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리그지만, 조세 모라이스 전북현대 감독은 선수들을 고루 활용하는데 각별히 신경 쓰는 특이한 감독이다.

전북은 6일 인천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으며 ‘하나원큐 K리그1 2019’ 6라운드 현재 3승 2무 1패로 3위에 올라 있다. 우려를 샀던 개막 직후와 달리, 최근 세 경기에서 2승 1무로 무패를 달리며 어느 정도 전적에 본궤도에 올랐다. 무승부 경기도 교체 카드가 없는 가운데 최보경의 부상 때문에 10명으로 싸워야 했던 경남FC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전북이 특이한 점은 큰 폭의 로테이션 시스템이다. 전북은 5라운드 경남FC전과 6라운드 인천전의 선발 라인업을 8명이나 갈아치웠다. 골키퍼 송범근, 센터백 홍정호, 미드필더 신형민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바뀌었다.

전북은 현재까지 6경기 만에 21명이나 되는 선수를 선발로 투입했다. K리그1에서 전북과 비슷한 선수 기용폭을 보여주는 팀은 못지않은 스쿼드 두께를 지닌 울산현대(19명) 뿐이다. K리그 감독들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잘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2진급 선수들은 FA컵이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해외 원정경기 등 특수한 경기에서만 기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모라이스 감독은 ACL을 오히려 주전 위주로 운용하고 K리그에서는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선수단이 워낙 화려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모라이스 감독이 적극적으로 훈련시켜 가치를 재발견한 선수들도 있다. 김진수와 번갈아 출장하는 레프트백 이주용은 프로 2년차였던 2015년 국가대표로 발탁됐으나 이후 전북에서 자리 잡지 못하다 군 복무를 하고 온 선수다. 모라이스 감독은 이주용의 뛰어난 기술에 주목해 팀 내 비중을 확대시켰고, 이주용은 도움을 기록하는 등 공격적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유망주 윙어로서 2016년 입단했으나 라이트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뒤 지난해 4경기 출장에 그쳤던 명준재는 이번 시즌 최철순과 출장 시간을 나눠가지며 2경기 선발 출장을 기록했다.

전북은 일부 포지션에 부상자를 안고 있다. 주전 경쟁을 염두에 두고 영입한 골키퍼 이범영, 간판 스타격인 라이트백 이용, 지난 시즌까지 로테이션 멤버로 꾸준한 활약을 해 온 미드필더 정혁과 장윤호가 아직 한 경기도 치르지 못했다. 공격수 이근호와 아드리아노는 모라이스 감독의 축구에 서서히 적응 중이다. 이들이 합세하면 전북 스쿼드는 양과 질 모두 더욱 향상된다.

특정 선수가 골을 몰아넣지 않고 여러 선수가 고루 득점하는 이번 시즌 흐름처럼 전북도 6경기 동안 득점자 6명이 나왔다. 김신욱이 3골을 넣었고 임선영, 문선민, 로페즈가 2골을 보탰다. 손준호와 이동국이 각각 1골을 기록했다. 현재 득점 순위에 큰 의미는 없지만 공동 1위가 1명, 공동 8위가 3명 있는 상태다.

모라이스 감독은 같은 포르투갈 출신 지도자인 파울루 벤투 남자 대표팀 감독과 전술 성향뿐 아니라 팀 운영 방침도 비슷한 면이 있다. 끝없이 경기가 열리는 클럽 축구 특성상 벤투 감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실험이 이뤄질 뿐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현대 축구의 기본 포메이션 중 하나인 4-2-3-1 포메이션으로 시즌을 시작했고, 자신이 부임하기 전부터 주전이었던 선수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선수들을 투입했다. 벤투 감독과 비슷한 부임 초반 운용이다. 그러면서 매 경기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한 전술 변화를 조금씩 가져간다.

전북은 9일 우라와레즈와 ACL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어 13일에는 제주유나이티드 원정을 떠난다. 항공편으로 쉴 새 없이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다. 초반부터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신경 쓰고, 묻혀 있던 선수들을 살려낸 모라이스 감독의 운영은 전북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