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힘 빠진 볼리비아는 한국의 공격축구를 견디지 못했다. 더 강한 상대가 반격한다면 어떻게 될지 알아볼 차례다.

22일 울산에 위치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가진 한국이 볼리비아를 1-0으로 꺾었다.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이후 첫 경기이자 기성용, 구자철의 은퇴 공백을 메우는 첫 실전 실험이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을 대비하기 위한 첫 단계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의미가 큰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과 공격수 두 명을 기용할 것은 예고돼 있었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그 이상으로 공격적이었다.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배치한 4-3-1-2라기보다 4-1-3-2에 가까웠고, 선수들도 “우리는 4-1-3-2로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중앙에서 수비에 집중한 건 주세종 한 명이었다. 권창훈과 황인범은 팀의 요구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이날은 둘 다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였다. 왼쪽 측면에는 원래 공격수인 나상호가 배치됐다. 매우 공격적인 선수 구성이었다.

볼리비아는 한국의 많은 공격 숫자와 공격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볼리비아는 국내파 위주 선수단을 꾸렸고, 이 선수들이 한국까지 이동하는데 약 40시간이 걸렸다. 멤버 자체도 감독 교체 후 큰 폭으로 변화하는 중이라 대표팀 신예 위주였다. 이번 명단 중 A매치 최다골 선수의 기록이 3골이었다. 한국보다 개인 기량에서 밀리는 팀이었다.

경기력에 대해 선수들, 감독 모두 만족을 밝혔다. 손흥민은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력이지만 한 골 밖에 넣지 못했다”며 결정력을 빼면 훌륭했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무수히 많은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만족한다. 전술 변화를 했음에도 우리 스타일을 유지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말대로 한국의 스타일은 부임 직후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공격수가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고,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어들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좌우 전환을 통한 공격 속도 확보, 간헐적인 전방 압박에 이은 콤비네이션 공격 등을 보여주려 했다. 모두 잘 먹혔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담이 큰 전술을 유지한 채 강팀을 만났을 때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 남는다. 한국은 수비진보다 공격진에 숫자가 많았다. 그래서 한국 공격이 끊겼을 때 전방 압박을 통해 수비 위험을 방지하려 했다. 주세종은 후방에 물러나 있는 게 아니라 조금 전진해 볼리비아 역습의 시발점이 될 만한 선수를 견제하다가 재빨리 압박하는 것으로 속공 당할 위험을 막았다. 대체로 잘 통했지만 주세종이 막을 수 없는 선수를 거쳐 볼리비아가 역습하면 곧바로 속공을 허용했다. 탈압박 능력이 좋은 팀을 만났을 때는 오히려 휘둘릴 수 있는 전술이다.

4-1-3-2 포메이션이라고 해도 선수들의 구성과 역할 배분에 따라 공수 균형이 잘 맞을 수도 있다. ‘3’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활발하게 수비와 패스 순환에 가담한다면 오히려 수비력 갖춘 선수가 4명이나 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한국 미드필더들도 수비에 신경 쓰며 경기할 능력은 있었지만, 이날은 공격에 치중했다. 빌드업할 때 권창훈과 황인범 모두 전방으로 올라가 있어 주세종이 무조건 장거리 패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 여러 번 나왔다.

한국의 새로운 포메이션은 일단 볼리비아 상대로 잘 통하며 벤투 감독의 철학을 실현시켰지만, 더 강한 상대를 맞아 검증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 26일 서울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갖는다. 원래 강팀일 뿐 아니라, 22일 일본전을 치르며 시차 적응이 좀 더 잘 되어 있는 팀이기 때문에 볼리비아보다 컨디션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강팀 상대로 통하겠냐는 질문에 주세종은 “감독님께서 다음 전술을 정하시는 것이다. 다음 경기에도 투입해주신다면 오늘 경기보다 패스, 킥을 더 세밀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포메이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감이 중요하다”며 콜롬비아 상대로도 자신 있게 맞선다면 맞불을 놓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밝혔다. 두 선수 모두 4-1-3-2 포메이션의 경쟁력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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