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은 부진한 경기로 일관한 끝에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탈락했다. 우울한 1월이지만 희망은 대표팀 바깥에서 찾아오고 있다.

부상에 시달리던 권창훈, 차세대 대표 선수로 거론되던 이강인과 백승호 등 기술적인 미드필더들이 아시안컵 기간 동안 존재감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세 선수의 이번 시즌 출장 횟수는 아시안컵(1월 6일부터 현재까지) 이전까지 3개월 넘는 시간 동안 총 4회에 불과했던 반면, 아시안컵 개막 이후 20여 일 동안 총 12회나 된다.

권창훈은 부상에서 제대로 복귀했다. 지난해 5월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었던 권창훈은 반년 가량 복귀를 위해 노력한 끝에 12월 말 실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했다. 올해 열린 디종의 5경기 중 4경기(컵대회 포함)에 출장해 2골을 터뜨렸다. 특히 27일(한국시간) AS모나코를 상대로 프랑스리그앙 골을 성공시켰다. 권창훈의 정규리그 득점은 부상 직전이었던 지난해 5월 13일 이후 260일 만이다.

비슷한 시기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어엿한 전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발렌시아의 핵심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아직 18세에 불과해 주로 2군에서 뛰어 온 이강인은 시즌 초반부터 하부 리그팀을 상대하는 코파델레이 위주로 실전 기회를 부여 받았다. 1월 들어 스페인 라리가 경기에 교체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레알바야돌리드와의 경기에 이어 26일 비야레알 전에서도 경기 막판 투입됐다. 점차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강팀 상대 전문’ 백승호는 정든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라리가 데뷔전을 가졌다. 27일 지로나가 0-2로 패배한 바르셀로나전에서 후반 41분 교체 투입됐다. 바르셀로나는 백승호가 유소년 시절 꿈을 키웠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유소년 이적 금지 조항 때문에 성장이 정체됐던 친정팀이다. 백승호는 코파에서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레알마드리드를 상대한 바 있다. 라리가 ‘3강’을 상대할 때만 뛰며 특이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세 선수 모두 한국이 현재 잃어버린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선수라는 점에서 장차 대표팀에서 가치가 크다. 권창훈은 부상 전까지 ‘2018 러시아월드컵’의 핵심으로 평가 받았을 정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창의적이다. 오른쪽과 중앙을 오가며 왼발로 상대 수비진을 허무는 권창훈 특유의 플레이는 벤투 감독 아래서 한국이 보여주지 못한 예측불허 플레이를 제공할 수 있다. 컨디션만 회복된다면 3월 대표팀 복귀가 유력한 선수다.

백승호와 이강인의 대표 발탁 여부와 시점은 미지수지만, 플레이스타일을 볼 때 장차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가 공을 갖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을 중시해 왔다. 미드필드 최후방에는 기성용과 정우영처럼 덩치 좋은 선수를 두되, 그 앞에서 기민하게 돌아다니며 팀 전형을 유지할 수 있는 미드필더를 원했다. 국내파 중 이진현, 김준형 등이 이 역할로 테스트를 받았고 아시안컵에서 황인범이 맡은 역할이었다. 백승호와 이강인 역시 이 위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한국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에 직면했다. 아시안컵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했던 1989년생 언저리 세대 중 구자철은 국가대표 은퇴를 단언했고, 기성용과 이청용도 은퇴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젊은 유럽파들이 이 자리를 메울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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