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초호화 군단의 리그. 가장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 현대 축구의 발전상을 따라가려면 스페인라리가를 놓쳐선 안 된다. 'Football1st'는 세계 축구의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축구 소식을 2018/2019시즌에도 깊이 있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지네딘 지단은 좋은 팀을 잘 관리하는 능력으로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지단은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고, 이번엔 팀을 처음부터 만들어내야 한다. 지단의 감독 인생에서 첫 리빌딩이 시작된다.

레알마드리드는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을 내보내고 지단 감독을 다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지단 감독의 임기는 2021/2022시즌까지다. 지난해 5월 팀을 떠난 뒤 겨우 284일 만에 복귀를 결정했다.

지단 감독이 떠난 뒤 채 한 시즌도 지나지 않았지만 레알의 선수단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선수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떠났다. 이 자리를 누가 메울지가 관심사였는데, 레알은 스타급 공격자원을 한 명도 영입하지 않음으로써 뜻밖의 노선을 택했다. 브라질 유망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영입되긴 했지만 즉시 호날두의 자리를 대체하기보다 앞으로 성장해야 하는 선수였다.

여기에 기존 선수들의 많은 나이, 전술적 문제 때문에 세대교체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마르셀루 31세, 세르히오 라모스 33세, 루카 모드리치 34세, 카림 벤제마 32세다.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이지만 과거에 비해 체력이 딸리는 모습이나 기복이 심해진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마르셀루는 최근 후보로 밀린 뒤 유벤투스로 떠나고 싶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스타 중 호날두의 자리를 메운 선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벤제마가 라리가 13골로 모처럼 훌륭한 득점력을 보여주는 중이지만 레알 정도 되는 팀의 주포로는 부족하다. 가레스 베일은 여전히 부상과 부진을 종종 보여주며 7골에 그쳤다. 쏠쏠한 득점력을 보여줬던 루카스 바스케스나 마르코 아센시오, 이번 시즌 급히 영입한 전문 골잡이 마리아노 디아스, 비니시우스 등 보조 득점원 중 2골을 넘긴 선수가 한 명도 없다. 라모스가 여느 때 이상으로 과감한 득점 시도를 통해 6골을 넣지 않았다면 레알은 더 심한 빈공에 빠질 뻔했다.

레알은 세계 최고 스타가 있어야 유지되는 팀이다. 2001년 지단을 영입하며 ‘갈락티코 정책’을 처음 완성시킨 뒤 ‘스타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 팀’이라는 정체성이 생겼다. 지단 은퇴 후 유럽 정상과 거리가 먼 팀으로 지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시대가 제대로 자리 잡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회 우승을 달성했다. 호날두가 떠나자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지단은 지난 2016년 1월 2군에서 1군 감독으로 승격됐고 이후 두 시즌 반 만에 UCL에서 3회 모두 우승했다. 당시 지단이 보여준 건 이미 완성된 팀을 잘 끌고 가는 수성 능력이었다. 전임자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지단의 은사 같은 인물이다. 호날두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최선인지 2013/2014시즌 모범답안을 제시했고, 온화한 리더십으로 스타 선수들을 규합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지단은 이 전술을 계승해 매 시즌 조금씩 변주할 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리더십 역시 선수들을 억누르기보다 현역 시절의 위업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로 부드럽게 제압하는 스타일이었다. 여러모로 안첼로티 스타일을 물려받으면서 업그레이드한 시절이었다.

레알은 호날두, 베일, 2014년 영입한 하메스 로드리게스 이후로 ‘갈락티코’라고 할 만한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과거에 영입한 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새로 발굴해 낸 스페인 출신 선수들을 적절하게 조합해 성적을 냈다. 즉 안첼로티 시절 완성한 선수단의 뼈대 안에서 지단의 모든 위업이 탄생했다. 이제 뼈대를 유지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지단은 물려받을 전임자의 리더십도, 선수단도 문제투성이라는 점에서 2016년 당시와는 다른 환경에 놓였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지단 영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 흥분되는 새로운 시대”를 지단과 함께 열겠다고 말했다. 리빌딩 필요성을 암시한다. 지단 역시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두 번째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단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의 복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선수 영입에 대한 결정권을 요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스포츠’는 ‘이제 지단은 레알 안에서 발언권이 커졌다. 지단이 예전부터 원했던 슈퍼스타 영입을 위해 유럽의 다른 구단들과 본격적인 영입전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네이마르, 킬리앙 음밥페, 에덴 아자르 등 레알 이적설이 났던 선수들이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단은 현역 시절 자신에 비견할 만한 슈퍼스타가 없는 상태에서 팀 조립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3년 전과는 모든 게 달라졌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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