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가고시마(일본)] 김정용 기자=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팀이 전력이 더욱 약해졌다. 원래 가난했던 팀이 아니라, 수도를 연고지로 하는 인기 구단 FC서울의 행보다. 최용수 감독은 근심이 많아 보였다.

서울은 지난해 K리그1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떨어진 뒤 부산아이파크와 힘든 승부를 벌여 겨우 잔류했다. 서울 역사상 최악의 시즌이었다. 그리고 나서 유명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곽태휘, 김동우, 김성준, 신광훈, 신진호, 심상민, 유현 등 주전에 가까운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대신 영입된 선수는 임대 복귀한 오스마르와 고광민(공익근무 후 소집해제) 정도다.

과거 서울은 성공 공식이 분명한 팀이었다. 국내 선수들은 2000년대 초반 수집해 뒀던 유망주들을 활용해 자체 육성 선수 중심으로 채우고, 외국인 선수는 다른 K리그 팀에서 검증된 선수에게 웃돈을 주더라도 영입하는 것이다. 국내 선수의 대표적이 예가 이청용, 기성용의 ‘쌍용’과 고명진, 고요한, 고광민 등 ‘쓰리고’로 불렸던 선수들이다. 외국인 선수는 데얀, 몰리나, 아드리아노가 좋은 예다.

지금 서울의 외국인 공격진은 오히려 K리그에서 가장 위험요소가 많다. 우즈베키스탄 유망주 알리바예프를 영입했고, 외국인 공격수를 한 명 더 수급하려 작업 중이다. 기존 멤버 에반드로는 이번 시즌에도 활용해야 할지 떠나보낼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오스마르를 제외하면 검증된 선수가 없다.

육성 선수 역시 다른 팀과 변별력이 없어졌다. 서울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황현수 한 명, 현재 진행 중인 U-22 대표팀 훈련에 조영욱 한 명이 각각 참가했다. 약 15년 전 수집해 뒀던 당시 유망주들은 이제 고요한만 남았다. 서울은 2011년 이후 꾸준히 전력이 하락해 왔지만, 당시 최용수 감독이 버틸 수 있었던 저력은 과거의 유산에서 나왔다. 이제 유산은 거의 소진됐다. 최 감독은 “새 판을 짜야 할 때가 맞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많은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상황이니 공격형 미드필더 한 명을 수급해 중심을 잡고 싶었다. 그러나 영입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이 말한 선수는 한승규 또는 김보경으로 보인다. 한승규는 울산현대에서 이적시장에 내놓았을 때 서울이 먼저 접근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울과 협상이 늘어지자 전북현대가 영입해갔다. 김보경은 울산으로 향했다.

공식적으로 이적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건 거부했지만, 최 감독은 “나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감독이고 우리 구단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구단 정서를 잘 안다. 선수를 무분별하게 영입하는 게 아니고 투자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선수 내보낸 게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서울 지휘봉을 잡은 동안 구단에 이적료 수익을 안겨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미 놓친 선수인 한승규가 그런 투자가 될 수 있는 선수였다”라고 우회적인 표현을 했다.

주장 고요한은 “감독님이 현직을 떠나 해설도 하고 휴식을 취하시는 동안, 상당히 얼굴이 좋아지셨더라. 그런데 팀에 돌아오시고 겨우 몇 달 지났는데 다시 안색이 어두워지셨다. 스트레스가 심하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스파링 파트너’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서울은 나간 선수들의 자리를 유망주들로 대거 채웠다. 최 감독은 훈련장에서 “20명 정도는 실력차가 적어야 되는데”라고 중얼거렸다. 그래야 이탈하는 선수가 나왔을 때 대처할 수 있고, 자체 훈련에서 서로 경쟁하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주전급 선수를 20명 꾸리기 힘들다고 했다. 이런 환경에서 유망주의 성장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게 최 감독의 걱정이다.

최 감독은 30일 진행된 반포레고후와의 연습 경기(1-1)를 심각한 얼굴로 지켜봤다. 이튿날 전술훈련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실수를 줄여가려고 노력하는 모습 좋아. 하지만 기본적인 실수가 계속 나온다면 용납할 수 없어”라며 각 선수의 성장이 전술 완성도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을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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