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수원삼성이 극단적 전방 압박 전술, 일명 ‘게겐프레싱’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축구계의 화젯거리다. 이임생 감독과 선수들은 무조건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력에 기반을 둔 축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홍은동에 위치한 그랜드힐튼호텔 서울 호텔에서 ‘하나원큐 K리그2019’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임생 수원 신임 감독과 주장 염기훈, 대표 유망주 전세진이 참석했다.

수원은 터키의 안탈리아에서 진행된 전지훈련부터 전방압박에 필요한 전술훈련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서정원 전 감독 아래서 자주 스리백을 시도하며 ‘수비 후 역습’ 기조를 보인 경기가 많았던 것과는 딴판이다. 현장경험이 많고 이론적으로 해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 감독이 내놓은 승부수다.

수원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축구다. 수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K리그 최고 수준의 화려한 선수단을 바탕으로 공수 밸런스를 맞추거나 개인 역량을 극대화하는 경기가 더 많았다. 몇몇 경기에서 깜짝 전술로 전방압박을 시도한 적은 많지만 대부분 일시적이었다. 팀의 기조를 ‘일사분란한 조직력 축구’로 완전히 전환한 이 감독의 시도는 신선하다.

수원은 예전만큼 선수단이 화려하지 않은 팀이다. 모기업 제일기획이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겨울이 계속되면서 점차 선수단의 명성은 떨어졌다. 과거에 못 미치는 선수들로 성과를 내기 위해 콘셉트가 확실한 전술을 시도하겠다는 것이 이 감독의 접근법이다.

새로운 전술이 잘 작동하면 상대 진영에서 공을 빼앗아 곧장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 염기훈, 데얀 등 노장 선수들이 수원 진영부터 상대 문전까지 먼 거리를 오갈 필요 없이 목표 근처에서 공격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주전 선수들이 이 전술을 소화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 특히 38세 데얀, 36세 염기훈이 주전인 가운데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게겐프레싱을 구현하는 건 어렵다. 이 표현을 유행시킨 2010년대 초반 보루시아도르트문트는 주전 대부분이 20대 초반인 팀이었다.

전세진은 “체력을 쏟아 부어서 공을 따라다니는 압박이 아니라, 조직과 대형으로 하는 압박을 훈련해 왔다. 위에서 올라가면, 밑에서도 올라간다. 그래서 체력소모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한두 선수의 체력에 의존하지 않고 다같이 경기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체력에 대한 불안감은 남지만, 염기훈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염기훈은 “누구 하나 안 뛰면 조직적 압박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한 발 더 뛴다는 자세로 연습경기를 치러 왔다. 풀타임을 소화하기 힘들면 교체될 수도 있다. 나는 올해 90분이 아니라 60분만 뛰는 한이 있더라도 그 시간 동안 최대한의 활동량을 보여줄 생각이다. 힘들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염기훈은 전방압박 기조와 함께 도입된 경쟁체제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줬다고 말했다. “이 감독님은 제로베이스에서 경쟁을 붙이시겠다며, 과거 명성은 무시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겠다고 하셨다. 우리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최근 훈련에서는 데얀이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가 수비에 가담하는 등 신선한 모습을 많이 봤다고 했다.

또 한 가지 의구심은 수원의 고질적인 집중력 저하 문제를 전방압박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원은 경기 막판 실점이 많았다. 이 시간대를 부르는 별명 ‘세오 타임’은 염기훈 등 선수들도 쓸 정도로 유명해졌다. 전방압박을 강하게 하면 후반 30분 즈음부터 체력이 고갈돼 집중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수원의 약점을 더 부각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이 감독은 향상된 조직력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경기 내 기복을 극복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체력이 고갈되면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우리 수비 조직력은 업그레이드됐다. 수비진이 크게 물갈이됐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훈련을 통해 내게 믿음을 줬다.”

수원은 1일 울산현대 원정으로 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이어 9일 홈에서 전북현대와 2라운드를 치른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강호를 상대로 이임생식 압박 축구가 통하지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전세진은 “초반 분위기가 중요하다. 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더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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