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프로축구와 선거가 한국에서 동시에 존재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경기장 ‘바깥’에서 유세가 벌어진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남FC가 벌금을 받게 만든 자유한국당은 사건 후 변명과 미온적인 사과만 남겼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경남에 제재금 2,000만 원 징계를 내렸다. 경남은 지난 3월 30일 홈 경기에서 보궐선거 후보인 강기윤 자유한국당 창원성산 후보와 황교안 당대표 등이 창원축구센터 안으로 진입해 벌인 선거운동을 막지 못한 책임을 졌다.

경남은 한정된 진행 인력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저지했다. 상벌위는 경남 측의 소명을 바탕으로 ‘경남은 유세단의 경기장 진입과 유세 활동을 제지하려 시도했다’는 점과 ‘타 정당의 경기장 진입은 미리 방지하는 등 경남 구단이 규정 준수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곧 자유한국당의 선거운동이 구단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는 것을 뜻한다.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다른 당과 대조적이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이재환 후보,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여영국 민주당-정의당 단일후보는 창원축구센터 밖에서 유세 활동을 했다. 여영국 후보는 도의원이었던 지난해와 올해 모두 경남 시즌티켓을 구입했고, 지난해의 경우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바 있다.

사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아쉽다. 프로연맹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은 1일 입장문을 보내왔다. 프로축구 규정에 대해 잘 숙지하지 못했으며 이를 어겨 유감이라는 입장이 담겨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 측은 경상남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해 선거 운동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에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와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황교안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에 관해서도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그러면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그렇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자유한국당이 밝힌 입장 중에는 사과로 볼 수 있는 말이 전혀 없었다. 프로연맹은 경남만 징계할 수 있고, 자유한국당과 강 후보, 황 대표는 징계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선관위의 지침과 프로연맹의 규정을 모두 어기며 선거운동을 했지만 징계는 경남만 받는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관중에게 해외에서 하는 것처럼 황 대표와 강 후보를 창원축구센터에 출입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황 대표는 징계가 확정되기 전인 2일 오후 2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운동을 결산하는 글을 올리면서 "시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하다. 경남FC 관계자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더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고 썼지만 전체 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었다.

황 대표의 이야기대로 ‘부족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현장 정황이 맞지 않는다. 경남 측에서 여러 차례 경기장 내 선거운동이 안 된다고 현장에서 통보했기 때문이다. 실수라 할지라도 이로 인한 피해는 경남이 입었다. 벌금 2,000만 원이라는 금액을 넘어 징계를 받았다는 불명예만으로도 축구팀에는 큰 손실이다.

자유한국당의 공식적인 사과는 징계가 확정된 뒤 나왔다. 민경욱 대변인은 “경남이 제재금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구단과 축구팬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경남FC 구단이 적극적인 조치를 성실히 수행한 것을 감안해 이 결정을 재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썼다. 그러나 “선거를 하루 앞둔 첨예한 시점에서 긴급하게 이루어진 이번 결정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는 말을 덧붙여 사과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포함시켰다.

K리그를 포함한 프로 스포츠 구장에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1997년 창당한 한나라당이 당명을 바꾸며 이어져 온 정당이다. 선거 경험이 가장 풍부한 당인데 단순 실수로 구단에 피해를 입혔다는 건 상식적인 상황이 아니다. 사건이 벌어진 뒤의 사과는 미온적이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