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기리시마(일본)] 김정용 기자= FC서울이 K리그 우승을 다투던 시절은 이미 지난 이야기다. 달라진 전력을 인정해야 한다. 최용수 감독은 ‘옛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도 다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1월 31일 일본의 기리시마에 위치한 전지훈련 캠프에서 최 감독을 만났다. 최 감독은 서울 지휘봉을 두 번째 잡았다. 2011년부터 2016년 중순까지 서울을 이끌며 K리그에서는 전북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결승 진출로 팀을 이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돌아온 서울은 그때와 달랐다. 선수단은 약해졌고 분위기는 이미 가라앉아 있었다. 최 감독 부임만으로 마법이 일어나긴 힘들었다. 서울은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겨우 잔류하며 구단 역사상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올해 서울 선수단은 작년의 강등권 팀보다 더 약해졌다. 지난해 그나마 남아 있던 스타 선수 주 신진호, 김성주이 모두 울산으로 향했다. 대신 영입된 선수는 임대 복귀한 오스마르,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유망주 알리바예프 등 외국인 선수 두 명 정도다. 최 감독은 달라진 서울의 현실을 “우린 도전자다”라고 정리했다.

“K리그의 대표적인 강호였던 시절과는 전력이 너무 심하게 달라졌다. 그러나 도전자의 자세로 전북현대, 울산현대, 포항스틸러스 같은 팀에 계속 덤빌 것이다. 나는 지는 걸 제일 싫어한다. 그러나 이기기 힘든 경기가 온다면, 그땐 비기기라도 할 것이다.”

지난해 서울은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데 이어 점점 강등이 가다오는 가운데서도 ‘절박함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최 감독은 달라진 구단 전력을 인정하고, 예전보다 더욱 각오를 다져야만 반전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좋았던 시절을 잊기 위해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나 자신의 심리를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내가 예전 같은 환경, 예전 같은 선수 구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주어진 현실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수도 서울의 구단다운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늘 괴롭힌다. 선수들과 함께 현재 전력에 맞는 마음가짐과 전략을 찾아내기 위해 끝없이 고민 중이다.”

구심점이 될 만한 새로운 선수들은 있다. 최 감독이 팀을 비운 사이 고요한은 여유와 해결사 능력을 갖춘 팀의 중심으로 한층 성장했다. 양한빈이 지난해 K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노장 박주영과 하대성이 지난해보다 높은 기여도를 보여준다면 포지션마다 중심을 잡아줄 선수는 있다. 팀에 대거 합류한 유망주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최 감독은 구심점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은 31일 가진 반포레고후와의 친선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35분씩 세 피리어드로 진행됐는데, 초반부터 고전하던 서울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투지를 발휘했고 결국 정원진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패배를 면했다. 경기 중 큰 소리로 지시를 하던 최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나오자 “고생 많았다. 쉬어라”라고 짧은 격려를 했다.

“나는 누구보다 이 팀에 대한 애정이 크다. 선수 시절(1994~2000)부터 이 팀에서 많은 걸 받았고, 보답할 것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내 자존심보다 팬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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