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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황인범 인터뷰 ① “우린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2.08 08:38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참가한 한국이 8강에서 탈락했을 때, 황인범은 부진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국이 앞으로 더 강한 팀으로 성장한다면, 그 희망의 중심에 있는 선수 역시 황인범이다.

6일 만난 황인범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황인범은 아시안컵 5경기 중 첫 경기에 교체 투입된 뒤 나머지 4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기성용과 구자철이 차례로 이탈한 뒤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풀어줘야 할 선수는 황인범이었다. 그러나 국가대표로 데뷔한지 고작 4개월 된 황인범이 이끌기에는 버거운 상황이었다. 황인범은 대표팀의 영웅이 될 첫 기회를 놓쳤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아쉬웠던 점을 성실하게 복기했고, 결론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로 귀결됐다.

 

- 아시안컵은 어떤 대회였나요?

“보는 분들도 8강 성적을 생각하지 않으셨을 거고, 선수들도 그런 생각으로 대회에 임하지 않았어요.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있었는데. 아시안컵 다섯 경기를 하면서 느낀 건 아시안게임보다 더욱 ‘쉽지 않다’는 거였어요. 제가 한참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카타르에 패배했을 때 허탈하면서 믿겨지지 않았고, 이틀 뒤 룸메이트 (황)희찬이가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갈 때 실감이 났어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을 생각해요. 선수로서 실패한 대회잖아요. 이런 대회의 경험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패지만 동기부여가 되는 대회 같아요.”

 

- 탈락한 뒤 팀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카타르전이 끝나자마자 라커룸에서 바로 미팅을 했어요. 벤투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많은 선수들이 부담과 책임감을 안고 있는 것 같다. 우리 팀에서 부담과 책임감을 떠안아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다. 선수들은 어렵겠지만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 나도 선수 시절 겪어봤는데, 대회를 즐겨도 어차피 결과는 다가온다. 즐기면서 결과를 기다리자.’ 형들 중에는 (구)자철이 형, (기)성용이 형, (김)영권이 형, (정)우영이 형이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줬어요. 고생했고 너의 대표팀은 이제 시작이니까 자신감을 잃지 마라, 하던대로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다, 소속팀 돌아가서 열심히 준비하자는 이야기였죠. 그 이야기가 큰 힘이 되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존경한 형들에게 개인적인 메시지 한 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 특히 구자철 선수는 대표팀을 떠나면서 ‘황인범이 그 나이때의 나보다 공을 잘 찬다’고 하던데요. 아시안컵 득점왕이었던 형이 말이에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후배 기 살려주려고 하신 이야기 같아요. 자철이 형이 보여준 임팩트와 퀄리티는 지금의 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죠. 영광스러운 이야기고, 존경하는 선배가 은퇴하면서 멘트를 남겨주신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지금은 형이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선수’라고 불렀던 자철이 형, 성용이 형은 그때부터 좋아하던 한국 선수에요.”

 

- 구자철, 기성용이 은퇴한 자리를 황인범 선수가 메워야 하는데요. 책임감이 드나요?

“저, 희찬이, (김)민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대회 중에도, 지금 단톡방에서도. 저희는 형들이 더 오래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누구보다 커요. 한국 축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니까. 성용이 형이 경기를 뛰지 않고 남아있기만 해도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매 경기마다 구자철과 기성용을 대체할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회 중에도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 형들을 대체한다는 말은 지금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나 또다른 어린 선수들이 최대한 노력해서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해야죠."

 

- 팬들은 아시안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고, 실력발휘를 못하고 떨어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경기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 역시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요. 박지성 선배님이 선수 시절 인터뷰하신 이야기 중 ‘좋은 선수는 컨디션이 어쨌든, 날씨가 어쨌든 경기장에서 100%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씀을 늘 새기고 있었어요. 이번 대회에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제가 부족했고,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었어요.”

 

- 벤투 감독은 한국의 미드필드가 장점이라면서 빌드업을 꼼꼼하게 하는 축구를 도입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의도대로 되지 않았어요.

“저희를 상대하는 팀들이 대부분 내려섰잖아요. 당연히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하고 대비는 했는데, 막상 경기장에서 하다보면 뚫기 어려웠어요. (손)흥민이 형도 텐백을 상대로 경기하는 건 힘들다고 최근에 말한 것 같더라고요. 공간이 없을 때 공을 차는 건, 미드필더나 포워드들에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잖아요. 사이드를 빨리 전환해서 흔들고 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는 이론을 알고 있고 코칭 스태프도 지시했지만, 운동장 상황에서는 저희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쉽지 않았어요.

감독님 스타일을 지적하는 분들도 계세요. 팬들의 지적과 비판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경기장에서 플레이하는 건 선수였어요. 감독님은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미팅을 통해 잘 전달해 주셨어요. 결과적으로 진 건 전술을 떠나서 선수들이 부족해서죠. 대회 끝나고 희찬이, 민재와도 이야기했어요. 선수들이 잘못 한 거라고.

개인적으로 느낀 건 있어요. 저는 전진패스가 너무 많고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다가, 카타르전에서는 전진패스가 너무 없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두 가지 비판을 모두 겪고 나니 실패하더라도 제가 잘 하는 축구를 계속 시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수가 왜 도전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제 장점을 살려서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넣어주는 게 왜 필요한지 느꼈어요. 제가 다짐한 대로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되, 다만 실수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 여론 등 주위 환경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가요?

“자철이 형은 ‘언젠가부터 대표팀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 부담감이 컸다. 너희들은 즐기면서 경기했으면 한다’고 해 줬어요. 자철이 형과 성용이 형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반열에 오른 형들이잖아요. 그런 형들조차 대표팀에서 부담감 때문에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거나 패배한다면 많은 비판이 쏟아지니까, 선수들도 사람으로서 두려울 수 있는 게 사실이예요. 압박감을 이겨낸 선수가 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해야죠.”

 

- 이제까지 축구를 하면서 이번 아시안컵처럼 밀집 수비 속으로 패스를 투입해야 하는 경험이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대표팀에서는 계속 만날 상황인데, 연구가 필요하지 않나요?

“맞아요. K리그2는 맞받아치는 경기가 많아서 대전에 있을 때는 밀집수비를 겪은 적이 드물었고, 아산무궁화에 있을 때는 상대가 자주 내려서긴 했지만 리그와 대표팀 대회는 확실히 달라요. 개인적으로 내려선 팀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없어요. 효율적으로 상대 골문 앞까지 도착하는 법, 공격수를 도와주는 법에 대해 아시안컵 내내 많이 생각했어요. 답을 경기장에서 찾아야죠.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며 중요한 문제예요. 계속 수비를 깨기 위해 시도해야 할 것 같아요.”

 

-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은 대회여서 무거운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네요. 대회 중에는 아시안게임 출신 멤버들이 '막내 라인'답게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도 했나요?

“막 장난을 치고 애교를 부린 건 아니고, 운동장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활력소가 되는 것과 한 발 더 뛰어주는 거니까 그런 부분을 생각한 건 사실이죠. 민재가 제일 활력소 역할을 잘 해요. 형들에게 장난을 잘 치고, 코칭스태프에게 되도 않는 영어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요. 저희에게 치는 장난을 형들에게도 치는데 딱 기분 나쁘지 않을 선을 지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민재는 이적 때문에 마음 고생을 했죠. 저희끼리는 고민을 터놓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저도 이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더 힘이 들었을 선수는 누가 봐도 민재예요. 그런데 경기장에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티를 안 냈어요. 팀을 위해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걸 봤어요.”

(밴쿠버화이트캡스 이적에 대한 이야기 등은 인터뷰 2편에서 이어집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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