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은 해리 케인과 델리 알리가 부상에서 복귀한 뒤에도 토트넘홋스퍼의 주요 득점원으로 남을 것이 유력하다. 손흥민 한 명의 득점이 멈춰도 큰 타격이 없던 ‘4각 편대’ 시절과 달리, 케인과 손흥민의 ‘원투 펀치’가 토트넘의 골을 대부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트넘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 하기 시작한 건 2014/2015시즌부터,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4위 이내에 안착한 건 그 다음 시즌부터다. 이때부터 팀 내 최다득점자는 늘 케인이었다. 케인은 주전 자리를 차지한 뒤 늘 EPL 20골 이상을 기록하며 주전 공격수 자리를 굳혔다.

문제는 득점 ‘2옵션’이었다. 10골 이상 기록하는 선수가 케인 외에도 두세 명 더 있어야 강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2014/2015시즌에는 나세르 샤들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이 역할을 했다. 2015년에 손흥민과 알리가 영입됐다. 2015/2016시즌에는 알리만 10골을 기록했고, 손흥민이 3골에 그치며 믿을 만한 2옵션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2016/2017시즌에는 케인(29골), 알리(18골), 손흥민(14골)의 득점 삼각편대를 에릭센(8골 15도움)이 뒷받침하는 구도가 완성됐다. 2017/2018시즌은 케인(30골), 손흥민(12골), 에릭센(10골), 알리(8골)가 일제히 대량득점을 쏟아내며 나머지 모든 선수의 득점이 9골에 불과하다는 문제를 완벽하게 감췄다.

이번 시즌 들어 알리와 에릭센의 득점력은 전보다 떨어진 상태다. 시즌이 3분의 2 진행된 가운데 알리와 에릭센은 각각 5골을 넣었다. 이 추세로 시즌을 마친다면 각각 7골을 기록할 수 있는 득점력이다. 대신 시즌 초반에 손흥민의 공백을 틈타 기회를 잡았던 루카스 모우라(6골), 에릭 라멜라(4골)가 시즌 초 공격력을 높여줬지만 두 선수 모두 해가 바뀐 뒤에는 EPL뿐 아니라 컵대회까지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현재까지 토트넘의 총득점(54) 중 중 케인(14골)과 손흥민(11골)의 골이 차지하는 비중은 46.3%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두 선수의 득점이 멈추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이적 후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케인, 알리, 에릭센 등 일명 'DESK 라인‘ 중 손흥민의 포지션은 가장 측면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들어 손흥민은 중앙 공격수 역할에 더욱 적응했고, 좁은 공간에서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다. 14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넣은 골은 수비수들의 견제를 받다가 문전에서 절묘한 움직임만으로 노마크 기회를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진입하는 윙어의 득점 패턴이 아니라 스트라이커의 득점 패턴이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2선에나 측면에서 전술적인 무기로 쓰는 것이 아니라, 늘 최전방 근처에서 골을 노리는 득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활용법은 토트넘 선수들의 컨디션 변화, 역할 변화와 맞물려 있다. 손흥민에게는 스트라이커로서 뛰는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더욱 향상시킬 기회다. 케인을 받치는 선수 중 한 명에서 벗어나, 케인과 함께 토트넘의 득점을 이끄는 선수로 역할이 바뀌었다. 손흥민의 새로운 모습이다.

EPL은 잉글랜드FA컵 일정으로 일주일 동안 휴식기를 갖는다. FA컵에서 이미 탈락한 토트넘은 지난 도르트문트전부터 23일 열리는 EPL 번리 원정까지 약 10일 간격을 확보했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이후 강행군 중이었던 손흥민은 휴식을 취한 뒤 케인, 알리 등 부상에서 돌아올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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