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카림 벤제마는 칭찬보다 비웃음을 받을 때 더 화제를 모으는 선수로 전락했지만, 28일(한국시간)에는 아니었다. 벤제마는 에스파뇰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이날 스페인의 코르네야 데 요브레가트에 위치한 RCDE 스타디움에서 ‘2018/2019 스페인라리가’ 21라운드 원정 경기를 가진 레알이 에스파뇰에 4-2 승리를 거뒀다. 벤제마의 2골을 비롯해 세르히오 라모스, 가레스 베일의 골이 터졌다. 에스파뇰은 레오 밥티스탕과 로베르토 로살레스의 골로 반격했다.

라모스가 전반전에 당한 부상으로 교체됐고, 라파엘 바란이 후반 27분 비교적 이른 시점에 퇴장을 당했기 때문에 레알에 운이 따른 경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점수 차를 벌려놓고 있던 레알은 센터백 라인이 붕괴된 상황에서 1실점만 내주며 승리를 지켜냈다.

벤제마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벤제마는 슛을 4회 날려 2골을 넣었고, 5회는 벤제마가 건넨 패스에서 비롯됐다. 레알이 이날 기록한 슛 16회 중 56.3%인 9회가 벤제마의 발에서 비롯됐다. 벤제마는 이날 패스를 58회 시도해 53회 성공했는데, 10시즌 째인 라리가 경력을 통틀어 개인 최다 기록이다.

벤제마는 레알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현 유벤투스)를 받치는 조연으로 뛰는 것이 익숙한 선수였다. 원래 프랑스를 대표하는 득점 기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공격수였으나 레알에서 보인 경기력은 기복이 심했고, 앞선 9시즌 중 20골을 넘긴 건 2회에 불과했다. 2017/2018시즌은 심지어 단 5득점에 그치며 기량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에스파뇰을 상대로 벤제마가 보여준 모습은 레알에서 꾸준히 성장해 온 패스 연계 능력에 마무리 능력까지 더해진 ‘완전체’ 공격수였다. 전반 막판에 나온 벤제마의 경기 두 번째 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중앙으로 이동하며 공격을 시작하자, 벤제마는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비니시우스 대신 수비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곧 벤제마에게 공이 전달됐고, 벤제마는 지체 없이 드리블 돌파를 시작하며 공의 흐름을 살렸다. 벤제마는 문전으로 침투하는 비니시우스에게 딱 맞는 패스를 제공했고, 비니시우스가 슬쩍 흘려놓은 공을 벤제마가 다시 마무리했다. 벤제마가 시작해 벤자마가 끝냈다.

벤제마는 수치로 집계되지 않을 때에도 많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후반 22분 베일이 터뜨린 쐐기골은 루카스 바스케스의 어시스트로 기록됐지만, 앞서 현란한 드리블로 에스파뇰 수비를 유인한 선수는 역시 벤제마였다.

벤제마의 패스 성공률은 91%, 돌파 성공 횟수는 4회(성공률 80%)였다. 공을 빼앗긴 횟수가 단 1회에 불과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기록이다. 벤제마는 끝없이 패스와 돌파를 시도하며 레알 공격을 이끌었고, 일단 벤제마에게 투입된 공은 대부분 공격권이 유지됐기 때문에 레알은 효율 높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벤제마는 이 경기를 통해 리그 9득점에 도달했다. 이번 시즌 레알 선수 중 독보적인 최다골이다. 베일이 부상에 신음하며 5골에 그쳤고, 리그 중반부터 중용되기 시작한 신예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1득점을 기록한 것이 고작이다. 센터백 라모스가 신들린 헤딩 능력으로 5골이나 넣으며 공격을 돕고 있지만 결국 레알 최전방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하는 선수는 벤제마다.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 이번 시즌 벤제마의 단점이다. 벤제마가 에스파뇰전 같은 활약을 꾸준히 보여줘야 레알이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 레알은 최근 3연승을 달리며 선두 바르셀로나를 승점 10점차로, 2위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승점 5점차로 추격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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