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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1st] 네이마르와 카바니는 없지만, 투헬이 있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2.13 11:46

[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의 별칭은 별들의 전쟁이다. 국가대표 레벨에서 최고의 대회가 월드컵이라면, 클럽 레벨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무대는 UCL이다. 현대 축구의 발전사를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 'Football1st'가 2018/2019 UCL의 진수를 더 깊이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파리생제르맹(PSG)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원정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승리했다. 주인공은 분명 특정 선수가 아닌 토마스 투헬 감독이었다.

13일(한국시간) 영국의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에서 UCL 16강 1차전을 가진 PSG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2-0 승리를 거두고 8강 진출을 위해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다. 후반 8분 프레스넬 킴펨베, 후반 15분 킬리앙 음밥페가 골을 터뜨렸다.

경기 전까지 맨유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맨유는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 대행 아래서 무패 행진 중이었다. 홈에서 가진 유럽대항전 경기에서 2골 차 이상으로 진 적이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퍼거슨 시절의 저력을 부활시켰다’고 평가 받던 솔샤르 감독은 PSG에 2골 차로 패배하며 사상 첫 기록을 남기고 말았다. 맨유에 아픔을 선사한 건 네이마르와 에딘손 카바니를 부상으로 잃은 PSG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PSG의 토마스 투헬 감독이었다.

 

개인 전술로 덤빈 맨유, 조직력에서 앞선 PSG

조직력과 경기 운영 능력에서 PSG가 맨유보다 한 수 위였다. 맨유는 솔샤르 대행이 부임한 뒤의 팀 색깔인 ‘개인 기량 극대화’에 맞춰 경기를 운영했다. 맨유의 덩치 큰 미드필더들은 분명 PSG보다 신체적으로 강했다. 공중볼 경합에서 맨유가 17회 대 6회로 압도했고, 드리블 성공 횟수 역시 9회 대 7회로 맨유가 더 높았다.

반면 PSG는 네이마르와 카바니가 부상으로 빠진 뒤 명성만큼 강한 팀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였다. 킬리앙 음밥페를 율리안 드락슬러, 앙헬 디마리아가 받치는 공격진은 여전히 어느 정도 화려했다. 그러나 벤치 멤버까지 눈을 돌리면 부자 구단답지 않았다. 부상과 부진으로 이번 시즌 선발 출장이 컵대회 1회에 불과했던 라뱅 쿠르자와, 무사 디아비와 크리스토퍼 은쿤쿠 등 유망주들, 유망주 중에서도 1군 전력이라고 보기 힘든 콜린 다그바 등이 포함됐다.

PSG의 경기운영이 변화무쌍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공식 선발 라인업에 4-2-3-1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3-4-2-1에 가깝게 움직였다. 오른쪽 윙백인 노장 다니 아우베스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왼쪽 윙백 후안 베르나트가 자주 후퇴해 포백처럼 수비했다. 베르나트와 아우베스 모두 수비력에서 문제가 있는 선수들이지만 적절한 전술 덕분에 맨유가 공략할 틈이 없었다.

맨유는 속공에 치중하는 팀이다. 서로 정신 사납게 공격을 교환하는 경기에서 자신감을 보인다. 반면 PSG는 스리백 앞에 마르퀴뇨스, 마르코 베라티를 체계적으로 배치해 맨유가 속공할 수 있는 공간을 봉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비롯한 모든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고의적인 파울로 맨유 속공을 원천 봉쇄했다. 맨유가 하프타임에 제시 린가드, 앙토니 마르샬의 부상으로 알렉시스 산체스, 후안 마타를 투입하며 전력 누수를 겪긴 했지만 전반전부터 PSG의 경기력이 더 좋았다.

투헬의 마르퀴뇨스 전진 실험 ‘성공 선언’

조직력의 승리를 이끌어낸 건 투헬 감독의 뚝심이었다. 이번 시즌 PSG 지휘봉을 잡은 투헬 감독은 화려함 속에 알맹이가 없는 선수단과 마주했다. 네이마르, 음밥페 등에게 거액을 쓰느라 다른 포지션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팀이었다. 특히 미드필더는 문제가 많았다.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티아구 모타의 은퇴다. 모타는 30세에 PSG로 이적해 여섯 시즌 반 동안이나 핵심 멤버로 활약한 뒤 36세에 은퇴했다. 브라질 출신이지만 대형을 중시하는 바르셀로나에서 축구를 배웠고 전술 지능이 높은 모타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중심을 잡는 역할에 딱 맞았다. 블래즈 마튀디(현 유벤투스), 베라티, 아드리앙 라비오 등 재능 있는 미드필더들이 자유분방하게 중원을 돌아다니며 장악할 수 있는 건 모타가 뒤에서 빈 공간을 메워준 덕분이었다. 모타 없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지능적인 미드필더 기용을 선호하는 투헬 감독의 성향과 달리, PSG에는 알아서 전술을 완성시켜 주는 ‘그라운드 위의 감독’이 한 명도 남지 않는 상태였다.

미드필드의 선수층도 하락해 있었다. ‘개국공신’ 마튀디는 2017년 이미 유벤투스로 떠났고 조반니 로셀소는 출장 기회를 찾아 레알베티스로 임대됐다. 후보 미드필더 라사나 디아라는 부상에 시달리며, 라비오는 재계약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다 2군으로 내려갔다.

투헬 감독은 선수단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PSG의 전술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마르퀴뇨스에게 새 임무를 줬다. 스타 센터백 마르키뇨스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이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가 세 명 이상일 때 성적이 좋았던 PSG를 3-4-3 등 중앙 미드필더가 2명인 시스템에 적응시키는 작업을 거쳤다. 시즌 초반은 과도기였다. 네이마르와 음밥페의 맹활약에 힘입어 프랑스리그앙 선두 질주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경기 방식이 이상하다고 비판 받기도 했고, UCL 조별리그에서 한때 탈락 위기에 몰렸다.

마침내 투헬 감독의 ‘고단수 축구’에 적응한 PSG 선수들은 네이마르, 카바니 없이 맨유 원정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마르퀴뇨스는 맨유전에서 뛰어난 위치 선정과 준수한 패스로 베라티의 배후를 든든히 지켰다. 수비수일 때도 탁월한 운동능력으로 주목받았던 마르퀴뇨스는 속공 상황에서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다 스루 패스를 내주고, 짧고 긴 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 ‘센터백 출신 수미형 미드필더는 반쪽짜리’라는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모든 선수가 두 가지 이상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 전형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날 스트라이커였던 음밥페는 윙어까지 맡을 수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디마리아와 드락슬러는 중앙과 측면, 전방과 후방 등 다양한 곳에 배치된 경험이 많다. PSG 선수들은 공의 위치에 따라 유연하게 대형과 위치를 바꿔가며 움직였다. 공 주위의 선수 숫자를 늘 맨유보다 많게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대형도 만들어 내는 조직력을 보여줬다.

PSG는 맨유전 승리로 16강 진출에 크게 유리해졌다. 맨유의 핵심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것도 호재다. 3월 7일 홈에서 열리는 16강 2차전을 0-2보다 나쁜 결과로 패배하지 않는다면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카바니의 부상은 비교적 가볍지만 네이마르는 4월이 돼야 돌아올 예정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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