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남FC가 이번 시즌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심차게 영입한 머치와 룩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두 선수는 5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데뷔전을 통해 긍정적인 예감을 품게 만들었다.

경남은 5일 홈 구장 창원축구센터에서 산둥루넝과 2019 ACL 첫 경기를 치러 2-2 무승부를 거뒀다. 창단 이래 첫 ACL 경기에서 2-1로 앞서고 있다 동점을 허용했지만, 조 최강 산둥과 무승부를 거두며 경쟁력을 보였다.

경남의 희망은 머치와 룩의 준수한 활약에서 비롯됐다. 머치는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경기 내내 시의적절한 패스, 큰 덩치를 활용한 중원 장악으로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룩은 김승준과 박기동에게 선발 자리를 내줬지만 경기가 안 풀리자 하프타임에 박기동 대신 투입됐다.

외국인 선수의 경기력은 이번 시즌 경남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인이었다. 머치와 룩 모두 유럽 ‘4대 리그’에서 뛰어 본 선수다. 머치는 카디프시티, 퀸즈파크레인저스, 크리스털팰리스 경력이 있다. 룩은 페예노르트, 인테르밀란,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 스포르팅CP 등 유럽 명문팀을 거쳤다. 그러나 모두 하향세를 겪었다. 머치는 유럽에서 밀려나 미국메이저리그(MLS)의 밴쿠버화이트캡스에서 1년을 보낸 뒤 자유계약 대상자가 되어 K리그로 왔다. 룩은 최근 3년 반 동안 프로 득점이 총 8골에 불과했다.

머치는 기대 이상의 킥력으로 경남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잘 해냈다. 킥력을 세트피스 상황에서만 활용할 줄 아는 선수들도 있지만, 머치는 경기 중 정확한 롱 패스와 묵직한 중거리 슛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는 판단력을 겸비했다. 호리호리한 테크니션이 아니라 ACL에서 만나는 어지간한 선수들을 밀어버릴 수 있는 덩치의 소유자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비교적 작고 많이 뛰는 이영재와 장차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충분했다.

룩은 188cm 장신 공격수지만 헤딩 경합을 즐겼던 전임자 말컹과 달리 유연하고 기술적인 선수다. 어린 시절부터 티에리 앙리와 비견됐던 룩은 경남에서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앙리를 연상시키는 플레이를 했다. 수비가 없는 공간으로 이동하며 동료의 롱 패스를 이끌어내고 안전하게 속공을 시작하는 위치선정, 반칙이 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손을 쓰며 상대 수비가 붙지 못하게 하는 동작 등 여러모로 노련미가 느껴졌다.

머치의 킥과 룩의 판단력이 조화를 이뤄 후반 20분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속공 상황에서 머치의 정확한 롱 패스, 룩의 시의적절한 침투가 어우러지며 단번에 문전까지 공이 전달됐다. 룩이 수비 두 명을 유인해 놓고 이영재에게 내주는 패스까지 좋았으나 이영재가 슈팅 타이밍을 잡지 못해 수비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두 선수는 훈련 태도 측면에서도 프로다운 자세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머치와 룩이 뛰어난 자기 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점이 기존 외국인 선수인 네게바와 쿠니모토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고, 함께 영입된 김승준 등 국내 선수들까지 덩달아 열심히 운동하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경남의 네 외국인 선수는 브라질, 일본, 네덜란드, 영국 등 국적과 쓰는 언어가 제각각이지만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언어 습득 능력이 좋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룩은 포르투갈어, 영어를 모두 할 줄 알아 외국인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도 한다.

아직 온전한 경기력이 아니라는 평가 역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룩은 말컹, 머치는 최영준의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 전임자에 비해 신체능력 대신 지능과 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스타일로 공격과 미드필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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