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제라르 데울로페우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에 화를 냈고, 분노를 경기력으로 승화시켜 ‘인생 경기’를 만들었다.

8일(한국시간) 영국의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18/2019 잉글리시FA컵’ 준결승을 가진 왓퍼드가 울버햄튼원더러스에 3-2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왓퍼드는 5월 18일 같은 장소에서 맨체스터시티와 마지막 일전을 갖는다.

왓퍼드의 마법 같은 역전승이었고 그 중심이 데울로페우였다. 울버햄턴은 후반 17분 두 번째 골을 넣고 2-0으로 이기고 있었다. 하비 가르시아 왓퍼드 감독은 두 번째 실점 직후인 후반 21분 윌 휴즈를 빼고 데울로페우를 투입했다.

데울로페우는 투입 직후부터 왓퍼드 공격의 중심 노릇을 하며 경기를 완전히 뒤바꿨다. 후반 34분 마법을 부려 한 골을 만회했다. 수비수를 앞에 놓고 멈칫 하다가 발을 크게 휘둘러 회전을 주며 찍어차는 고급 기술로 로빙슛을 성공시켰다. 모두가 멈춰 있는 가운데 바늘구멍 같은 슛 코스로 공을 띄워 올렸다.

후반 추가시간 트로이 디니가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갈 때도 데울로페우가 도움을 줬다. 오른쪽 측면에서 데울로페우가 빌드업에 참여했고, 중앙으로 연결된 크로스를 디니가 받으려다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연장전에서 데울로페우는 대역전 드라마를 스스로 완성했다. 연장 전반 14분 왓퍼드가 속공 기회를 잡았다. 데울로페우와 안드레 그레이가 공을 주고받으며 절묘하게 전진했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의 리턴 패스를 받은 데울로페우는 문전으로 들어서는 순간 놀라운 순간 속도로 코너 코디를 제친 뒤 코디가 따라붙기 전 빠른 타이밍으로 문전 구석에 공을 밀어넣었다.

경기 후 가르시아 감독은 데울로페우를 교체로 투입한 자신의 선택을 자화자찬했다. “제라르는 경기가 시작될 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난 그런 태도를 원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어 화까지 내는 태도 말이다. 그는 준결승에서 뛰고 싶어 분노했다. 지난 경기는 대부분 뛴 바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제라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건 모두들 알았다. 더 많은 공간이 창출될 때 말이다. 그의 첫 골은 아주 높은 수준에서 나온 골이었지만 놀랍지 않다. 훈련에서 봐 온 모습이니까.”

데울로페우는 바르셀로나B팀에서 맹활약하며 처음 주목받았다. 수많은 ‘제2의 메시’ 중 한 명이었다. 스피드, 킥, 상상력과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모두 겸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 선수로서 감독의 주문에 맞춰 뛰는 능력이 부족했다. 바르셀로나 1군에서 자리잡는데 실패한 데울로페우는 2013/2014시즌 에버턴으로 임대돼 교체 위주로 활약하며 서서히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2014/2015시즌 세비야, 2015/2016시즌 에버턴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016/2017시즌 후반기 AC밀란으로 임대돼 반 시즌 4골을 넣으며 깜짝 활약을 보였지만, 2017/2018시즌 바르셀로나로 재영입된 뒤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에 맞추지 못하고 겉돌았다.

왓퍼드는 현재까지 데울로페우를 가장 잘 활용한 팀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 데울로페우를 임대해 가능성을 본 왓퍼드는 이번 시즌 완전영입을 단행했다. 데울로페우는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7골 등 9골을 넣으며 1군 최다 골 시즌을 보내고 있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데울로페우는 벌써 프로 9년차지만 25세에 불과하다.

영국 방송사 ‘BBC’는 데울로페우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메시스러운’ 골이었다고 전했다. 이날만큼은 데울로페우가 메시 부럽지 않았다. 데울로페우는 56분을 소화하며 슈팅 성공률 100%, 패스 성공률 94% 기록을 남겼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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