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의 축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현역 시절 자신이 소화했던 ‘피보테’ 역할의 적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무대가 EPL이라면 ‘달리는 피보테’여야 한다.

A매치 기간이지만 맨시티는 전세계 축구 팬의 관심을 받았다. 맨시티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소속 스페인 대표 미드필더 사울 니게스 영입에 이미 근접했다는 보도 때문이다. ‘ESPN’은 니게스가 아틀레티코를 떠날 생각이며, 바르셀로나 역시 고려 대상이지만 현재로서는 맨시티가 앞서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 맨시티의 가장 큰 목표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아약스 유망주 프렝키 더용 영입을 원했으나 바르셀로나에 선수를 빼앗긴 뒤 니게스 영입에 힘을 쏟았다. 맨시티가 유럽축구연맹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을 편법으로 회피한다는 의혹이 있는 가운데 영입설이 또 나왔다는 점은 논란의 대상이다.

니게스 영입설은 맨시티 선수단의 유일한 약점이 보완된다는 걸 뜻한다. 맨시티는 거의 모든 포지션에 더블 스쿼드 이상을 구축하고 있다. 골키퍼로 에데르손과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있다. 레프트백으로 벤자맹 망디와 파비앙 델프, 라이트백으로 카일 워커와 다닐루가 있다. 중앙 수비수는 뱅상 콩파니, 존 스톤스, 아이메릭 라포르테, 엘라이큄 망갈라, 니콜라스 오타멘디를 보유하고 있다. 윙어로 라힘 스털링, 르로이 자네, 리야드 마레즈가 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케빈 더브라위너, 다비드 실바, 일카이 귄도간, 베르나르두 실바를 보유하고 있다. 스트라이커로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가브리엘 제주스가 대기한다. 유망주 필 포든, 올렉산다르 진첸코도 활용 가능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멀티 플레이어라 사실상 대부분의 포지션이 3, 4순위까지 꽉 채워져 있다.

그 중 수비형 미드필더만 페르난지뉴 혼자다. 페르난지뉴가 없을 경우 수비수 라포르테나 미드필더 귄도간을 배치하곤 하지만 어느 선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맨시티는 지난 12월 페르난지뉴 없이 치른 EPL 경기에서 연달아 패배하며 중요성을 절감한 바 있다.

 

신체와 사고가 모두 빠른 선수, 페르난지뉴의 중요성

페르난지뉴를 대체하기 힘든 건 그만큼 어려운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약스, 바르셀로나로 이어지는 토털풋볼 계열의 감독이다. 토털풋볼을 위해 모든 선수가 지능적일 필요는 없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만큼은 경기장에서 가장 영리한 선수가 맡아야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보통 4번을 주고 피보테라고 부르는 역할이다. 과르디올라 자신이 현역 때 맡았고,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발굴하고 맡겼던 역할이다.

바르셀로나는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기술적으로 완벽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느린 부스케츠를 기용해도 큰 흠이 없었다. 압도적인 점유율과 기술, 팀 전체의 조직력으로 대부분의 경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2013시즌, 바이에른뮌헨 선수들의 ‘몸으로 덤비는’ 맹렬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4강에서 완패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과르디올라 감독의 ‘피보테 찾기’는 더 난이도가 높아졌다. 측면 수비수였던 필립 람을 피보테로 이동시켜 효과를 봤고, 노장 사비 알론소를 영입해 적절히 활용하기도 했지만 모두 신체 능력에서 약점이 있었다. 바르셀로나만큼 공 소유를 극대화해 상대 역습을 원천 차단하지 못한다면, 수비형 미드필더의 나약한 신체는 수비할 때 뿐 아니라 빌드업 할 때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상대의 전방 압박에서 혼자 빠져나가야 되는 상황에 봉착할 경우 그대로 실점 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맨시티에서도 한 시즌 동안 과도기를 겪은 뒤, 지난 2017/2018시즌 페르난지뉴를 이 자리에 배치하며 마침내 안정을 찾았다. EPL 환경은 분데스리가와 또 달랐다. 리그 문화 때문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아무리 차분하고 체계적인 경기 운영을 지시해도 곧 정신없는 역습 싸움으로 전개되기 일쑤였다. 기술이 조금 덜 부드럽더라도 EPL의 경기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신체 능력과 판단력이 필요했다. 페르난지뉴는 이 능력을 갖춘 유일한 맨시티 선수였다.

어차피 서로 대형이 헝클어지기 일쑤인 EPL 경기지만, 페르난지뉴는 그 가운데서도 빠른 발과 적극적인 몸싸움 기질을 활용해 가장 위험부담이 적은 위치를 찾아갈 줄 아는 선수다. 또한 공을 받은 뒤 두리번거리지 않고 곧장 중장거리 패스를 날려 윙어들의 속공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갖고 있다. EPL의 속도전에 최적화된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33세로 노장이 됐지만 맨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라는 점에 변함이 없었다.

그러므로 맨시티가 찾는 페르난지뉴의 후계자 역시 신체의 속도와 사고의 속도를 겸비하고, 여기에 기술까지 갖춘 선수여야 했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다. 최소한의 제공권도 필요하다. 맨시티가 제공권을 그리 신경 쓰지 않는 팀이긴 하지만 팀 전체를 볼 때 어느 정도는 장신 선수가 섞여 있어야 세트피스 수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을 수 있다.

니게스가 페르난지뉴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자격을 갖춘 선수로 볼 수 있다. 니게스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윙어를 모두 볼 수 있을 정도의 전술 지능과 공 다루는 능력, 넓은 활동범위를 겸비한 선수다. 키가 184cm로 페르난지뉴보다 크다. ‘시메오네 스타일’과 ‘바르셀로나 스타일’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평가를 들어 왔는데, ‘EPL 스타일’과 ‘펩 스타일’에 두루 어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니게스 영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 이적설은 맨시티가 어떤 선수를 필요로 하는지 잘 보여준다. 맨시티가 페르난지뉴의 경쟁자 겸 후계자를 영입할 수 있다면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계속 정상급 경쟁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점차 늙어가는 페르난지뉴로 다음 시즌까지 버텨야 한다면 막대한 불안요소를 팀의 한 가운데 안고 있는 꼴이 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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