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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황인범 인터뷰 ② 밴쿠버의 ‘역대급’ 유혹 뒷이야기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2.09 10:28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밴쿠버화이트캡스는 황인범의 국가대표 선배부터 가족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황인범을 유혹하기 위해 애를 썼다. 삼고초려 수준의 지극정성이었다.

황인범은 유럽 진출 대신 미국메이저리그(MLS)에 소속된 캐나다 구단 밴쿠버 이적을 결정했다. 밴쿠버는 황인범을 샐러리캡 예외선수(DP, 일명 ‘베컴룰’)로 영입했다. 마르크 도스산토스 감독이 직접 출연해 황인범을 소개하는 공식 영상이 나올 정도로 큰 기대를 드러냈다.

출국을 앞두고 MLS와 캐나다에 대해 공부 중인 황인범은 ‘풋볼리스트’와 만나 이적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국가대표 대선배 이영표가 동원되고, 밴쿠버가 황인범보다 가족에게 먼저 접근하는 등 공을 잔뜩 들인 이적이었다.

 

- 밴쿠버 이적은 잘 준비하고 있나요?

“처음에 밴쿠버가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특히 11월에는, 유럽에 대한 의지가 강했어요. 특히 함부르크 이적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손)흥민이 형에게도, (황)희찬이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봤죠. 무조건 유럽에 간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에. 밴쿠버의 제안은 솔직히 흘려보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적의 현실적인 면 때문에 밴쿠버에 대해서도 틈틈이 알아봤죠. 대표팀 형들에게도 축구 선배로서 조언을 해 달라고 여쭤봤어요. 형들이 부정적인 이야기보다 좋은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

저는 대회 중이니까 MLS에 대한 조사는 부모님과 친형이 많이 했어요. 예전보다 많이 성장했더라고요. 저도 ‘은퇴할 때나 가는 리그’라고 생각해 왔지만 알고 보니 남미의 어린 국가대표들도 MLS로 이적했다가 나중에 유럽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때까지도 유럽을 먼저 생각했지만, 유럽에서 확실한 팀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밴쿠버를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었어요.

인스타그램에도 글을 썼듯이 대전시티즌 구단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선수는 누구다 구단이 이적료를 조금만 받고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거예요. 그러나 최근 본 기사도 있는데, K리그 팀은 J리그 팀에 비해 현실적으로 이적료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잖아요. 그리고 결정적이었던 건 밴쿠버가 저를 대하는 태도, 또 가족을 존중하는 태도였죠.”

 

- ‘베컴룰’ 대상자라서 더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대표팀 형들이 그랬어요. 어딜 가든 다 고생이다. 그것만 알고, 독하게 마음먹고 해라. 누구보다 독하게 살아남으려는 준비는 되어 있어요. 제가 알기로 MLS는 더 세계적인 선수들도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처럼 이적료를 크게 지불하는 케이스가 드물어요. 그래서 리그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들었고요. 밴쿠버 팬들이 저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들, 밴쿠버 한인분들이 보내주시는 메시지들을 봐요. 부담보다는 저를 이렇게 원하니 더 독한 플레이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밴쿠버에서 뛰었던 이영표 선배(밴쿠버 2012~2013)가 조언도 해 줬다면서요?

“이영표 선배님께 처음 연락을 받은 게 아마 12월, K리그2 플레이오프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밴쿠버가 선배님께 연락을 해서 제게 이야기를 좀 해주라고 했나 봐요. 선배님은 저에게 밴쿠버행을 권하거나 이적에 관여하신 게 아니고, 궁금한 걸 물어보라고 해 주셨어요. 그런데도 저는 선배님께 밴쿠버보다 유럽에 관한 질문을 먼저 시작했었죠. 되게 디테일하게 조언해주셨어요. 도움이 많이 됐어요.”

 

- 밴쿠버가 부모님께 잘 해드렸다는 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벌써 부모님을 접촉할 일이 있었나요?

“제가 아시안컵을 위해 두바이에 있을 때의 일이예요. 갑자기 밴쿠버 부사장님이 두바이에 오셨다는 거예요. 딱 15분만 내주면 되니까 잠깐 나올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대표팀 일정이 있으니까 실제로 만난 건 15분도 안 됐어요. 잠깐 대화를 나눈 게 전부였죠.

알고보니 부사장님이 캐나다에서 두바이로 오신 게 아니고, 대전에 들렀다 오셨다는 거예요. 저희 부모님을 먼저 뵙고 구단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왜 저를 원하는지 설명을 해 줬대요. 그리고 부사장님이 두바이로 가서 황인범을 만나겠다고 부모님께 먼저 이야기를 했는데, 부모님은 대회 중이니까 가지 않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결국엔 두바이로 오신 거죠.

그때 밴쿠버가 가족을 초청했어요. 그래서 엄마와 형이 넘어갔어요. 항공권과 체류비용 다 밴쿠버가 댔고요. 대전이 클럽하우스는 K리그에서 중상위권인데, 형이 가보더니 ‘시설이 대전과는 게임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까지도 가족은 제 결정에 맡겨둔다며 별다른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엄마는 부사장님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요. 결정은 인범이가 하는 거지만, 밴쿠버는 가족 중 2명의 표를 이미 얻었다고요. 저는 그런 과정을 옆에서 들으며 흔들렸고, 조금씩 이 팀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 그 정도 정성이면 도스산토스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눴겠네요?

“감독님은 공식발표가 난 뒤에 연락을 주셨어요. 왓츠앱을 휴대전화에 깔고 나니까 연락이 오더라고요. 저와 함께 해서 기쁘고, 제가 올 날이 기다려지고, 저를 도와주시겠다는 이야기들이었죠. 저는 팀의 목표를 물어봤어요. 작년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해서 이번엔 진출과 캐나다컵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4-3-3 포메이션, 전방에서 압박한다는 것 등 전술적인 설명도 들었어요.”

- 영어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나요?

“사실 1월 중순까지만 해도 독일어 공부를 했어요. 12월에는 독일어를 잘 하는 친구를 한 명 만나서 과외, 아니 과외라기보다 독일어로 대화하고 공부에 필요한 책을 받은 적이 있었죠. 희찬이에게도 발음 같은 걸 물어봤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밴쿠버로 갈 가능성도 있으니 어느 나라에서든 통하는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시안컵 기간 중에 영어 공부로 바꿨어요. 대회 기간에는 사실 경기 시간과 훈련 시간을 빼면 자기 시간이 많거든요. 저는 그 시간에 영어 공부를 했어요. 안 되는 발음으로 영어를 따라하기도 하고요. 룸메이트가 희찬이였는데, 희찬이는 원래 노래를 크게 듣거든요. 그 큰 소리를 뚫고 제 영어가 들리면 벌레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면서 ‘적당히 좀 해라’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더 열심히 해야죠.”

 

- 대전에서 태어나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로컬 보이’로서 구단과 고종수 감독에게 할 말이 있나요?

“지금까지 자란 곳, 축구 선수로서 성장하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 대전을 떠나게 됐어요. 팬들이 아쉬우실텐데도 좋은 마음으로 보내주시려는 걸 느꼈고, 감사했어요. 밴쿠버에서 더 발전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언제나 대전을 응원할 것이고, 반드시 더 휼륭한 선수가 되어 대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고쌤은 겨우 3개월 정도 함께 지냈는데 감사한 일이 많아요. 작년 플레이오프 때 제가 못 뛰었잖아요. 가벼운 부상인 선수의 미래를 위해 제외해준다는 게, 감독으로서 정말 어려운 선택이셨을 텐데, 그것 하나만으로도 존경심이 커졌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연락을 제대로 못 드렸는데 꼭 좋은 인사를 드리고 떠나고 싶어요.”

사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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