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가고시마(일본)] 김정용 기자= 작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한승규와 기대주 공격수였던 이근호는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실력을 키워 온 사이다. 두 선수는 동시에 전북현대로 이적했고, 스포츠 만화의 주인공처럼 극적인 성장을 꿈꾼다.
지난 1월 전북의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룸메이트였던 두 선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공격형 미드필더 한승규는 2017년 울산현대에서 프로 데뷔했고, 2018년 5골 7도움으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이근호는 지난해 포항스틸러스에서 데뷔 첫 해 3골 4도움을 기록한 스트라이커다.
두 선수의 인연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던 2011년 말 시작됐다. 언남고로 함께 진학하면서 공격수와 플레이메이커로 꾸준히 호흡을 맞췄다. 언남고에서 고등추계연맹전(2013), 춘계연맹전(2014) 등의 우승을 이끌었다. 2015년 함께 연세대로 진학한 뒤 대학추계연맹전(2015)과 춘계연맹전(2016)까지 휩쓸었다. 청소년 대표팀 경력도 함께 쌓았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본선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두 선수의 탈락은 아시안게임 명단에서 가장 큰 이변이었다. 프로에 와서 팀이 달라진 뒤에도 기쁨과 슬픔을 모두 나눈 사이다.
두 선수는 서로 모르는 게 없다. 한승규의 휴대전화에는 화장실에 있는 이근호의 나체 사진이, 이근호의 전화에는 목욕탕에서 나체 상태로 장윤호와 투닥거리는 한승규의 영상이 들어있다고 한다. 연세대 동기인 김민재(베이징궈안) 등 동갑내기들이 모일 때도 이근호와 한승규는 빠지지 않는 멤버들이었다.
“프로에서 언젠가 같은 팀이 될 거라고 기대했어요. 그 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것 같아요. 저희가 아직 어릴 때 그 기회가 찾아와서 좋다고 생각해요.” (한승규)
“친구와 함께 재미있게 축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북 이적을 결정할 때 영향을 미쳤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은데, 승규와 같이 가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이근호)
한승규가 밀어주고 이근호가 마무리하는 건 학창 시절 ‘필살기’였다. 당시 이근호는 전방에서 공을 잡으면 한승규부터 찾았다. 활동반경이 넓은 이근호는 문전에서 조금 떨어져 공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한승규가 중앙으로 쇄도하면서 이근호의 패스를 이어받아 골을 터뜨리는 패턴도 있었다.
“주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잘 맞아요. 학창시절부터 그걸로 골도 많이 넣었고. 제가 치고 들어가면 근호가 어디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거든요. U-23 대표팀에서도 그걸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2 대 1 플레이를 할 때 수비가 저를 따라오면 근호에게 주고, 안 따라오면 제가 해결하면 되거든요. 몇 년을 함께 해 왔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한승규)
“눈을 보면 어디로 패스할지 안다고 해야 되나? 승규가 축구하는 걸 보면 아, 다음에 어디로 주겠다, 느낌이 와요. 축구를 하며 잘 맞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낄 때가 많았고. 승규가 저돌적으로 치고 들어오면 제가 수비를 막아준다거나, 돌려놓고 승규가 침투한다거나, 이런 플레이들이죠.” (이근호)
한승규와 이근호 모두 기대주였지만, 결과적으로 울산과 포항에서 적극적으로 붙잡지 않았기 때문에 전북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작년보다 더 성장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목표가 있다. 특히 이근호는 ‘작년보다 두 배’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올 것이고, 같이 뛸 기회도 있겠죠. 그걸 잘 살려야죠. 작년보다 잘 해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고요.” (한승규)
“저는 아직 성장해야 하는 단계고, 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믿어요. 올시즌보다 다음 시즌, 그보다 다음 시즌에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에요. 그래서 올해는 작년보다 골을 2배 넣고 싶은데. 많이 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근호)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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