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8강 탈락. ‘2019 UAE 아시안컵’은 실패로 끝났다. 불운이 아닌 실력이 패배를 불렀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찾아 복기하는 게 중요하다. ‘풋볼리스트’가 대회 준비부터 운영 그리고 벤투호를 둘러싼 아쉬운 환경까지 폭넓게 살펴봤다. <편집자주>

실패한 팀에서 가장 비난 받는 사람은 늘 감독이다. 팀의 책임자로서 당연한 숙명이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8강에서 탈락하자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한 비난이 줄을 잇는 것 역시 당연하다. 다만 이 실패에서 벤투 감독의 책임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져 볼 여지가 있다.

벤투 감독이 가장 비판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손흥민 활용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홋스퍼의 합의에 따라 지난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대신 11월 A매치 2연전을 걸렀고, 아시안컵에 뒤늦게 합류해 조별리그 3차전부터 활약했다. 손흥민은 세 경기 모두 선발로 뛰었고, 한 골도 넣지 못했다. 25일(한국시간) 카타르에 0-1로 패배해 탈락한 뒤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을 남겼다.

손흥민의 합류 스케줄이 기형적인 상황에서 벤투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중국을 상대로 손흥민을 출장시킨 것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중국전과 16강 바레인전 사이에 이례적으로 긴 5일의 휴식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전 직후에는 납득하는 여론이 오히려 더 컸다. 손흥민이 가장 좋은 몸놀림을 보인 경기도 가장 피곤했다던 중국전이었다.

손흥민이 카타르전 이후 밝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컨디션 난조의 원인은 회복과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국전에서 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중국전 이후 바레인전까지 휴식시간이 충분했지만 오히려 경기력은 떨어졌다.

애초에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가 체력이 거덜 난 상태에서 대회 도중에 합류한다는 건 이 선수가 아예 이탈하는 것 못지않게 큰 전력손실이다. 아시안컵 중국전은 평가전이 아닌 실전에서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처음 기용하는 경기였다.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든 멤버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손흥민 활용법이 중앙 배치와 측면 배치를 오가며 갈팡질팡한 걸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손흥민을 완벽하게 활용한 전례가 있다면 벤투 감독이 이를 따르면 됐겠지만, 손흥민은 기존 대표팀 감독들 사이에서도 ‘활용 매뉴얼’이 정립되지 않은 선수였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아시안컵 패배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축구협회가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해 아시안컵 성적을 어느 정도 포기했다’는 것이다. 손흥민 개인에게나 손흥민을 활용해야 하는 축구협회 입장에서나, 어쩌면 작년 아시안게임이 이번 아시안컵보다 더 중요한 대회였다. 손흥민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된 대가가 아시안컵 부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아시안게임은 축구팬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화제일 정도로 한국 축구계의 역량이 많이 투입된 대회였다. 그렇다고 해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한 것도 아니었고, 우승까지 가는 길이 험난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모두 있었기 때문에 지친 상태로 아시안컵에 합류한 핵심 선수가 유독 많았다. 손흥민 외에도 이용, 황의조가 피로가 쌓인 채 대회에 임했다. 손흥민과 황의조가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건, 한국의 경기력이 떨어졌을 때 ‘한 방’으로 승리를 이끌 영웅이 없다는 뜻이었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의 역량을 평가절하하기에는 표본이 너무 작다. 벤투 감독이 역량을 증명할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벤투를 위한 변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앞으로 벤투 감독이 달라져야 한다. 더 유연하게 열린 자세로 대표팀을 운영하며 ‘너무 완고하다’는 기존 평가를 뒤집을 필요가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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