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방침도, 주장 손흥민의 당부도, 이강인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22일 볼리비아를 1-0으로 꺾었고, 23일 회복훈련을 가진 뒤 만 하루가 조금 못 되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24일 다시 소집된 뒤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전을 준비한다.

손흥민이 볼리비아전 직후 가진 인터뷰가 화제에 올랐다. 볼리비아전에서 벤치에 앉아 있던 이강인이 화제에 오르자, 손흥민은 즉답 대신 다소 긴 답변으로 이강인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처음 소집에서 이야기했듯이 (이강인은) 조심해서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그렇고 기자분들도 한국 축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재능 있고 어린 선수가 그걸 펼치지 못하면 너무나 아쉬울 것이다. 도와줘야 한다. 이강인은 첫 경기를 바로 옆에서 봤으니 욕심이 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급할 것 없다. 성장하는 모습만 즐기면 된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 부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주장 역할을 하고 있는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동료들에게 투지를 불어넣고 ‘일침’을 놓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 훈련에서도 최근 친해진 권경원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등 장난꾸러기의 면모가 여전하지만, 훈련 분위기가 떨어지는 것 같으면 먼저 소리를 지르는 등 전체를 신경 쓰려 하는 편이다.

손흥민은 이강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인정했다. 자신도 10대 시절 대표팀에 소집돼 큰 관심을 받았던 손흥민은 어린 대표 선수가 논란의 대상이 될 경우 성장에 좋을 것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관심이 집중되는 건 좋지만 매 소집마다 주어진 기회 안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즐기면 될 뿐, 논란이나 비판으로 부담을 지우지 말자는 것이 손흥민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이강인을 출전시키라고 벤투 감독을 압박하는 게 오히려 이강인에게 피해를 입힐 거라는 생각도 포함돼 있다.

 

준비 시간 제공한 뒤 A매치 데뷔시키는 벤투의 방식

이강인은 아직 대표팀 적응기다. 이강인은 대표팀에 소집된 지난 19일 형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볼리비아전을 치르면서 한결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볼리비아전 이후 23일 훈련 때 동료들과 장난을 치며 한결 가까워진 모습을 보였다. 김민재의 인스타그램에 일시 공개된 일상 모습을 보면 자유시간에 김민재의 장난을 받으며 스스럼없이 자유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적응기인 건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에 선수를 받아들일 때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길 선호하는 편이다. 기존 주전 멤버들을 일단 인정하면서 새로운 선수들을 훈련에서 먼저 관찰한다. 훈련에서 확신을 주지 못한 선수는 다음 소집 훈련까지 천천히 지켜보면서 대표팀 전술에 더 녹아들 시간을 주고, 그 다음 데뷔시킨다.

충분한 준비를 거친 뒤 투입되기 때문에, 벤투호 멤버 중에는 첫 선발 경기부터 맹활약한 선수가 많다. 지난해 세 차례 교체투입에 이어 첫 선발 경기였던 10월 파나마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황인범이 대표적이다. 나상호 역시 지난해 11월 데뷔전 호주전에서 교체로 먼저 뛴 뒤, 다음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진현은 10월에 소집해 겨우 한 경기 막판 교체 투입에 그쳤으나, 11월에는 교체 투입되는 시간을 조금씩 앞당기더니 우즈벡 상대로 A매치 데뷔 도움을 기록했다. 센터백 권경원의 경우 벤투 감독 아래서 계속 소집됐으나 스리백을 시도한 1월 사우디아라비아전 외에는 교체로만 투입되다가 이번 볼리비아전에서 두 번째 선발 기회를 잡았고, 깔끔한 경기력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런 패턴을 본다면 벤투 감독의 첫 10대 선수인 이강인에게 충분한 대표팀 적응 시간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이강인은 벤투호뿐 아니라 프로를 통틀어 봐도 성인팀 1군에서 뛴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발렌시아에서 467분을 소화한 것이 전부고 그중 비교적 비중이 떨어지는 코파델레이(국왕컵)가 대부분이었다. 1군 주전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라리가와 UEFA 유로파리그는 총 23분을 소화한 것이 전부다.

잠재력은 대표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손흥민은 “함께 훈련해봤는데 재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표팀 훈련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적극적으로 공을 만지며 선배들과 차이 없이 훈련을 소화해가고 있다. 다만 A매치 출장 준비가 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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