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점진적인 변화를 좋아하지만, 이번만큼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 18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인 대표팀은 19일 이청용, 백승호, 이강인이 합류하며 27명 규모의 ‘완전체’가 됐다. 22일 울산에서 열리는 볼리비아전,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전을 통해 ‘아시안컵 이후 체제’를 모색하고,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을 대비한다.

벤투 감독은 한국 부임 이후 변화를 꺼리는 성향을 늘 드러내 왔다. 지난해 9월 첫 소집 당시 기존 대표팀 멤버를 대부분 승계한 것을 시작으로 여기에 아시안게임 대표 등 연령별 대표 출신을 조금씩 추가해 올해 1월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대표를 꾸렸다.

감독에 따라서는 친선경기 2연전이 열릴 경우 ‘주전이 나서는 경기’와 ‘실험하는 경기’를 분리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벤투 감독은 모든 경기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지난해 가진 6차례 평가전 중 앞선 경기의 선발 라인업이 절반 이상 바뀐 건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A매치 명단에 손흥민과 기성용이 없었기 때문이었지, 벤투 감독이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엔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성용, 구자철의 은퇴 공백이 크다. 이로 인해 대표팀 전체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기성용의 공백은 대체자를 기계적으로 끼워넣는다고 메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여러 포지션에 연쇄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벤투 감독에게 가장 큰 신임을 얻은 라이트백 이용, 주전급 윙어 황희찬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벤투 감독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일찌감치 낙점했던 남태희 역시 빠졌다.

기성용이 아시안컵 도중 부상으로 이탈한 바 있지만, 대표팀의 기존 주전 라인업에는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전급 멤버 중 절반가량이 사라진 상태에서 볼리비아전을 준비하게 된다. 아시안컵 내내 한국은 매 경기 결장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미봉책을 들고 나섰다. 이제 기성용이 없는 가운데 새 판을 짤 시기가 됐다.

그사이 대표 선수들의 컨디션과 팀 내 입지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승우는 아시안컵을 전후해 소속팀 엘라스베로나에서 꾸준히 출장하며 팀 플레이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벤투 감독이 중시하는 조직적인 플레이에 녹아들 준비가 됐다. 부상에서 돌아온 권창훈, 새로 발탁된 이강인과 백승호 등 출장 기회를 노리는 선수들이 2선에 즐비하다. 반면 벤투 감독이 총해했던 나상호는 FC도쿄 이적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태다. 원톱의 경우 황의조 한 명만 믿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동원이 득점 감각을 회복하면서 경쟁 구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볼리비아전은 벤투 감독이 부임 후 처음으로 큰 폭의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은 경기다. 첫 퍼즐부터 아예 새로 맞춰야 한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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