것이다. 히샬리송은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머리로 연결해준 공을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마무리해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고, 다비드 데헤아도 서둘러 팔을 뻗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히샬리송의 선제골은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길피 시구르드손이 전반 28분 추가골을 뽑아냈고, 후반 11분과 후반 19분에는 루카스 디뉴와 시오 월콧이 차례로 포문을 열면서 에버튼이 맨유를 상대로 골 잔치를 벌인 것이다. 수비진의 대처가 특히 아쉬웠다. 히샬리송의 선제골 이후 나온 세 골이 모두 맨유의 수비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만들어진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시구르드손의 두 번째 득점은 에버튼이 역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 틈을 타 공간이 열렸고, 디뉴의 득점 장면에서도 세트피스 공격을 막는 상황에서 완벽한 슈팅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맨유는 페널티 박스 안에 많은 숫자를 뒀지만, 외곽에서 기회를 노리던 디뉴를 경계하는 선수는 없었다.

마지막 실점 장면도 마찬가지다. 시구르드손이 절묘한 패스를 찔러줬고, 월콧이 이어받아 맨유 진영으로 빠르게 쇄도했지만 월콧의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비수가 없었다. 올 시즌 48실점을 기록은 맨유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최다 실점을 기록하며 흑 역사를 썼다. 실점이 11경기 연속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결국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맨유라는 팀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맨유와 4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들도 나란히 상대팀에 발목을 잡혔다는 사실이다. 일찌감치 34라운드를 치른 첼시는 리버풀에 0-2로 패했고, 지난 20일 ‘강호’ 맨체스터 시티를 만난 토트넘도 이른 시간 내준 선제골로 인해 한 골 차 패배를 당했다. 마지막 바통을 넘겨받은 아스널마저 22일 크리스탈팰리스에 2-3로 무릎을 꿇으면서 4위 안착을 노리는 네 팀이 모두 패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순위표상 위치도 촘촘하다. 토트넘이 승점 67점을 기록하며 3위에 랭크돼 있지만, 아스널(승점 66)과 첼시(승점 66)가 승점 1점차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으며, 맨유도 '6위'로 뒤처지긴 했어도 승점 64점으로 격차가 크지 않다. 3위부터 6위까지의 승점차가 3점에 불과한 상황, 그야말로 매라운드가 살얼음판이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을 위해 남은 자리는 이제 두 자리. 토트넘과 아스널, 첼시, 맨유가 이 두 자리를 두고 결승 지점에 도착하기 전까지 치열한 레이스를 이어간다. 레이스의 승패를 결정할 승부처는 이제 4경기뿐이다. 

일정상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인 팀은 맨유다. 맨유는 남은 4경기 중 까다로운 상대인 맨시티와 첼시를 만난다. 에버튼전 패배가 뼈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새 구장으로 옮긴 뒤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토트넘은 세 차례나 홈경기를 치르며, 상대적으로 수월한 팀들을 상대한다.  

맨시티와 리버풀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우승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그러나 네 팀이 나란히 발맞춰가고 있는 ‘TOP 4’ 경쟁도 마지막까지 속단 금물이다. 

△ 'TOP 4' 경쟁을 펼치고 있는 네 팀의 남은 리그 일정
토트넘: 브라이튼(H) 웨스트햄(H) 본머스(A) 에버튼(H)
아스널: 울버햄튼(A) 레스터시티(A) 브라이튼(H) 번리(A)
첼시: 번리(H) 맨유(A) 왓포드(H) 레스터시티(A)
맨유: 맨시티(H) 첼시(H) 허더스필드(A) 카디프시티(H)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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