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춘천] 김정용 기자= 여자 축구 대표팀이 유럽 팀을 상대로 체격적 열세를 이겨내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윙어 이금민의 최전방 배치다.

9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송암 스포츠타운에서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가진 한국과 아이슬란드가 1-1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6일 경기에서는 한국이 2-3으로 패배한 바 있다. 유럽파 지소연, 조소현까지 모두 소집한 한국은 ‘가상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3득점 4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욘 토르 헉손 아이슬란드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로 10번 이금민을 꼽았다. 헉손 감독은 이금민에 대해 “월드 클래스,” “1차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경기 양상을 완전히 주도한 선수”라고 묘사했다. 이금민은 1차전에서 골을 넣었고, 2차전은 득점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라인업대로라면 여민지가 최전방, 이금민이 윙어를 맡는 것이 기존 선수 배치였다. 이날은 최전방에 배치됐다. 주전 스트라이커 여민지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가 지소연, 강채림, 문미라와 함께 2선을 구성했다. 그 뒤를 조소현이 받치는 4-1-4-1 포메이션이었다. 파격적인 선수 기용이다.

윤덕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금민, 지소연, 여민지, 강채림은 여러 위치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선수들에게 로테이션(활발한 위치 이동)을 주문했다. 위치에 구애받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금민은 일단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169cm 이금민은 한국 필드 플레이어를 통틀어 두 번째로 크다. 아이슬란드 수비수를 등지고 어느 정도 공을 지키는 것이 가능했다.

윤 감독의 의도대로 포지션 변화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금민은 측면에서 전진 패스를 받은 뒤 특기인 시원한 돌파로 아이슬란드 측면을 흔들었다. 이때 강채림, 여민지 등이 문전으로 침투하며 이금민의 패스를 받으려 했다. 이를 통한 골은 나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본 공격 전술이었다.

아이슬란드 수비는 이금민이 자꾸 문전을 벗어나자 혼란스러워했다. 한국의 골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전반 27분 이금민이 떠난 중앙을 향해 지소연이 기습적으로 침투했다. 지소연, 여민지, 강채림의 삼각 패스를 거쳐 지소연의 골이 터졌다. 골 장면에 유일하게 관여하지 않은 공격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이금민은 이 장면의 숨은 공로자였다.

경기 후 이금민은 “피지컬 좋은 유럽 선수들 상대로 자신 있게 하려고 했다. 자신 있었다”며 1차전 활약을 토대로 2차전에서 더 과감한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힘에서 아이슬란드보다 열세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축되면 더 자주 공을 빼앗길 뿐이라는 점도 깨달았다. “내가 힘이 좋아도 유럽 선수만큼은 아니다. 그러나 위축되지 않고 최대한 안 밀리려 노력했다. 자신 있는 플레이로 상대를 당황시켜야 한다.”

이날 데뷔전을 치른 윙어 강채림 역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활발한 플레이를 했다. 측면에서는 과감한 돌파를 여러 번 성공시키며 체격의 열세를 스피드로 극복했다. 이금민, 강채림, 여민지, 후반 교체 투입된 이민아 등이 만드는 공격 조합의 가능성은 이날 한국이 거둔 전술적 소득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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