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한국 선수와는 달리 일본 선수들은 활발하게 유럽 진출을 하고 있다.

 

‘2019 UAE 아시안컵’에 출전한 일본은 결승에 올랐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혼다 게이스케, 가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 하세베 마코토 없이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려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일본은 인상적인 결과와 함께 주전 선수 대부분이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도 주목을 받았다. 이란과 한 4강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 11명 가운데 10명이 유럽 리그 소속이었다. 골키퍼 곤다 슈이치도 대회 도중에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세 이적을 확정했다

 

한국은 엔트리 23명 가운데 7명이 유럽에 뛰고 있다. 일본은 23명 가운데 13명이 유럽 리그 소속이다. 한국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일본보다 적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일본보다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선수들 개인 의지를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선수는 자신이 뛰고 싶은 리그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다만 선수들이 유럽으로 가고 싶어도 어려운 환경을 봐야 한다.

 

#“군대가 가장 큰 문제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하는 대리인 A씨는 “무엇보다 군대 문제가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K리그에서 주목 받은 22세 선수가 있다고 치자. 유럽에서 이 선수들 데려가고 싶어도 적어도 27세에는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에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한국 선수들은 대게 이적료도 적지 않게 주고 데려가야 하는데 다시 되팔 수 없는 선수를 영입하기가 쉽지는 않다. 일본은 이런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라고 말했다.

 

군대 문제는 선수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군대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돈을 더 많이 버는 쪽을 매력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구단에서 일하는 B씨도 “아무래도 한국 선수들은 경력 관리나 재무 관리에 불안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게 일본 선수들과 가장 다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를 보유한 유럽 구단들이 차출 의무가 없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선수를 내주는 이유도 이 불안 요소 때문이다.

 

#군대 해결하고도 유럽행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전에는 앞서 언급한 군대 문제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다르다.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성적을 냈다. 여기서 선수 생활을 변수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도 유럽으로 가는 일이 많지 않았다. K리그와 J리그 소속 구단들의 운영 논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이적료 산정이다. K리그는 J리그에 비해 이적료가 높다. 최근 화제가 됐던 황인범 이적도 결국 이적료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은 10억 원이 넘는 이적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메이저리그사커(MLS) 벤쿠버화이트캡스는 이적료를 약 20억 원 넘게 책정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지만, 일본 선수들은 독일에 진출할 때 FA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도 이적료 10억 원 넘는 계약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인 A씨는 “선수가 이적할 때 주도권을 잡는 이들이 다르다”라며 “일본은 선수 위주로 돌아가고 우리는 구단 위주로 돌아간다”라고 했다.

 

“가시와레이솔에서 뛴 일본 올림픽대표 나카야마 유타가 네덜란드 PEC즈볼래로 이적했다. 가시마앤틀러스와 나고야그램퍼스가 이적료 35억~40억 원 정도를 주고 데려가려 했었다. 가시와는 80만 유로(약 10억 원)에 즈볼레로 보냈다. 구단이 일본에 있으려면 우리 팀에 있고 이왕 이적할 거면 유럽으로 가라고 했다. 선수들도 연봉을 엄청나게 많이 양보한다. J리그에서 연봉 10억 원 정도 받을 선수가 1~2억 원 준다고 해도 간다. 우리와는 모든 게 다르다.”

 

국내 구단에서 일한 C씨는 “황인범이 좋은 예”라며 “황인범은 해외로 이적할 타이밍이었다. 대전시는 예전부터 황인범을 키워서 세계적인 리그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적시킬 때는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눈 앞에 이적료를 택했다. 대전 구단은 시 지원금이 줄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시 지원금은 줄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MLS 수준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바로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구단은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K리그는 J리그 보다 자생력이 떨어진다. J리그는 규모는 물론이고 산업적으로도 K리그를 앞선다. K리그 구단은 J리그 구단에 비해 돈을 벌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항목은 이적료밖에 없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J리그 구단은 대승적인 결정을 내릴 여유가 있지만, K리그 구단은 대승적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쉽지 않다. 

 

유럽 진출이 선 혹은 답은 아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선택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K리그와 J리그가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선수나 구단 모두 선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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