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지난 시즌 FC서울의 최다득점자는 고요한이었다. 고요한에겐 기분 좋을 것 없는 기록이다. 팀의 부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전지훈련지였던 일본 가고시마에서 고요한을 만났다. 고요한은 “미드필드에서 8, 9골을 넣어주는 선수가 있고 스트라이커가 팀내 최다득점을 한다면 분명 우리가 우승을 다투는 순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서울은 K리그1 12팀 중 11위로 강등 위기를 겪었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겨우 잔류했다. 2년 전 우승한 팀이라고 믿기 힘든 최악의 부진이었다. 특히 공격력은 심각하게 떨어졌다. 38경기 40득점으로 전체 최소 득점을 기록했다. 미드필더 고요한이 8골 4도움으로 팀내 최다 골 및 최다 도움을 모두 기록했을 정도였다.

고요한은 “늘 골을 많이 넣고 우승권에 있는 팀이었다. 우리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팀이었다. 작년에는 득점력 부분이 아쉬웠다. 스트라이커들이 골을 많이 넣어준다면 분명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나도 작년의 개인 기록을 깨고 싶은 게 올해 목표다. 다른 선수들도 그런 목표를 갖고 있다면 분명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요한은 지난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직접 소화하며 인생 최고 경험도 했고, 그 직후에 서울에서도 맹활약했다. 반면 서울의 심각한 부진을 겪으며 축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우울한 시기도 보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경험이 쌓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만 했다. 지금은 연륜이 생겼고, 고참이 되면서 어느 정도 경기 운영에도 기여하게 됐다. 이제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됐다. 예전에는 우리 팀에 워낙 테크니션이 많아서 팀을 조율하는 건 내 몫이 아니었다. 나는 그 선수의 조율을 받으며 뛰는 선수였다. 지금은 두 가지를 오가면서 해야 한다.”

고요한은 속공 상황으로 예를 들었다. 최용수 감독의 지난번 임기 때(2012~2016) 자신이 오른쪽 윙백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고, 역습 상황에서는 측면을 따라 질주하는 것이 역할의 전부였다. 지금은 일단 공을 잡은 뒤 2선에 있는 선수를 파악하고 그 다음 상황까지 파악하려는 성향이 가미됐다고 했다.

“예전이 더 마음 편했다. 부담이 없었다. 그때는 폐만 안 끼치면 다른 선수들이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좋은 모습을 못 보이면 팀이…. 책임감이 들더라. 나아가 부담감도.”

고요한은 자신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올해 서울도 나아질 거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서울이 ‘선수들 각자 따로 노는 팀’이었다고 지적하며 동계훈련 내내 이 점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 근처로 선수들이 도와주러 가는 움직임, 팀 전체의 간격을 좁혀 유기체로서 뛰는 플레이가 올해 서울의 목표 중 하나였다. 고요한은 훈련이 분명 성과를 봤다고 말했다.

고요한의 말처럼 서울은 개막전에서 강호 포항스틸러스를 2-0으로 꺾었다. 필드 플레이어 전원의 조직력 측면에서 서울이 포항보다 나았다. 아직 주전 공격수 페시치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대신 노장 박주영이 공격 흐름을 풀었고, 수비수 황현수가 깜짝 득점을 두 번 터뜨렸다. 개막전 승리는 최 감독의 지난 임기 때 한 번도 하지 못한 일이다.

고요한은 좋은 시즌을 통해 최 감독의 얼굴이 좀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작년에 다시 부임하셨을 때는 예전보다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다고 생각했다. 감독직을 떠나서 쉬면서 틈틈이 방송하시니까 보기 좋더라. 그런데 몇 달 사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는지 안색이 안 좋아지셨다. 선수들이 스트레스 안 받으시게 잘 준비하고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할 테니 마음 편한 해가 되셨으면 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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